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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휴머놀로지> 루크 오닐

입력 2020-03-23 07:00

휴머놀로지
<총평>



저자는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 생화학 및 면역학 학과 교수로, 세계적인 면역학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진화 여정과 인류 유전자의 흔적, 우리 삶과 일상에 녹아 있는 과학적 상식,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류의 미래까지 어마어마한 탐색과 연구, 그리고 철저히 과학과 증거에 기반 한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다. 42억 년 동안 이어온 인간 생명의 흔적을 추적하고, 나아가 인공지능이 중심이 되는 진화된 미래를 고민하는 통찰력이 가히 ‘인간학’이라고 제목 붙힐 만 하다는 평가다. 런던왕립학회의 좌우명인 ‘Nullius in Verva’(누구의 말도 그대로 믿지 말라) 즉, 증거를 보이지 못하겠거든 입을 다물라는 대원칙에 기반한 책이다. 오랜 만에 밑줄까지 쳐가며 정독한 감동의 책이다. 필독을 권한다.


* 모든 생명체가 가진 네 가지 물질 - 모든 생명체는 크게 네 가지 화학물질로 구성된다고 한다. 첫째는 생명 정보를 전달하는 분자인 핵산, 둘째는 단백질, 세 번째는 탄수화물, 마지막은 지방이다. 문제는 이들 네 개 물질이 하나같이 외부 환경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 생명체가 살까 ‘엔켈라두스’(Enceladus) - 은하계 어딘가에 지구 말고도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생명이 존재하거나 존재했을 후보지로 최근 떠오른 것이 토성 주위를 도는 위성 엔켈라두스다. NASA(미 항공우주국)와 ESA(유럽우주국)의 공동 탐사 과정에서 무인 탐사선 카시니가 지구에서 12.72억 킬로미터 떨어진 이 곳에 가까이 접근했다. 1997년에 지구를 떠난 지 7년 만인 2004년 7월 1일이다. 천문학자들은 카시니가 보내온 영상에서 엔켈라두스를 뒤엎은 얼음을 뚫고 수증기가 분출되는 것을 목격했다. 놀랍게도 수소를 찾아낸 것이다. 자연수소가 있다는 것은 생명의 구성요소를 만들 기반이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 목소리의 비밀 ‘폭스피 2’ -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인이라는 게 정설이다.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이주해 형성된 네안데르탈인이다. 일부는 아시아로 이주한 데니소바인이 있다. 인류의 DNA에는 1.8%의 네안데르탈인 DNA가 들어 있다고 한다.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있는 유전자 가운데 흥미로운 유전가가 바로 폭스피2(FOXP2)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이 유전자 덕분에 목소리를 정교하게 낼 수 있어 언어 능력이 높아졌다고 믿는다. 이 유전자를 쥐에게 주입했더니 쥐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고 한다.

*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 - 옥시토신은 우리가 애착을 형성할 때 즉 우리가 애착을 유발하는 사람에게 유대감을 형성할 때 생산된다고 한다. 오르가슴을 느낄 때는 물론 엄마가 아이를 돌볼 때도 생긴다고 한다. 세로토닌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 ‘번식 능력 최악’ 판다 곰 - 판다 암컷의 발정기는 해 마다 봄철에 딱 한번이다. 그것도 겨우 12~25일로 무척 짧다. 더구나 수정이 되는 실제 가임기는 24시간 뿐이라고 한다. 야생 판다가 전 세계에 약 1600마리 밖에 남지 않은 이유다. 수컷 판다를 아무리 흥분시켜도 헛수고다. 오늘날 판다가 새끼를 낳는 주요 방법은 인공수정 밖에 없다고 한다.

* 인간은 기본적으로 일부일처제? - 영장류 가운데 암컷이 여러 수컷과 교미해 번식하는 종에서는 수컷의 정액에 나중에 사정된 다른 정액을 막을 교미 마개 혹은 이를 죽일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인간은 대체로 일부일처제 동물이라는 얘기다.

