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B사이드]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좌헌 ‘시간을 다시 돌려도 지금 여기!”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좌헌, 허규·송용진·조형균·백형훈·최민우, 고영빈·박영수·이충주·고훈정·김찬호·이승헌·장지후·노윤
차기작 뮤지컬 '아르토, 고흐'로 극과 극 체험 "가장 행복했던 '적벽' 준비하던 때만큼 뜨거운 마음으로!"

입력 2021-07-24 17:30

박좌헌-20210706-IMG_1646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

 

“너무 안정적이었어요. 처음으로 주식이란 걸 제대로 시작해봤고 가지고 싶던 맥북도 사고 유명 창작진들의 공연에도 꾸준히 설 수 있고…그렇게 행복했던 때도 없었던 것 같아요.”



사회성이 부족한 천재 프로페서 브이로 뮤지컬 ‘마마돈크라이’(8월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박좌헌은 서울시뮤지컬단에 연수단원으로 몸담았던 때를 “최고의 호시절”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서울시뮤지컬단의 연수단원 계약기간 만료 후 주어지는 정단원 오디션을 보지 않은 박좌헌은 “오디션 5만번을 채우는 목표에 집중했다.”

“날 안 괴롭히고 행복만 한 거예요. 이런 삶을 원한 게 아니었거든요. 엄마한테 ‘송강호, 유해진 등 대단한 배우님들은 밥도 못먹고 연극했대. 나도 그런 삶을 살거야’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고통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런 삶을 동경했죠. ‘일부러라도 굶을 거야’라는 제 말에 엄마는 ‘그 분들의 삶이 그런 의미는 아닐텐데 응원은 할게’라고 해주셨어요.”

그렇게 ‘오디션 5만번 채우기’ 미션을 위해 박좌헌은 하루 세 번씩 오디션을 보곤 했다. “안정적으로 모아뒀던 돈을 쓰면서, 나중에는 진짜로 굶어야하는 상황에 이른” 그 시간들에 대해 박좌헌은 “행복했다”고 털어놓았다. 

 

“교통비를 줄이려고 종로5가에서 오류동까지 (서울시의) 따릉이를 이용했어요. 제로페이로 계산하면 1000원으로 2시간을 탈 수 있으니 여의도까지는 갈 수 있었죠. 여의도부터 집까지 걸어가면서는 절로 운동이 되니 오히려 재밌었어요. 지금도 절대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더 빨리 그만뒀을 거예요. 더 나이가 들면 돈이나 안정감이 중요해질 때가 오겠죠. 하지만 지금은 돈이 더 중요한 시기는 아닌 것 같거든요.”

 

◇나를 닮은 브이의 인정욕구, 목표를 향한 백작의 올곧음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좌헌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제공=Page1, 알앤디웍스)

“브이는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게 가장 큰 포인트 같아요. 메텔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엄마의 눈물을 멈추기 위해서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하죠. 아주 어려서부터 저에게도 그런 인정욕구가 있어요.”


프로페서 브이의 인정욕구를 닮았다 털어놓은 박좌헌은 “거울을 보고 일상생활에서의 드립, 표정 등을 연습한다”며 “장난을 치다가 즉흥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내가 이렇게 하면 이런 반응이 나오겠지’ 식으로 생각하고 연습한다”고 고백(?)했다.

“처음엔 그 인정욕구를 인정 안했어요. 왠지 그걸 인정하면 찌질해진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행동으로는 인정받기 위해 몰래 엄청 노력하곤 했죠.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것 자체가 오히려 저를 너무 힘들게 하더라고요. 결국 인정욕구가 있다고 말을 하기로 선택하고 나니 그것도 재밌어요. 아직은 즐기고 있습니다.”

드라큘라 백작과는 “또렷한 목표를 향해 가는 올곧음에 공감이 간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박좌헌은 “저의 목표가 죽음은 아니지만, 그 목표를 위해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

“저도 이제 그런 삶에 발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내하면서 목표를 향해 가는 그런 길 위에 서 있죠. 그 목표란 무대에서 발을 떼지 않는 거예요. 목이 안좋아서 노래를 할 수 없게 되면 연극으로 무대에 발 딛고 연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목과 표정이 굳어버리면 스태프로라도 무대에 계속 남아 있고 싶어요. 무대에서 관객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축복이고 행복하거든요. 제가 뭐라고 저를 봐주는 사람들이 눈앞에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니 무대에 발 디딜 수만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오디션 5만번에 오른 ‘마마돈크라이’ 무대의 최대 난제 ‘땀’

박좌헌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

 

“익숙해지면 해결이 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되고 있어요.”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공연을 하면서 최고의 난제로 “땀”을 꼽은 박좌헌은 중앙대학교 시절 ‘적벽무’를 준비하던 때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적벽무’는 그가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 ‘주유’로 함께 했던 작품으로 2016년 대구국제뮤지컬페시트벌 대학생 뮤지컬 부문 우수상,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주관한 대학생뮤지컬축제인 ‘H-스타 페스티벌’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후 개발과정을 거쳐 ‘적벽’이라는 국립정동극장의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해 공연마다 매진되며 사랑받는 작품이다.

