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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포미니츠’ 김선영·김환희 “그 4분 후 크뤼거와 제니는…”

입력 2021-04-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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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크뤼거처럼 끊임없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기질은 저에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상황을 만들기를 원하고 누군가를 설득할 의지도 있는 것 같거든요.”



김선영은 뮤지컬 ‘포미니츠’(5월 23일까지 정동극장)에서 연기 중인 트라우드 크뤼거(김선영·김선경, 이하 관람배우 순)와 닮은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일상에서 고집 피우는 타입은 아닌데 제 안에도 무언가를 향한 고집, 끊임없이 생각하고 가고자하는 게 비슷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2006년 개봉한 크리스 크라우스(Chris Kraus)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루카우 교도소의 여성 재소자들에게 60년 동안 피아노를 가르쳐온 크뤼거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 폰뢰벤(김환희·김수하)이 서로를 통해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서는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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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김선영이 연기하는 크뤼거는 과거 전쟁에서 겪은 일들과 죄책감으로 타인과의 감정적 교류를 차단하며 높은 벽을 쌓아 올린 인물로 난폭해질 대로 난폭해져 교도소 내 골칫거리가 돼 버린 제니를 만나면서 스스로의 살아갈 길을 찾아간다.

김선영은 “저도 표현은 잘하는 편임에도 아주 친절하게 표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연기를 할 때도 담고 참으면서 하는 걸 좋아한다”고 크뤼거와 닮은 점에 대해 얘기했다.

“숨기는 재능은 없어요. 일부러 숨기려는 건 아닌데 복잡하게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보니 인물에도 투영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심플한 사람도 아닌데 단순한 면도 있어서 복잡하게 생각에 생각을 꼬리 무는 성향들이 인물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천재성으로 인한 상처와 지켜야할 존재를 지키지 못한 아픔에 스스로를 가둔 제니 역의 김환희는 “(저와 제니) 둘 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아픈 걸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 같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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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이철준 기자)
“누가 들어도 아픈 상처이고 대수로운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는 ‘미련한 착함’이랄까요. 미련한 자기 짓누르기는 너무 어른인데 또 어리숙하고…표현 자체를 불편해 하면서도 어려워하는 것 같거든요.”


◇경이로운 후배들, 무대 위 살아 있는 선배들

“크뤼거로서 제니를 보는 것도 여러 가지 감정이 들지만 (김)수하랑 (김)환희를 볼 때마다 너무 놀라워요. 둘이 너무 다른데 너무 잘해요. 이 배우 둘을 어쩌면 좋을지…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김선영은 제니 역의 김환희와 김수하에 대해 “연습실에서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공연처럼 하는 연습)부터 무대에 오르는 걸 보면서 놀라곤 한다”며 “이 작품으로 둘을 만나서 같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감탄했다.

“그 광기에 정말 깜짝 놀랐어요. 누구나 그런 정서를 가지고 있지만 담대하게 연기로 다 쏟아내는 것 또한 재능이거든요. 두 배우는 정말 누가 더 미쳤나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둘 다 너무 무서워요. 그 집중력이랑 대담한 표현 등이 너무 멋있어요. 한참 동생들이지만 든든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재능 넘치는 김환희·김수하와 함께 하는 무대에 대해 김선영은 “저는 그날그날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는 배우여서 제니들의 눈빛, 호흡, 템포 등을 따라 저도 굉장히 긴밀하게 반응하면서 너무 재밌고 뿌듯하다”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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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김선영의 찬사에 김환희는 “연습하다 어느 순간 오셔서 ‘너무 잘한다’고 말씀해주시곤 하셨는데 그 진심이 느껴져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김)선영 선배님의 크뤼거는 굉장히 섬세해요. 크뤼거는 솔직하지만 말을 아껴요. 하지만 눈빛에서 감정과 느낌이 다 보여요. 그런데 선배님의 크뤼거가 그래요. 그 안에 어떤 생각인지가 저에게 그대로 다가와요. 대사 없이 ‘내 맘 속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눈빛으로 말씀하시면 저도 느껴져요. ‘너한테 내 마음을 들키지 않을거야’라고 마음먹었다면 진짜 안읽혀요. 그런 선배와 함께 하면서 무대 위에서 진짜 살아있음을 느끼죠.”

