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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레베카’ 새 막심, 자칭 ‘노력 중독자’ 카이의 “여전히 진행 중인 공상노트”

영국의 여류 소설가 데프니 듀 모리에 바탕, 콤비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 넘버의 뮤지컬 '레베카' 새 막심 카이
채우기보다 덜어내기…카이만의 막심을 찾아서, ‘엑스칼리버’부터 함께 하는 엄기준과 신영숙
자칭 ‘뮤지컬 덕후’ 카이 Pick ‘시티 오브 엔젤’, ‘노력중독자’의 쉼 없는 행보, 여전히 진행 중인 공상노트

입력 2019-10-26 14:00

[2019 뮤지컬 레베카] 막심드윈터_카이
뮤지컬 ‘레베카’ 막심 드 윈터 역의 카이(사진제공=EMK뮤지컬)

 

“캐릭터를 설득시키고 설득당하면서 이해하는 과정을 겪고 있어요.”



뮤지컬 ‘레베카’(11월 16~2020년 3월 5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 새로운 막심으로 합류한 카이는 “지금까지의 너무 멋진 배우들, 선배들과는 또 다른 막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의 여류 소설가 데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엘리자벳’ ‘모차르트!’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작가·작사가·작곡가 콤비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가 넘버를 꾸렸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1940년에 로렌스 올리비에, 주디스 앤더슨, 조안 폰테인 등과 동명 영화로 만들어 사랑받았던 ‘레베카’는 무대 위에 등장하는 세 사람과 보이지 않는 한 사람에 의해 진행되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고 많은 이들의 입으로만 전해지는 레베카의 실종 혹은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극으로 2013년에 초연된 후 2014년, 2016년, 2017년에 이어 다섯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카이
카이는 지난 24일 단독 콘서트 ‘서울클래식’으로 관객들을 만났다(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레베카의 남편 막심 드 윈터(류정한·엄기준·신성록·카이,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그에 첫눈에 빠져들어 맨덜리 저택에 입성한 화자(話者) 나(이지혜·민경아·박지연), 레베카에 대한 집착으로 기묘한 기운을 풍기는 집사 댄버스 부인(신영숙·옥주현·장은아·알리)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탄탄한 만듦새에 안정성과 재미를 더 한다.


◇채우기보다 덜어내기…카이만의 막심을 찾아서

“손댈 곳이 없는 완성도로 동선 등이 바이블처럼 맞춰져 있어요. 그 안에서 배우만의 디테일과 색, 변화점을 찾아야하는데 아무리 창작성을 발휘해도 다른 것을 위한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완벽한 짜임새 안에서 자율성을 찾는 과정이 굉장히 디테일하고 쉽지 않는 작업이죠.”

뮤지컬 ‘레베카’에 임하면서 어려운 점에 대해 털어놓은 카이는 “왕용범 연출님처럼 같은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서로의 런스루(공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연습)를 고의적으로 못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가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전혀 다른 캐릭터 구축의 예를 들었다.

이어 “극장 들어가서 다른 벤허들을 보면서 놀랐다”며 “민우혁, 한지상 배우의 벤허를 모니터하면서 저렇게까지 다를 수 있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새로운 막심으로 ‘레베카’에 합류한 카이로서는 ‘전혀 다른 카이만의 막심’을 찾는 만만치 않은 과정을 보내고 있다.

“어떤 뮤지컬을 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마찬가지인데 채워 넣기보다 덜어내기 혹은 비워 놓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어렵죠. 막심을 하면서 ‘나’ 혹은 ‘댄버스 부인’ 등과 본의 아닌 경쟁 구도가 생겨요. 저는 이들에게 지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 중이죠. ‘맥시멈’은 이들과 하나로 연합해 폭발력 있게 극을 가져갈 때의 상태 같거든요. 카이만의 막심 보다는 유기적으로 엮여서 ‘레베카’라는 작품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엑스칼리버’부터 함께 하는 엄기준과 신영숙

뮤지컬 레베카
뮤지컬 ‘레베카’ 출연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막심 드 윈터 역의 엄기준, 덴버스 부인 신영숙, 막심 신성록, 덴버스 부인 장은아·알리(사진제공=EMK뮤지컬)

 

“(엄)기준이 형은 저에게 있어서는 연기 지침서 같은 사람이에요. 형이 가지는 무대에서의 연기적 마음가짐을 통해 많이 배우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신영숙 누나는 ‘벤허’ 마지막 공연을 보러와 주셨어요. 끝나고 ‘(너를 보면서) 나 너무 많이 반성했어’라는 문자를 보내주셔서 몸둘 바를 몰랐죠.”

