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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뮤지컬 ‘영웅본색’ 유준상·왕용범 연출 “함께라면 꿈은 이뤄진다!”

입력 2020-02-07 20:00

왕용범 연출, 유준상 배우_02_제공 빅픽쳐 프러덕션
뮤지컬 ‘영웅본색’의 왕용범 연출(왼쪽)과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영화 ‘영웅본색’과 ‘천녀유혼’을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10년 전 제 인터뷰에 있더라고요. 그때는 판권도 확보가 안됐을 때였죠. (유)준상 선배와 함께 하면 젊어서의 꿈을 이뤄가는 것 같아요.”



뮤지컬 ‘삼총사’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에 이어 ‘영웅본색’(英雄本色 3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까지 2009년부터 10년을 넘게 이어온 유준상과의 인연에 대해 왕용범 연출은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해 유준상은 “연출님과 저의 기록”이라고 표현했다.

왕용범 연출은 “유준상 선배와 한 작품들 대부분은 창작이 불가능한 시도들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할 때도 ‘머리에 나사 박힌 괴물 이야기가 되겠어’ 했지만 잘 만들어졌고 굉장한 흥행도 했다“며 ”지금도 ‘프랑켄슈타인’은 일본 일생극장에서 전석매진으로 공연 중“이라고 전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대한민국 뮤지컬 역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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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본색’의 왕용범 연출(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현재 공연 중인 ‘영웅본색’도 그랬다. 1980년대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를 열었던 오우삼 감독, 적룡·주윤발·장국영·이자웅 등 주연의 동명영화를 무대에 올린 ‘영웅본색’은 휘황찬란한 홍콩의 밤 뒷골목을 배경으로 감각적인 미장센, 화려한 액션들, 비장한 화면연출 등 느와르의 시그니처 요소들로 무장했다. 



◇한편의 영화를 찍듯…쇼뮤지컬이자 댄스컬 ‘영웅본색’

 

“원작인 영화 ‘영웅본색’의 명성에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워낙 유명했던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전한 왕용범 연출은 “(영화 ‘영웅본색’ 시리즈의 제작사인 홍콩의) 포춘스타엔터테인먼와의 판권 계약도 쉽지 않았다”며 “뮤지컬이 뭔지부터 설명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이 어떤 장르이며 왜 ‘영웅본색’을 뮤지컬로 만들려고 하는지 등을 설명했죠. ‘영웅본색’ 1, 2편의 판권을 다 가지고 와서 장점들만 모아 한 작품에 녹여냈어요. 영화를 뮤지컬화하기 보다는 ‘영웅본색’ 시리즈의 장점들을 뮤지컬로 탄생시켰죠.”

이어 의심부터 했던 포춘스타 관계자 5명은 서울에서 뮤지컬을 본 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한 왕용범 연출은 “홍콩 느와르는 서양의 것보다 화려하고 쇼적”이라며 “오우삼 감독은 유난히 더 화려하다”며 ‘영웅본색’의 장점들을 설명했다.

“그래서 우리 작품은 한편으로는 쇼뮤지컬이에요. 안무들도 신경을 많이 쓴 ‘댄스컬’이기도 하죠. 다양한 흥들을 느낄 수 있는 작품 같아요.”

이렇게 전한 왕용범 연출의 말에 유준상은 “공연 개막 전에 단 일초라도 단축시키기 위해, 총 쏘는 게 거짓말처럼 보이면 안돼서 다시 하고 또 다시 하고 유격훈련을 받는 것처럼 연습했다”며 “여러 명의 배우들과 같이 디테일 잡는 훈련을 엄청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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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본색’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배우들끼리는 우리가 영화 한편을 찍고 있는 걸 관객들이 보고 있는 거라고들 해요. 진짜 총처럼 표현하기 위해서 탄약도 바꿨어요. 무대 아래서는 극 내내 세분이서 그 탄약만 만들고 있죠. 하나하나 정성들이면서 저도 무대에 서면서 영화 한편을 찍는다고 생각해요. 집중에, 집중에, 집중을 해야만 신을 연결시킬 수 있죠.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 홍콩에 있는 것 같고 실제로 총격전 가운데 있는 것 같고 그래요. 순간순간 울컥울컥 재밌고 흥미롭죠.”