* 성(性)의 종류 - 한 때 페이스북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던 성은 무려 71가지였다고 한다. 누구에게도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무성애자,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시스젠더(cisgender),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트렌스젠더, 성 정체성이 여럿인 폴리젠더(polygender) 등이다.

* 욕야카르타 원칙(Yogyakarta Principles) - 성 정체성 문제가 이슈화되자 2006년 인권 전문가들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 모여 국제 인권법을 성 정체성에 적용한 욕야카르타 원칙을 세웠다. 차별 금지, 신변 안전(일부 나라에서 동성의 성 행위에 사형을 적용하는 현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함),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권리, 이동할 자유, 가족생활을 누릴 권리 등을 담았다.

* 형제의 출생순서 효과(birth order effect) - 어떤 남자가 동성애자가 될지를 알려줄 아주 강력한 인자는 형제 가운데 몇째로 태어났느냐 여부라는 학설이 있다. 몇 몇 연구에 따르면 형이 많을 수록 동성애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형이 한 명 늘 때마다 새로 태어난 사내아이가 동성애자가 될 확률이 33%씩 늘었다고 한다. 크게 봤을 때, 남성 동성애자 7명 가운데 1명은 출생 순서 효과 때문에 동성애자가 된다고 한다.

* 잠의 본질은 청소? - 잠을 잘 때 우리 뇌는 어떤 역할을 할 까? 여러 가설이 있는데 그 가운데 잠을 자는 동안 뇌가 세포의 조직을 복구하고 재생한다는 설이 있다. 낮에 일어난 세포 활동으로 만들어진 부산물로 ‘아데노신’이라는 화학물질이 있는데, 우리가 잘 때 뇌에서 쓰레기가 나와 낮 동안 쌓인 이런 노폐물 찌꺼기를 깨끗이 지운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확인했다. 이 노폐물은 간으로 내려와 해독된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잠을 잘 때 이 과정이 두 배 빠르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국 잠의 본질은 ‘청소 시간’이라는 것이다.

* 적절한 수면 시간은? - 잠은 뇌에 쌓인 독소를 제거해 주고 신체 회복 및 기분 조절을 해 주며 면역 체계 강화를 돕는다. 수면 부족은 알츠하이머 등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6시간도 자지 않는 사람과 10시간을 넘게 자는 사람 모두 비만과 불안, 당뇨병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 ‘달리지 않는’ 현대 인류 건강의 한계 - 우리 몸은 당분을 지방으로 바꾸는 데 선수다. 음식물을 저장하는데 지방만큼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죽어라 달려 사냥한 후 배 터지게 잔뜩 먹었다. 굶을 날을 대비하긴 위한 생존책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달리지는 않으면서 많이 먹는다. 이런 치명적 생활습관이 결합된 삶이 문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 유전자 편집기술 ‘크리스퍼’ - 원하는 형질을 난자나 정자, 수정란에 집어 넣어 맞춤형 아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한 시대다.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망가진 유전자를 수정된 유전자로 바꿀 수 있다. 다만 윤리적 문제가 뜨거운 논란거리다. 많은 나라가 인간 유전자에 크리스퍼 적용을 금지하고 있다. 예전 나치처럼 ‘우생학’이 출현할 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천성 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수정하도록 크리스퍼 기술을 허용하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인간이 만든 가장 비싼 물체 ‘국제우주정거장’ - 현재까지 1500억 달러(한화 180조)가 투입됐다. 지표면에서 330~435km 떨어진 궤도를 회전한다. 1998년 첫 구성품을 발사한 후 하루에 지구를 15.53회 회전한다. 러시아궤도구역과 미국궤도구역으로 구분한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2024년까지 건설자금을 대기로 약속한 상태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 5가지는 공기와 물, 음식, 위생, 화재 감지 및 진화다. 전기는 태양광 발전용 전지판으로 공급된다. 정거장에 파견된 우주 비행사들은 그곳에서 6달 가량 머문다. 러시아 비행사 세르게이 크리카래프는 우주에서 803일 9시간 39분을 머물러 이 부문 기록 보유자다. 우주정거장에서 승무원 한 사람이 쓰는 비용은 750만 달러, 약 90억원 정도라고 한다.

