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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대타' 스가 다음엔 기시다 예약…아베의 빅픽처?

기시다 의외의 선전에 스가 진영 “이건 뭐냐”
“反아베만 하던 이시다는 막다른 길”

입력 2020-09-15 15:02
신문게재 2020-09-16 16면

JAPAN-POLITICS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정조회장(정무조사회장ㆍ전 외무상)이 지난 1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후임을 뽑는 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다고 공식 선언한 뒤 동료 의원들과 함께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가 ‘아베 계승’을 내걸고 압승을 거둔 지난 1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일본 정가의 이목이 쏠린 것은 2위자리 다툼이었다.



스가 신임 총재의 임기는 지병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남은 임기인 내년 9월까지인 만큼, 일년 뒤 실세인 ‘포스트 스가’는 과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중 누가 되느냐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예상을 웃도는 표를 확보하며 2위로 뛰어오른 기시다 정조회장 진영은 총재 선거가 끝나자 마치 총재에 당선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15일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정조회장은 이번 총재선거에서 당내 국회의원 55표 정도를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24표가 더 많은 79표를 확보하면서 단숨에 2위에 올랐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본래 아베 총리의 의중에 있던 인물로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스가가 ‘아베 노선 계승’을 내걸고 출마할 움직임이 확산하자 총리 출신 파벌인 호소다(細田)파와 아소(麻生)파 등 5개 파벌이 스가 지지로 몰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시다가 만일 이번 총재선거에서 대패를 해 3위에 머무르면 차기 총재선거의 후보로도 가망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호소다파가 의원들표를 돌렸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아베 총리의 측근인 호소다파의 한 의원도 “조직적으로 돌린 것은 아니지만, 개별적으로 기시다에게 투표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아베 지원설’을 시사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요미우리도 “총리 측근들이 모두 기시다에게 표를 주어 ‘포스트 스가’로 밀어준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몰표를 노렸던 스가 진영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스가 진영의 한 간부는 기시다가 의외로 선전하자 “이건 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마이니치가 전했다.

스가는 아베 총리의 비서실장이자 입(대변인)의 역할인 관방장관을 아베가 총리로 재임한 7년 8개월 동안 해오면서, ‘아베 계승’을 내걸고 차기 총리까지 확정된 인물이다. 자민당 차기 총재에 당선된 직후에도 스가는 “아베 정권을 계승하는 것이 내 사명”이라고 할 정도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계승 각이었다.

세간에는 스가가 아베의 남은 임기 1년을 채우는 징검다리 역할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스가 주위에선 “내년까지 밖에 못한다고 하면 누구의 상대도 못된다”는 말이 나오고, 스가 본인도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년짜리 대타냐’는 질문에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의아해하는 등 장기집권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베의 지원과 아베 측근들의 몰표로 기시다를 당내 2인자로 끌어주었다면 이같은 세간의 평가에 무게가 실릴 법한 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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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집권 자민당 차기 총재에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가 14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

 

총재 선거 후 기시다 진영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14일 저녁 히로시마시에서 열린 결과 보고회에서 “치열한 2위 다툼이라는 평가속에서 2위가 될 수 있었다. 미래로 이어지는 큰 성과였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부터 다음번 총재를 향해 싸워나가고 싶다”며, 사실상 내년 총재 선거에 재도전을 선언했다.

반면 4번째 총재에 도전했으나 최하위에 머문 이시바 진영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몰린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민당내 한 각료 경험자는 “반(反)아베만 해왔으므로 아베가 없어지면 막다른 길”이라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반(反)아베’ 성향의 이시바 전 간사장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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