 

유준상은 이렇게 전하며 “무대 위에서 영화 한편을 찍는 것처럼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며 “무대 주변에 항상 머물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있다가 다음 신으로 들어 간다”고 부연했다.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사실 제 나이에는 하루 두 번 공연도 힘든데 ‘영웅본색’은 두 번을 해도 끄떡없어요. 두 공연의 배우가 다 바뀌다 보니 에너지도 달리 쓰이고 하면할수록 또 다른 깊이들을 찾아내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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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본색’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둘이 함께라면…이번에도 ‘꿈은 이뤄졌다’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는 물론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을 비롯한 수많은 느와르 마니아를 양산한 영화가 가진 매력을 무대 위에 재현하는 데 대해 대부분은 왕용범 연출의 전언처럼 “가능하겠어?”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도, 안보신 분들도 너무 좋아해 주세요. 느와르가 말이 많지 않은데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이 노래로 표현되다 보니 색다른 맛을 느끼시며 즐거워하시죠. ‘영웅본색’ 세대들은 향수를, 그 세대가 아닌 분들은 신선한 뉴트로 감성을 느끼시는 걸 보면서 이번에도 불가능한 것들을 해냈구나 싶죠.”

뮤지컬 ‘영웅본색’은 암흑가 전직보스 송자호(유준상·민우혁·임태경, 이하 관람배우·가다나 순)와 형제 같은 마크(박민성·최대철), 두 사람을 배신한 아성(김대종·박인배) 그리고 자호의 동생이자 형사인 송자걸(박영수·이장우·한지상) 등이 엮어가는 유혈낭자 느와르다.

왕용범 연출·유준상과 더불어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을 함께 한 이성준 음악감독이 또 다시 의기투합한 신작으로 오프닝에 쓰인 ‘공동도과’(共同渡過), 고(故) 장국영이 직접 불렀던 ‘당년정’(當年情), ‘분향미래일자’(奔向未來日子), ‘사수류년’(似水流年), ‘전뢰유니’(全賴有你) ‘지파부재우상’(只怕不再遇上), ‘무수요태다’(無需要太多) 등 유명 OST를 넘버로 변주했다.

더불어 1000여장의 LED패널로 화려한 홍콩 밤거리의 뒷골목, 바람에 휘날리는 버버리코트 자락, 잠자리 선글라스, 이로 잘근거리는 성냥개비, 위조지폐로 붙이는 담뱃불, 수백발의 총탄이 난사되는 총격신 등 실제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들로 꾸렸다. 왕용범 연출은 “많은 제작비에도 LED를 활용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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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본색’의 왕용범 연출(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처음 뮤지컬로 만들자고 했을 때 ‘영웅본색’의 콘셉트는 ‘홍콩은 빛의 도시’였어요. LED 영상으로 관객들에게 빛나는 홍콩을 보여주고 싶었죠. 더불어 장면 전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기도 해요. 배우들의 연기를 빛나게 하기 위해서 뮤지컬이지만 영화보다 템포가 떨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영화보다 장면 수가 좀 더 많죠.” 

 

그리곤 “그래선지 ‘영화 같은 뮤지컬’이라는 말씀을 해주실 때가 가장 좋다”고 덧붙인 왕용범 연출의 말에 이어 유준상은 “원래는 더 많은 LED와 장면을 쓸 생각이었지만 다 못 들어가서 빼기도 했다. 그럼에도 LED 1000개가 100개가 넘는 장면들을 전환시킨다”며 “감히 ‘혁신적인 뮤지컬’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습실에서는 연출님이 ‘걸어 나와서 다시 들어가시면 장면이 바뀝니다’ ‘바로 이 장면으로 전환될 거예요’ 하시는데 도무지 감이 안잡혔어요. 하지만 첫 리허설을 하면서 비가 내리는데 너무 실감나더라고요.”

이어 “공연장에 오시는 순간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고 매번 느낀다”며 “저나 연출님이나 시간만 나면 뉴욕이나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을 보러 다니는데 그들과 비교해서 손색없을 정도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신경 쓴 캐스팅의 첫 번째, 당연하게도 유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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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본색’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주윤발, 장국영 등에 뒤지지 않은 연기를 하는 배우들로 ‘영웅본색’은 캐스팅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너무 절절해서 영화에서 본 느낌들보다 형제애나 의리 등이 잘 느껴지죠.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면서 보여주고 싶은 건 내 것을 희생하고 약속을 지켜나가고 정을 나누는 모습들이었어요. 그런 변치 않는 가치들을 지켜나가고 싶었고 배우로서 설득력을 얻고자 했죠.”