* 우주정거장 우주인들의 하루 - 승무원들은 대개 주중 하루 10시간씩 일하고 토요일에는 5시간 근무한다. 음식은 비닐포장되어 배송된다. 무중력 상태라 맛이 더 없게 느껴져 양념을 더 많이 쓴다고 한다. 위생이 까다로운데 물을 아끼기 위해 행구지 않아도 되는 샴푸와 먹어도 되는 치약이 있다고 한다. 대변은 보관했다가 나중에 지구로 가져와 버린다. 오줌은 깔때기로 모았다가 마시는 물로 재활용한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염과 암 유발 가능성 커 가장 유의한다. 압력에 버티도록 꾸준히 운동하지만 대부분 지구 귀환 후 메스꺼움 열 발진 관절통에 시달린다고 한다.

* 단일 최고가 기계 ‘대형 강입자 충돌기’ - 75억 유로(한화 약 10조원)가 투입되었다. 이 기계의 임무는 양성자들을 부딪치는 것이다. 그래서 입자 출동기라고 부른다. 1998년에 건설을 시작해 2008년에 완공됐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가 담당해 100여 개 국가에서 1만 명이 넘는 과학자와 수백 개 대학이 참여했다. 스위스 제네바 근처 접경지 밑에 거대한 터널 속에 있다. 이제까지 가장 큰 성과는 원자의 하위 기본 입자인 힉스 보손(Higgs boson) 입자를 발견한 것이다. 강입자란 강한 핵력으로 결합한 입자를 말한다. 대형 강입자 충돌기가 정상 작동할 때는 양성자가 27km를 90마이크로초(100만분의 90초) 만에 이동한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 기계가 지구 종말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제기한다. 블랙홀을 만들어 지구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상 소립자’라는 위험한 입자를 만들지 모른다는 우려도 크다. 하지만 두 차례 안정성 평가 끝에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결론 났다고 한다.

* 인류 3대 치명적 질병 ‘심장병과 암, 염증질환’ - 오늘날 가장 많이 목숨을 빼앗아가는 질병은 심장병과 암, 그리고 각종 염증질환이다. 가장 빈번한 심장병은 동맥경화증이다. 동맥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이다 막혀 피가 흐르지 않아 심장마비를 일으킨다. 흡연과 스트레스,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원인이다. 암은 유전자 변이로 일어난다. 흡연, 자외선 같은 환경요인이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암 치료율은 60% 수준이다. 유방암은 생존율 81%, 전립선암은 91%다. 염증질환에는 류머티즘 관절염, 다발 경화증, 염증성 장 질환 등이 해당된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 질환도 잘못 축적된 단백질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므로 염증 질환으로 분류된다. 예전 조상들은 염증 치료를 위해 대마초를 흡입했었다.

* 한 때 기침약이었던 헤로인 - 실험실에서 처음 합성한 약물이 아스피린이다. 항암 성분 있다고 알려진 버드나무 껍질에서 살리실산을 추출해 분자구조를 일부 바꾼 화합물이다. 아스피린을 만든 곳은 독일 제약사 바이엘. 이곳은 모르핀을 개량한 약물도 만들었는데, 이 약을 맞으면 영웅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 헤로인으로 이름 붙여졌다. 바이엘은 이 약이 정신에 매우 해로운 영향 미친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 알고 판매를 금지했지만 오랫동안 기침약으로 팔렸다.