“정동극장에서 처음 공연되는 ‘적벽’까지 주유로 무대에 섰어요. 허리가 주저 앉고 디스크가 터지고…준비과정이 정말 힘들었던 작품이었어요. 그 힘든 공연도 익숙해지니 땀이 줄더라고요. 그래서 ‘마마돈크라이’도 어느 정도 공연을 하면 땀이 줄 줄 알았죠. 그런데 땀이 줄 때가 되도 안준다 싶은 순간 더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여전히 해결이 안되는 땀 덕분에 “음향팀에서 제 마이크에는 수염을 붙이는 본드를 쓰신다”며 “여기저기 테이프도 덧붙여야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아르토 고흐
뮤지컬 ‘아르토, 고흐’ 고흐 역의 박좌헌(사진제공=네버엔딩플레이)

“저 이전까지는 (송)용진 형이 레전드였대요. 음향 선생님이 밭은 간격으로, 한 군데에 테이프를 세개씩을 붙이고 이어로프도 최대한 떨어뜨려 달아주시면서 한숨을 쉬세요. ‘이제부터 (박)좌헌 배우가 레전드’라고. 개막도 전에 이미 마이크를 망가뜨렸을 정도죠. 한약도 먹어보고 온몸에 데오그란트도 뿌려보고…별 방법을 다해봐도 해결이 안돼요. 어떻게 해도 해결이 안되니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높은 텐션과 행복감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땀을 흘립니다.”


 

◇극과 극 체험, 차기작 ‘아르토, 고흐’

 

“창작진, 스태프 선생님들이 ‘(조)형균 배우랑 좌헌 배우는 항상 텐션이 높다’고들 하세요. 원래 텐션이 높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저는 올리지 않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갈 수가 없어요. 그런데 차기작인 ‘아르토, 고흐’의 고흐는 텐션이 없어야 하는 역이에요,”

‘마마돈크라이’ 공연과 차기작인 뮤지컬 ‘아르토, 고흐’(8월 6~10월 3일 유니플렉스)의 연습을 병행하고 있는 박좌헌은 “극과 극 체험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아르토, 고흐’에서 고흐는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도 아니고 아르토의 상상 속에서 불러낸 캐릭터예요. 고흐 연기를 하지만 아르토가 온전치 못한 정신상태에서 생각하는 고흐이다 보니 슬픔과 고통, 고뇌, 사색 등으로 다크하고 격렬한 신도 있어요. ‘마마돈크라이’ 공연이 끝나고 ‘아르토, 고흐’ 연습실에 가서 하이텐션으로 인사하고 연습하다가 공연장에 와서 다운되기도 하고…가끔 헷갈리긴 하지만 너무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뮤지컬 ‘아르토, 고흐’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시인이며 배우인 잔혹극의 대가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 안재영·유승현, 이하 가나다 순)가 정신착란으로 정신병원에 갇혀 빈센트 반 고흐(김준영·박좌헌·유현석)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좌헌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읽은 앙토냉 아르토의 에세이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사회가 자살시킨 사람 반 고흐’를 통해 ‘편견 공부’ ‘있는 그대로의 세상 바라보기’에 한창이다. 

 

Untitled-1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

“모두가 고흐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후대에는 최고로 추앙받잖아요. 왜 이 사람들은 시대와 다른 결의 모습이었을까, 예술은 뭘까 많은 생각을 했죠. 어쩌면 다수가 정해진 틀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판단하고 정신병이라는 편견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경우들이 많더라고요. ‘아르토, 고흐’를 준비하면서 제가 가진 편견 없애기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아르토, 고흐’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세자전’ ‘라흐마니노프’ ‘데미안’ 등의 오세혁 각색·연출작으로 ‘광염소나타’ ‘난설’ ‘리틀잭’ ‘어린왕자’ ‘달과 6펜스’ 등의 다미로 작곡가·음악감독, ‘무인도 탈출기’ ‘개와 고양이의 시간’ ‘카포네 트릴로지’ 등의 이현정 안무가 등이 힘을 보탠다.

“초연이다 보니 창작진,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만들고 있어요. 함께 만들어갈 여지가 많아서 가슴이 굉장히 뜨거워요. 가장 행복했던, 대학생활 막바지에 ‘적벽’을 만들 때만큼 뜨겁죠. 더운 날보다도 뜨거워서 땀을 더 흘리고 있어요.”

 

 

◇시간을 돌려도 “지금 여기! 행복하니까”

박좌헌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

“연극 ‘오슬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이나 고선웅·손진책 선생님과 함께하는 국립극단 작품을 해보고는 싶어요. 연기를 너무 잘하고 싶고 깊게 파고 싶거든요. 그렇게 배운 연기를 뮤지컬과 접목시켜서 잘 해내고 싶어요.”


이어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에 대해서는 “조커 같았으면 좋겠다”며 “저는 되게 밝지만 비참하고 끊임없이 뭔가를 갈구하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스메르쟈코프를 예로 들었다.

“결핍과 슬픔이 스며있고 비참하고 비루하면서도 목적성은 뚜렷한 그런 캐릭터요. 하고 싶은 작품들, 좋은 작품들은 많지만 지금 당장 욕심나는 배역은 스메르쟈코프예요.. 단기간 목표로 잡을 수 있는 배역이 있다는 게 행운이죠.”

그리곤 “사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도 스메르쟈코프로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다” 고백하며 “떨어졌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그 창작진들 앞에서 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을 보탰다.

“이번에 ‘아르토, 고흐’로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창작진과) 같이 하니 지금은 또 행복하죠. 그래서 극 중 프로페서 브이처럼 시간을 돌릴 수 있어도 저는 어디로도 안갈 거예요. 과거에는 행복하기도 했고 고통인 시간도 있고 방탕했던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시간들은 거기에 그대로 남겨뒀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거든요. 그리고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어디로든 돌아가면 지금 이 마음을 못느끼잖아요.”

“그래서 전 안갈래요”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 박좌헌은 “지금 저의 최대이슈는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밝혔다.

“초등학교 때부터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항상 미래를 걱정하고 진로를 고민하고…이제는 멀리 내다보기 보다는 오늘이 가장 중요해졌어요. 그런 오늘이 모이면 1년이 되고, 그 1년들이 모여 10년이 되고, 10년들이 100년이 돼서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