왕용범 연출이 신경 썼다는 캐스팅의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유준상이었다. 왕 연출은 “무대가 잃어버리면 안될 덕목들, 무대정신, 무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 관객들을 존중하는 태도들 등을 지켜나나가는 데 큰 기둥이 되는 분”이라고 극찬했다.

“굉장히 정감 넘치시는 분이에요. 대본을 가장 빨리 외우시다 보니 후배들에겐 불편한 선배이기도 하죠. 유준상 선배님이 대본을 외우기 전에 먼저 외워야하는 숙명이니까요. 그런 시너지와 열심이 무대에서 나타나요. 배역 간 많은 소통들로 연출은 물론 배우들 마음까지 채워주시죠.”

왕용범 연출의 말에 유준상은 “창작뮤지컬인데 연출님 머릿속에 1, 2막의 모든 이야기 배치가 끝나 있는데 안믿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연습과정부터 달랐어요. 보통은 1막을 만들고 일주일 후에 2막을 만드는데 이번엔 ‘오늘은 동선 긋겠다’고 하시더니 하루 종일 1, 2막 동선을 끝냈어요. 잠깐 쉴 틈에 노트를 봤는데 아무 것도 없었어요. 예전에는 도면이라도 있었는데. 그렇게 1, 2막 동선을 끝내고 바로 다음 주부터 런(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는 연습)에 들어갔는데 거의 일치하더라고요. 그 과정을 눈앞에서 보니 모든 배우들이 안믿을 수가 없어요. 이래서 왕용범, 왕용범 하는구나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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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본색’(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유준상의 말에 왕용범 연출은 “정말 이를 악물고 만들었다”며 “1, 2막 동선을 단번에 만드는 작업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게 이번엔 유준상 선배님이 ‘이게 가능할까요?’ 의심을 많이 하셨다”고 털어놓았다.

“창작뮤지컬을 하다보면 산을 넘어야할 때가 있어요. 저희 팀 밖에서 ‘저게 되겠어’ 하는 것은 물론 내부의 스태프들도 가끔 의심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 때까지는 ‘믿음’이 필요한데 유준상 선배님이 믿어주시니 어렵게라도 넘어가게 돼요. 그러니 같이 하면 두려울 게 없게 되죠. 그런데 이번엔 유준상 선배님이 의심을 제일 많이 하셨어요. 선배님의 의심부터 바꿔야 했죠.”

왕용범 연출의 전언에 유준상은 “첫 연습부터 작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너무 매끄럽게 이어졌고 제가 어떤 방향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는 느낌들아 잡혔다”며 “대본을 읽으면서도 그림이 그려졌다”고 말을 보탰다.

 

◇대한민국 창작뮤지컬 ‘영웅본색’, 해외로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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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본색’의 왕용범 연출(왼쪽)과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창작뮤지컬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게 만들기란 쉽지 않아요.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에 가서 공연을 보고 부러워했고 불과 몇 년 전까지도 해외 공연들을 보면서 ‘어떻게 따라가지’ 했는데 이제는 그 잘하는 사람들을 넘어서, 그들이 우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어요.” 


유준상의 말에 왕용범 연출은 “선배님과 작업하면서 틈이 나면 뉴욕, 영국 공연을 보면서 배우곤 했는데 일본 배우, 스태프들이 한국에 와서 저희가 하는 공연들을 보고 배워간다”며 “일본 ‘프랑켄슈타인’ 레플리카 공연에서 오리저널 배우(유준상)가 가서 관람하면서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영웅본색’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벤허’가 일본 공연을 준비 중인데 ‘영웅본색’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죠.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제 목표는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마카오 상설공연이에요.”

이어 “동양, 서양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우리의 사람 중심, 정에 대한 가치를 좀 더 알릴 기회가 아닐까 싶어서 뿌듯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제언을 털어놓기도 했다.

“비단 어느 한 분야만의 노력이 아니에요. 김연아 선수가 예술이 접목된 스포츠로 한국인들의 예술적 재능을 전세계 알렸잖아요. 방탄소년단, 봉준호 감독님 그리고 저희 뮤지컬까지 다방면으로 새롭게 시도되는 것들이 콘텐츠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훌륭한 배우, 스태프들의 새로운 시도들이 전세계로 나가는 걸 우리는 목격하고 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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