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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피아니스트 조재철·오은철 “여기까지다. 안녕~그럼에도 여전히 피아노!”

입력 2021-05-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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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재철(왼쪽)과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

 

“처음 뮤지컬 ‘오디너리데이즈’(2018) 이범재 음악감독님께 제안을 받았을 때는 ‘재밌겠다. 한번 해보자’였어요. 재밌었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초연인데다 성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뮤지컬이었어요. 90분 공연인데 98분 몇십초를 쉼 없이 피아노를 쳐야 했죠. 없던 음악도 작곡해서 만들어 연주했으니까요.”



그렇게 처음 뮤지컬에 발을 들인 피아니스트 조재철은 “피아노가 없으면 연습이 안되니 계속 연습실에 있었다”며 “한달 동안 4kg이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힘든 기억이 너무 커서 ‘여기까지다. 재밌는 경험이었어. 안녕~’ 하고 다시 클래식 무대로 돌아갔어요. 딱 1년 지나니 외롭더라고요. 저는 더구나 솔로 연주가 많아서 더 그랬어요.”

외로움이 깊어지던 조재철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민 이가 이범재 음악감독이었다. 그렇게 ‘미드나잇: 액터 뮤지션’ 초·재연, ‘배니싱’ ‘포미니츠’ 그리고 ‘라 루미에르’ 연습까지를 연달아 작업하며 조재철은 “이제 저의 정체성은 뮤지컬 피아니스트”라고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이범재 음악감독님 덕에 여기까지 왔죠. 뮤지컬 ‘미드나잇’도 도전적인 무대예요. 피아니스트가 무대 위에서 지휘자 역할도 해야하는 작품이죠.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주하느라 손도 움직일 수 없어서 등으로, 어깨로, 고개로 지휘를 해야하거든요.”


◇조재철의 ‘자존심’, 오은철의 ‘사람들’ 덕분에! 여전히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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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재철(사진=이철준 기자)

 

“어려서부터 ‘입시’라는 길을 정해놓고 그걸 위해 살았어요. 입시를 위해 살아오다 보니 콩쿠르 특전인 전문장학금으로 대학에 입학하면서는 인생의 큰 목표가 없어졌어요. 어릴 때 콩쿠르에도 많이 출전하다 보니 대학에선 콩쿠르에 나갈 일도 별로 없었죠.”

스스로의 표현처럼 “갇힌 느낌이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온 조재철에게 뮤지컬은 ‘일탈’에 가까웠다. 조재철은 “집에서도 처음에는 굉장히 반대하셨다. 유학을 다녀와 귀국 독주회를 하고 강사를 하다가 교수가 되는 안정적인 삶을 바라셨던 부모님 입장에서 뮤지컬은 안정적이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며 “그때 많은 대화를 나눴고 지금은 너무 좋아하신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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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
“대학을 입학하고는 다 끝난 느낌에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학기마다 있는 실기시험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은 건 자존심이 상하고 싫었어요. 다 내려놓고 싶어 반항을 하려다가도 실기시험이 다가오면 ‘일단 이건 마무리 짓자’ 하게 되고…그 놈의 자존심 덕분에 여전히 피아노를 치고 있죠.”

조재철이 “자존심 덕분에” 여전히 피아노와 함께 하고 있다면 오은철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조재철이 “피아노 전공이 아닌, 작곡과라고 해서 놀랐다”며 그 실력을 인정한 피아니스트 오은철은 “사실 작곡과여서 피아노를 그만두려고 했다. 저는 연습량이 부족한데 비해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실력은 상향평준화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잘가~라고 인사하고 작곡에 집중하려고 했죠. 그러다 우연히 만난 악기하시는 분에게 탱고밴드를 하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고 ‘포미니츠’로 뮤지컬 데뷔까지 하게 됐죠.”

이어 “이렇게까지 피아노를 칠 생각은 아니었다”는 오은철은 음악감독인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 콘서트에서도, 뮤지컬 ‘포미니츠’ 예술감독으로 그를 뮤지컬로 이끈 양준모의 ‘오페라데이트’에서도 피아노를 연주했다.