그리곤 “크뤼거가 제니에게 색을 입혀주는 것처럼 선영 선배님이 저 김환희에게 주는 영향력도 같다”며 “한 장면 한 장면 생명력 있고 너무 섬세한 선배와 같은 무대에 오르는 게 매회 영광”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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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김선경 선배님은 다정다감하고 간단명료하세요. 투박하고 어떨 때는 진짜 사관 같기도 하죠. 두 선배님이 너무 달라서 크뤼거가 이럴 것이다, 제니가 이럴 것이다 정답을 정해놓지 않고 각자만의 제니를 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선배님들이 매회 같은 게 아니어서 매회 다른 공연을 하는 것 같을 때도 있어요. 정말 살아 있음을 느끼죠.”


◇그리고 그 후의 우리는…

“저도 상상해요. 콩쿠르 이후 제니와 크뤼거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크뤼거를 못만나겠죠. 하지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크뤼거가 저(제니)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애타게가 아니라 일상처럼요.”

김환희는 콩쿠르 후 크뤼거와 제니에 대해 이렇게 밝히며 “저(제니)도 크게 욕심내지 않고 탈옥 등 법을 어기거나 죄를 지은 데 대한 벌을 달게 받았을 것”이라며 “제니라면 저보다는 세상을 더 잘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러기를 소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어쩌면 아빠랑 다시 만났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진 않겠지만 아빠가 와서 대화를 하고 오해는 풀 수도 있지는 않을까 싶어요. 다 열린 마음은 아니겠지만요. 같이 사는 삶을 공부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김환희의 말에 김선영은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건 거기까지만 했을 거 같다”며 “제니의 연주에 ‘브라바’ 하는 순간, 그 후부터는 스스로 60년 동안 붙잡고 있던 데서 해방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집에서 좀더 자유로운 마음으로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연주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말 피아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주를 하면서 여생을 보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서 간간이 제니의 소식도 듣게 되겠죠. 만났을지는 모르겠어요. 크뤼거가 찾아가지는 않았을테고 제니가 찾아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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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이철준 기자)

 

이렇게 전한 김선영은 “이 작품도 좋지만 훌륭한 배우들을 만나 너무너무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김환희에 대해 “순수하면서도 그 안에 강인함을 가진 배우”라고 표현했다.

“굉장히 매력적인 마스크예요. 그 안에 그렁그렁함 뿐 아니라 다양한 모습이 있는 환희가 이런 역할을 만나서 마음껏 표현하는 걸 지켜보는 기쁨이 너무 커요. 알아서 자기 길을 잘 만들어 갈 거라는 믿음도 생겼죠. 저는 크뤼거처럼 지켜봐주는 선배로 있으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김선영에 대해 김환희는 “그저 영광”이라며 “무대에서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고 같이 무대에 서는 하루하루가 아깝고 보내기 싫은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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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평생 무대해 주세요. 선배님이 저를 ‘파트너’라고 얘기해주시는 게 너무 쑥스럽지만 무대에 계속 있어주시면 저도 더 열심히 해서 성장할게요. 선배님처럼요. 선한 영향력으로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매력을 가진, 부지런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환희의 말에 김선영은 “제가 크뤼거와 호프 나이가 되면 대사 몇줄 하고 들어가는 역이라도 할 수 있으면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민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그럴 수 있다면 좀 요란하지 않게, 무대 위에서 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짜 선배이자 어른으로 후배들 옆에 좀 더 오래요. 나이들어서까지 이렇게 좋은 작품과 배우들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리며 배우로 살 수 있다면, 그만큼 축복받은 삶이 어딨을까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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