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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아베 독주, 아베 없는 ‘아베노믹스’ 향방은

입력 2020-08-30 16:01
신문게재 2020-08-31 16면

JAPAN GOVERNMENT ABE RESIGNATION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총리직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도쿄 신주쿠의 대형 스크린에 비친 아베 총리의 모습. (EPA=연합)

 

지병인 궤양성대장염 악화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8년에 달하는 역대 최장 독주체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 측근조차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던 총리의 사의 표명에 일본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커졌다. 아베 총리가 2012년 2차집권과 함께 도입해 가라앉은 일본 경제를 띄워온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는 아베가 사라진 ‘포스트 아베’ 시대에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쏘아올린 ‘장기적 저금리 시대’ 신호탄에 28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장중 한때 강세를 보이다가 아베 총리의 사임 소식에 급락세로 전환, 하락폭이 한때 600포인트를 넘는 패닉장이 됐다. 이후 326.21포인트(1.41%) 내린 2만2882.65에 장을 마감했다.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05엔대 중반을 기록하며 달러 약세, 엔화 강세를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엔화 약세·주가 강세’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해진 점 등을 시장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노믹스(Abenomics)는 유동성을 확대해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인 하락)에서 벗어나겠다는 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으로, 그가 2012년 12월 2차집권을 시작한 이후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지속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간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과감한 금융완화, 엔화평가절하,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재정정책을 추진한 경제정책이다. 일본은행은 2013년 3월 취임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하에서 아베 정권과 발맞춰 대규모 금융완화를 지속해왔다. 이 같은 아베노믹스는 가라앉은 일본 경제를 띄우는데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의 우카이 히로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년간의 아베 정권의 성과에 대해 “고용정세도 개선됐고 물가도 디플레이션이 아닌 상황을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아베의 퇴진이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거취에도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지만, 구로다 총재는 오는 2023년 4월까지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베 퇴진 이후에도 일본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의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할 것이고, 또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차기 총리가 누가 되든 간에 코로나19발 침체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므로 실제 경제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히로시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정책이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더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본은행은) 현재의 정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UBS증권의 아다치 마사미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일본의 경제·금융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긴축재정이나 재정건전화를 추진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MUFG는 일본은행이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최근의 엔화강세도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변화가 있을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 SMBC닛코증권의 마루야마 요시마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측면에서는 아베 총리가 사임했다고 해도 단기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아베노믹스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아다치 마사미치 이코노미스트도 “장기적으로 큰 정책 프레임워크가 바뀌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누가 차기 총리로 선출되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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