“생각과는 다르게 피아노를 계속 치게 되니 ‘이걸 어떻게 감당하나’ 부담감이 크면서도 ‘이 길이 내 길인가’ 싶어요. 꾸준히 연주하다 보니 저만의 장점도 발견하게 되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라는 정체성도 찾게 됐죠. 여러 장르를 좋아하니 지금까지 해 온 록을 비롯한 여러 장르를 접목한 저만의 창작, 음악을 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어요.”


◇조재철의 시그니처 리스트 ‘노르마의 화상’, 오은철의 라흐마니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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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재철(왼쪽)과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

 

“항상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를 좋아했어요. 독주회, 정기연주회 등 큼지막한 연주회나 잘 됐다 싶은 무대, 콩쿠르 등에서 연주한 곡도 리스트였어요. 그 중 정말 많이 연주했던 곡이 ‘노르마의 회상’(Reminiscences de Norma)이죠. 제 주변 사람들한테는 ‘조재철’ 하면 ‘노르마의 회상’, ‘노르마의 회상’하면 ‘조재철’이라고 할 정도예요. 저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피아노 같은 곡이죠.”

조재철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노르마의 회상’은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오페라 ‘노르마’(Norma)의 여주인공 선율을 피아노 솔로로 편곡한 곡이다.  

 

“제 손이 잘 따라주는 건 리스트와 더불어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곡들이에요. 요즘 좋아하는 음악가도 추가됐는데 ‘포미니츠’로 알게 된 오은철 피아니스트예요. 파이노를 이렇게 칠 수도 있구나 싶고 많은 걸 배우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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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재철(사진=이철준 기자)

  

조재철의 말에 “저 역시 형의 피아노 연주를 좋아한다” 대꾸하며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로 라흐마니노프, 히사이시 조, 퀸을 꼽았다.

 

“특히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이면서 작곡가라는 정체성과 음악 자체가 제 성향이에요. 음악 안에 담긴 기승전결, 웅장함, 서정성 등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저 역시 그렇게 곡을 썼던 것 같아요. ‘피아노 협주곡 2번’ ‘교향곡’ 등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다 좋아요.”

 

오은철의 말에 조재철은 “피아노 협주곡 3번 3악장이 진짜 좋다”고 동의를 표했다. 조재철의 말에 “저는 2악장도 너무 좋다. 벅차오른다고 할까, 제 가슴 밑바닥에서 무언가를 끌어올린다”는 오은철에 조재철 역시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특별함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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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

“라흐마니노프가 유독 그래요. 간질간질, 전율이 오게 하죠.”



◇조재철의 ‘히즈피아노’ ‘와일드 그레이’, 오은철 포디콰 4집 앨범 프로듀싱과 방송 출연

“현재 진행 중인 ‘미드나잇’(5월 30일까지 대학로 TOM1관) 공연을 하면서 이범재 음악감독님과 함께 하는 ‘히즈피아노 온 브로드뒈이’(6월 9~21일 대학로 TOM1관) 그리고 뮤지컬 ‘와일드 그레이’(6월 3~8월 15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를 준비 중이에요.”

6월 18일 개막하는 제1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초청된 ‘포니니츠’ 무대에도 오를 조재철은 “더불어 7월 말부터 연습에 들어가는 뮤지컬 등 내년 1월까지 스케줄이 잡혀 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포미니츠’와 ‘포르테 디 콰트로 콘서트’ 투어를 마친 오은철 역시 이후 꽤 분주한 여정을 이어간다.

“포르테 디 콰트로 4집 앨범과 제 개인 앨범 프로듀싱 그리고 모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경연자로 출연할 예정이에요. 중학교 때부터 꾸던 꿈이 있어요. 히사이시 조처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이자 지휘자가 되고 싶어요. 그 꿈은 여전히 유효하죠. 그 꿈을 위해 계속 걸어가는 중입니다.”

 

조재철은 “뮤지컬을 하면서부터 꿈은 항상 같다”며 “‘포미니츠’ 같은 작품을 통해 피아니스트, 음악팀이 주목받고 관심거리가 될 수 있도록 무대 위에서 더 열심히 연주하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 위치에서 열심히 연주하고 경험을 더 쌓아서 음악, 드라마 등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면 음악감독이라는 꿈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 기쁠 때 들으면 더 기쁘고 너무 힘들고 슬플 때 들으면 펑펑 울며 모든 걸 털어낼 수 있는, 그런 연주를 하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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