아더왕의 전설을 변주한 뮤지컬 ‘엑스칼리버’를 함께 했고 ‘레베카’로 다시 만난 엄기준, 신영숙에 대해 ‘최고의 배우’라고 표현한 카이는 “(신영숙의 문자를) 칭찬 겸 잘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누나의 폭발적인 감성과 잘 화합을 이뤄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 ‘레베카’에서 큰 변화는 없을 거예요. 캐스팅이 바뀜으로서 느껴지는 변화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어요. 댄버스 부인으로 새로 합류한 알리도 그렇고 저와 상의하면서 연습 중인 신성록 배우가 그렇죠. 페어를 엮어서 골라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신영숙·장은아 배우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분노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칭 ‘뮤지컬 덕후’ 카이 Pick ‘시티 오브 엔젤’
 

강홍석,테이,박혜나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사진제공=샘컴퍼니)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급으로 추리가 안되는 스토리가 ‘레베카’의 장점 같아요. 초연을 보면서 ‘그래서 막심이 죽였다는 거야, 댄버스가 죽였다는 거야’ 싶었거든요.”

스스로를 ‘뮤지컬 덕후’라고 칭한 카이는 “전혀 정보 없이 가도 예측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레베카’는 달랐다”며 “처음 보시는 분들은 물론 여러 번 보신 분들도 처음인 것처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 본 작품 중에는 ‘시티 오브 엔젤’이 너무 좋았어요. 인터넷 평도, 관객들 반응도 썩 좋지 않았지만 저는 상당히 재밌게 봤죠. 대한민국의 실력 있는 배우들, 스태프들이 풀가동된데다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연출이었거든요. 한국적 감성의 뮤지컬에 익숙한 분들께는 낯설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저는 그 브로드웨이 감성이 신선했어요. 그 웰메이드 작품에 출연한 박혜나, 강홍석 등 배우들이 극을 잘 이끌어줬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력중독자’의 쉼 없는 행보, 여전히 진행 중인 공상노트
 

카이7-라운드인터뷰-EMK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레베카’ 막심 드 윈터 역의 카이(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제가 늘 쓰는 표현이 있어요.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모든 게 뜻대로 됐다.’ 지금까지의 10년은 산을 오르는 듯한 여정이었어요. 차근차근 오르는 시간들 가운데 간절히 원했던 것들,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죠. 그것들이 이뤄지는 시기가 오니 그 10년이 너무 소중해요. 그래서 노력을 끊을 수가 없어요.”

스스로를 ‘노력중독자’라고 표현한 카이는 “꾸역 꾸역 올라오다보니 나와 같은 마음을 겪고 있는 후배들이 있고 내 앞에서 걷고 있는 선배들이 있었다”며 “그들이 너무 소중하고 귀중하고 감사하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무대예술은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라는 말, 소위 ‘셀프 칭찬에 속지 않아요. 스스로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이기도 하죠. 열심히 하고 또 열심히, 죽도록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곤 “열심히 하지 않아서 얻지 못한 것은 열심히 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고 믿는다”며 고 덧붙였다. “팬들과 직업적 소명처럼 챙기는 하루 7~8시간의 잠이 쉼 없는 활동의 원동력”이라고 밝힌 카이는 “해외 진출의 꿈이 아직 ‘공상노트’에 남아 있다”고 귀띔했다.

“얼마 전 중국에서 ‘엑스칼리버’를 소개하는 자리에 갔었어요. 그 열기가 정말 대단했죠. 공연이 끝나고 혼자 생각이 많았졌어요. 중국분들은 원래 영웅적인 소설을 좋아하잖아요. 영국의 영웅담에 ‘와호장룡’ 같은 중국적 멜로디에 열광하는 게 아닌가 싶었죠.”

이어 “지난해부터 아시아 지역의 많은 무대에 오르다 보니 한국의 뮤지컬 수준이 높다는 걸, 그들이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동경에 가깝다는 걸 체감했다”며 “K팝 뿐 아니라 저 같은 사람이 담당하고 있는 음악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공상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데다 전국민적인 문화가 아닌 중국에서 한국 뮤지컬을 소개하기 위해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중국에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지침이 되고 싶은 꿈을 키우고 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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