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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기호15 인공지능 "부패 없는 참일꾼, 현실정치 제가 바꾸겠습니다"

[안종배 회장의 인공지능 메타버스 미래세상] AI·메타버스 시대, 정치·선거 新패러다임

입력 2022-02-28 07:20
신문게재 2022-02-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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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새로운 정치 체제를 창조해 가고 있다. 오랫동안 현대 정치 제도의 근간이 되어온 대의민주주의와 국회를 변화시키고 인공지능 국회의원 등 새로운 유형의 정치 패러다임을 등장시키고 있다. 특히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열하게 전개되는 선거전에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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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로 바뀌는 민주주의 정치의 명암 

인공지능은 민주주의 정치를 발전시킬 것인가, 아니면 전체주의를 강화시킬 것인가.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우리는 인공지능을 통해 민주주의를 ‘시민민주주의’로 발전시킬 수도 있지만 반대로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로 대표되는 독재적 전체주의의 수렁으로 빠져 들 수도 있다. 1689년 “의회 승인 없이 법을 제정하거나 세금을 거둘 수 없다”는 영국의 권리장전을 시작으로 1776년 미국 독립혁명, 1789년 프랑스 혁명 등을 계기로 지금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의민주주의’ 정치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커지면서 시민이 직접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시민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고 있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거버넌스’가 구축되면 누구나 쉽게 정책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의견의 집계가 투명하게 자동화 되며, 국민이 스스로 자율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결정하는 시민참여민주주의로 변화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주인이 국민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엔 독점과 감시를 통해 전체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도구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를 악용하려는 소수 정치 집단의 위험을 극복해내는 힘든 노력이 필요하다.   

긍정적으로 보면, 인공지능이 분산형 시스템인 블록체인과 연결되면 국민이 스스로 정책이나 법률을 제안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이 정책이나 법률을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추가 비용 없이 직접·비밀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직접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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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개발자 닉 게릿슨이 세계 최초의 만든 인공지능 정치인 샘(SAM)은 기성 정치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까지 갖고 있어 주목된다.

◇ 인공지능 국회의원과 메타버스 정치 시대가 올까?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1762년 <사회계약론>을 통해 “시민이 자유롭다고 느낄 때는 대의원을 선출할 때 뿐이며, 선출이 끝나면 그들의 노예가 된다”며 “시민이 뽑는 대의원이 또 다른 특권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예견대로 국민이 뽑는 대의원인 국회의원과 지자체 의원들은 지금 거의 모든 나라에서 최고 특권을 누리면서, 국민의 권익을 위한 대리자가 아니라 자신과 자신이 속한 정당의 권익을 위한 특권층이 되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발전과 더불어 이를 통해 대의민주주의의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경주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MIT 미디어랩의 세자르 히달고(Cesar Hidalgo) 교수는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를 통한 ‘증강 민주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AI로 자신의 에이전트를 구현하고 이를 통해 각자 의견을 반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 참여 민주주의다. 인공지능을 통해 개인의 정치, 사회적 성향과 취향, 상황 등을 고려해 정치적인 안건을 결정할 수 있는 개인별 에이전트를 구현하고 이들이 메타버스로 언제든 필요할 때 개개인 시민을 대신해 직접 투표로 각종 안건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대안은 현재의 정치인들을 인공지능으로 바꾸는 것이다. AI 정치인은 인간 정치인과 달리 사리사욕이 없고 특정 조직이나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으며 최적의 예산 분배와 정책 결정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2016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서 AI 연구자인 벤 괴르첼(Ben Goerzel) 박사팀은 ‘AI 정치인(ROBAMA: Robotic Analysis of Multiple Agents)’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AI 기술로 정치인이나 관료의 부정부패와 편파적 정책 결정을 극복하고 공정한 정책을 입안해 정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였다.

이후 2017년 뉴질랜드에서 실제 세계 최초의 AI 정치인 ‘샘(SAM)’이 등장했다. 닉 게릿센(Nick Gerritsen)이 개발한 여성 인공지능 정치인이다. 샘의 목표는 뉴질랜드 의회에 진출해 총리가 되는 것이다. 그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유권자들과 대화하고 이슈와 선거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 보다 많은 사람과 접촉할수록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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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마시 시장 선거에 출마한 인공지능 후보 포스터.

2018년 4월 15일에는 일본의 도쿄도 다마시 시장 선거에 인공지능 후보 마츠다 미치히토(44)가 무소속 출마했다. 일본 선거법상 피선거권은 사람만 가능하기에 사람인 마츠다가 대리로 나섰다. 마츠다는 “시장에 당선되면 인공지능에 주요 정책을 위임하겠다”고 공약했다. 선거 포스터에는 사람 마츠다가 아니라 로봇의 얼굴이 인쇄되어 게시되었다. 2018년에는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Yandex에서 AI 비서로 개발된 ‘앨리스(Alice)’가 러시아 대통령 대선후보에 출마해 화제를 뿌렸다. ‘당신을 가장 잘 아는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건 인공지능 앨리스는 선거에서 수천 표를 얻었다.

2021년 스페인의 IE유니버시티 정부변혁센터는 유럽 국가 11개국 2769명에게 국회의원 의석 수를 줄이고, 이들을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응답자의 51%가 찬성했다. 스페인(66%)과 이탈리아(59%), 에스토니아(56%) 등에서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국내에서도 공식적이진 않지만 필자가 2021년 강의하면서 1200명에게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현재의 인간 국회의원보다 AI 국회의원이 정책과 법률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것이 더 좋다고 답했다. 그만큼 현재의 정치인을 대의민주주의의 병폐로 보고, 이를 AI로 대체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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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인공지능 모델.

◇ 3·9 대선 ‘디지털 선거전’ 

국내에선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운동으로 여야 대선 후보들 간의 ‘디지털 선거전’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마다 자신의 인공지능 아바타 모델을 내세워 각종 가상공간에서 메타버스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새해 메시지를 담은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를 발행해 경매에 부쳐 판매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인공지능 영상·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하여 이재명 후보의 얼굴과 목소리 뿐만 아니라 사소한 몸동작까지 구현한 ‘AI 이재명’이 유세차에서 기초 지자체 맞춤형 공약을 설명하며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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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인공지능 모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021년 12월 6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부터 ‘AI 윤석열’이 등장했고 딥러닝 기술과 딥휴먼 인공지능 기술로 더욱 업그레이드 하면서 윤석열 후보의 얼굴과 표정, 머리 스타일, 말투, 목소리까지 똑 닮은 모습으로 윤 후보가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곳에서 선거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직접 구성한 ‘폴리버스 캠프’라는 메타버스를 통해 지난해 11월 청년정책 1차 공약을 발표했다. 넷플릭스에서 이름을 차용한 ‘안플릭스(Ahn-flix)’라는 OTT 서비스를 통해 유튜브 ‘공부왕찐천재’ 등 과거 예능출연 영상이나 정치 활동상을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과 메티버스를 활용한 디지털 선거전은 그러나 아직 초기단계인 탓에 부작용도 심심치 않게 노출되고 있다. 상대 후보의 소셜 미디어 등에 침투해 ‘비방의 장’으로 만드는 게 대표적이다. 가짜 영상들도 상당 수 유포되어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을 대한 효율적인 대처 방안 마련이 향후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정치의 과제가 될 것이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대한민국인공지능메타버스포럼 공동회장 daniel@cleancontent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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