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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 금리 1%p 올린 한은, '물가와 성장' 균형 잡을수 있나

입력 2022-04-14 15:19
신문게재 2022-04-15 3면

20220414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_사진3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총 네 차례, 100bp(1%포인트) 올린 가운데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물가상승 압력도 장기화되면서 연내 우리 금리상단이 2~2.5%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물가는 4%에 근접하고 경제성장률은 2%대 중후반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이 ‘물가와 성장’ 사이에서 통화정책의 균형을 잡는 게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한은 등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4월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 금리 인상으로 180도 바뀐 결정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있었다.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조정 시기를 판단하는 요인으로 지난 2월의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라는 문구가 삭제되고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문구가 새로 포함됐다.

이날 금통위를 주재한 주상영 금통위원은 “한 달여 기간 동안 대내외 여건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산 원유의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133달러(3월8일 기준) 까지 치솟았다가 미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결정 등으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100달러 수준(13일 기준 102.44달러)이다. 3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4.1%,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에너지 제외)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2.9%로 상승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 2월 전망수준(3.1%)을 크게 웃돌고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상당기간 3% 내외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다.

주 위원은 “2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상승 압력이 가속화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도 3%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왔고 수요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도 3%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주로 공급측에서 발생한 물가상승이라도 예상보다 장기화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실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므로 지금으로선 물가 상방 압력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 보다 물가 압력을 더 우선해야 하는 시점이었다는 설명이다.

한은의 이번 0.2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0.25~0.50%)와의 격차는 1.00~1.25%포인트 벌어졌다. 하지만 미국이 ‘빅스텝’(0.50%) 인상을 두 차례만 해도 이 격차는 금세 좁혀질 수 있다. 미국은 다음 달부터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과 미국의 긴축 속도 등으로 시장에서 예상하는 한은의 연내 금리 상단도 이전의 1.75%에서 2~2.5%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3월 FOMC 등을 보면서 연말 수준의 금리를 당초 1.75%에서 2%까지 올라가는 경로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2%까지 오른다면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일각에선 연말 기준금리가 2.5%에 도달할 가능성도 예상한다.

다만 한은이 치솟는 물가나 경제 펀더멘털이 좋은 미국의 긴축 속도만 보고 금리를 따라 올릴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기의 하방 요인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현재 경제성장 전망을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에 발표될 올해 GDP 성장률(수정 전망)은 지난 2월 전망치(3%)를 밑도는 2% 중후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한은은 성장 둔화 우려와 물가 상승 압력 사이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 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의 상방 위험을 높이는 건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의 하방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오늘의 결정은 물가의 상방위험에 보다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며 “물가상승 압력이 지금 전망 수준에서 계속 유지되는데 성장 하방위험이 더 커지는 경우에는 경기 하방위험을 더 중점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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