*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 - 세포마다 정해진 분열 횟수가 있다고 한다. 각 세포가 늙기 전에 분열할 수 있는 횟수다. 이를 헤이플릭 한계라고 한다. 태아 세포는 이 수가 60번이다. 한 번도 분열하지 않는 세포도 있는데, 뇌의 신경세포가 대표적이다. 뇌를 다쳤을 때 회복이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인생에 두번 ‘삶의 만족도’ - 여러 연구 종합해 보면, 살면서 삶의 만족도가 두번 정점을 찍는다고 한다. 한번은 스물셋, 한번은 예순아홉이다. 유명한 U자형 곡선이다. 23세에 가장 행복했다가 만족도가 뚝뚝 떨어져 50세에 바닥을 친 후 다시 올라가 69에 정점을 친다. 애초애 이렇게 설계된 듯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 죽음을 확인하는 벨푸어 검사(Belfour’s test) - 죽음을 확인하는 방법 중 가장 오싹한 방법이다. 가늘고 긴 바늘을 심장에 찔러 넣은 다음, 밖으로 튀어나온 쪽에 작은 깃발을 붙이고 깃발이 움직이면 심장이 뛰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해 살아있다고 판정한다. 19세기 까지만 해도 사람들을 산 채로 묻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땅 위에 있는 종과 관 속 사람을 줄로 연결해 혹시 종을 칠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 죽음예측시계 - 건강한 사람이 앞으로 5년 안에 어떤 질병 때문에 죽을 확률을 예측해 주는 방법이다. 간단한 피 검사 만으로도 가능하다. 혈액 속 네 가지 특정 인자의 수준을 종합하면 그 사람이 얼마나 허약한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네 가지 생체표지자(바이어마커, 특정 질병이 있는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측정할 수 있는 표지)가 평균과 꽤 차이가 난다면 5년 내 죽을 확률이 5배나 높다고 한다.

* 부패가 일어나는 과정 - 죽은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핏속에 이산화탄소가 쌓인다. 이것이 쌓이면 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30분쯤 지나면 심장이 뛰지 않아 순환을 멈췄던 피가 바닥 쪽으로 쏠린다. 피가 아래로 몰리므로 바닥에 닿는 신체 부위는 검게 바뀌고 다른 부위는 아주 창백해 진다. 근육세포에서는 칼슘이 빠져 나와 근육이 수축된다. 사후경직이다. 그 다음 창자에 가스가 차서 터진다. 창자 속 셀 수 없는 세균이 쏟아져 나와 분해되는 과정에서 역겨운 시체 썩는 냄새 나는 것이다. 세균이 내뿜는 가스가 2주 정도 몸에 쌓이면 시체가 부풀어 오른다. 익사한 사람들이 물 위로 떠오르는 시기와 일치한다.

* 사망 시간 추정 방법 - 사망시간 추정은 매우 정밀한 과학이다. 사망 시간 추정에 쓰이는 한 방법은 체온 측정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심부 체온이 37.5도지만 사망 뒤에는 상온과 같아질 때까지 한 시간마다 1.5도씩 떨어진다. 또 하나 방법은 레브라도(LABRADOR)로, 매장유해와 부패냄새 인식용 분석기다. 시체가 내뿜는 다양한 화학물질의 냄새를 맡아 측정한다. 최근에는 시체 아래 흙에 사는 미생물을 이용해 정확한 사망 시간을 예측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유전자의 발현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세포는 죽은 뒤에도 아직 살아서 단백질을 만든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으로,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고 한다.

* 냉동보존술(cryonlcs) - 현존하는 의술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사람들을 언제가 되살리기 위해 영하 196도의 초저온 상태로 보존하는 기술이다. ‘매우 춥다’는 뜻의 그리스어 kryos에서 따왔다. 처음 냉동 보존된 사람은 1967년에 사망한 제임스 베드퍼드 박사다. 현재 250명 가량이 냉동보전 처리된 상태로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비용은 싸게는 3만 달러 안팎에서 비싼 것은 20만 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냉동 보존의 절차는 이렇다. 시체를 차가운 얼음 속에 넣어 급속 냉동시킨다. 이 때 몸 속 액체는 모두 빼낸다. 얼음 결정이 생겨 완벽한 냉동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글리세린이 주성분인 부동액을 넣고 미국에 세 곳, 러시아에 한 곳이 있는 냉동 보관 시설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극지방용 특수 침낭에 넣어져 질소 가스로 영하 110도로 얼린 후 2주 동안 차츰 196도로 낮춘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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