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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창의적인 액티비티 플랫폼 꿈꾸는 LG아트센터 서울 이현정 센터장 "결국 콘텐츠”

[짧지만 깊은: 단톡심화] 마곡시대 준비하는 'LG아트센터 서울' 이현정 센터장

입력 2022-06-23 18:30
신문게재 2022-06-24 11면

LG아트센터 서울
안도 다다오 작품인 LG아트센터 서울 외관(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한 시장조사, 관객조사 결과 일산 지역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연장은 예술의전당이었어요. 인지도가 가장 높고 자주 가는 공연장도 예술의전당이었어요.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기 보다는 신뢰도가 높은, 보고 싶은 공연이 많은 공연장이죠.”

10월 13일 개관으로 마곡시대 첫발을 디딜 LG아트센터 서울의 이현정 센터장은 “두 가지를 확신했다”며 “관객들은 결국 ‘가까운 데만 가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보러 간다’ 그리고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어떤 특정 지역에만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안도다다오 #다목적그랜드시어터 #블랙박스극장 하드웨어는 갖춰졌다!

LG아트센터 서울
안도 다다오 작품인 LG아트센터 서울의 게이트 아크(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인 LG아트센터 서울은 그의 시그니처 요소인 ‘튜브’(Tube), ‘게이트 아크’(Gatee Arc), ‘스텝 아트리움’(Step Artium)으로 무장하고 1355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LG 시그니처 홀’과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 ‘U+ 스테이지’ 그리고 2개의 리허설 룸, 예술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위한 3개의 클래스룸, 1개의 스튜디오, 5개의 F&B 매장 등으로 꾸린다. 

소음을 최소화한 박스 인 박스(Box in Box) 양식으로 관객을 위한 건축 및 디자인 요소로 무장한 LG아트센터 서울은 보다 넓어지고 변형이 자유로워진 무대와 오케스트라 피트, 탁월한 음향 시스템, 무대장치 및 공연장 내 시스템 이동 및 설비의 편이성 등 하드웨어는 제대로 갖춰 가고 있는 듯 보인다. 

LG아트센터 서울
마곡에 새로 자리잡은 LG아트센터 서울의 LG시그니처홀(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10월 13일 개관을 결정하고 12월 18일까지 1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개관 페스티벌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꾸리는 개관식을 시작으로 이날치 신작 ‘물밑에서’(가제), 이자람의 ‘노인과 바다’, 안무가 김설진·김재덕과 비보이크루 갬블러·엠비크루가 협업하는 ‘브레이크 스루’(Break Through),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선우예권이 협연하는 ‘세헤라자데’, 박정현 콘서트 ‘지금’, 새로워질 이은결의 ‘더 일루션-마스터피스’ 등이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현대무용의 거장 아크람 칸 컴퍼니의 ‘정글북: 또 다른 세계’,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함께 하는 알 디 메올라 재즈 트리오 공연,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협연, 요안 부르주아 컴퍼니의 ‘기울어진 사람들’&‘푸가/트램펄린’ 등 해외의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도 LG아트센터 서울의 개관을 함께 한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프레젠테이션 중인 LG아트센터 서울 이현정 센터장(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22년 간 역삼역 인근에서 초대권 없는 공연장으로 사랑받았던 LG아트센터가 마곡지구 서울식물원 내로 이전하면서 높아진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이 센터장은 “결국 콘텐츠”를 강조했다.

“바로 집 앞에 공연장이 있다고 자주 가지는 않아요. 결국 콘텐츠가 경쟁력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죠. 지난 22년 간 450만 관객을 맞은 역삼동 LG아트센터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좋은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수한 공연들, 관객들이 보고 싶은 공연 등 그 극장에 가고 싶게 하고 신뢰할만한 프로그램이라면 LG아트센터 서울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믿습니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
LG아트센터 서울 이현정 센터장(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지금 이 무대에서 빛날 콘텐츠들의 향연


“역삼 LG아트센터는 ‘유일성’이 주요 차별화 전략이었어요. 하지만 마곡에서의 차별화는 ‘유일무이’한 공연은 아닙니다. ‘여기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기 보다는 이 공연장에서 보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그게 차별성이라고 생각해요.”


조성진, 선우예권, 클라라 주미 강, 이자람, 이날치, 이은결…개관 페스티벌 라인업은 지금까지 LG아트센터가 꾸려온 프로그램과는 결을 달리 한다. ‘유일성’ 보다는 ‘강서지역 유일의 다목적 공연장’이라는 정체성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이현정 센터장은 “저희의 경쟁상대는 롯데콘서트홀이나 예술의전당이 아니다”라며 “다른 공연장에서 볼 수 있고 이미 다른 데서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던 공연을 멀리 가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도 차별화 요소 중 하나”라고 털어놓았다. 

“지금 여기서 공연함으로서 빛날 작품, 강서에서 1300명이 와서 볼만한 공연이면 라인업에 포함시켰어요. 새로운 관객들에게 좋은 극장에서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차별화 전략이죠. 경쟁이 아닌 협업, 주변 관객들에게 밸류를 주는 것이 중요한 극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다른 공연장에서도 볼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올해의 프로그램도 작품 하나하나에 힘을 실었고 다른 극장과의 차별화 포인트를 넣었다”고 덧붙였다. 

 

“이날치는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프로 한 신작 음악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처음 선보입니다. 음악극이 아닌 콘서트지만 박정희 연출, 여신동 무대디자이너 등이 협업해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 음악과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지는 공연이죠.”

LG아트센터 서울
안도 다다오 작품인 LG아트센터 서울 튜브(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더불어 “이자람의 ‘노인과 바다’는 대극장으로 키워서 온다. 지방투어 중 대극장에서 공연을 하기는 했지만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또 다르게 선보인다”며 “아티스트 이자람이 LG시그니처 홀과 U+ 스테이지를 직접 방문해 보고 대극장에서도 ‘노인과 바다’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했고 ‘상상을 통해 파도를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고 말을 보탰다.

“개인적으로는 김설진, 김재덕 안무가와 비보이 크루가 협업하는 ‘브레이크 스루’가 야심작입니다. 지난해 서울문화재단 개발 프로그램으로 만났던 팀들로 새로운 안무로 작품을 꾸리죠. 이은결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새로운 세트를 제작하며 구성을 고민 중이에요. 완전 새로운 작품은 아니지만 LG아트센터 서울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새로운 것을 담은, 좀더 스펙타클하게 발전·변화시킨 버전이죠. 이은결의 마술 공연은 예술성과 대중성이 잘 어우러져 있고 휴머니즘을 내포하고 있어요. 어떤 연령층이든 좋아할만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죠. 더불어 LG아트센터에서 마술공연도 한다는 새로운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진짜 은둔고수를 찾아서
 
LG아트센터 서울
마곡에 새로 자리잡은 LG아트센터 서울의 블랙박스 극장 U+스테이지(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결국 실험은 프로그램하는 사람들이 얼만큼의 의지를 가지고 만들고 운영하느냐에 그 성공여부가 좌우됩니다. 게다가 실험적인 작품을 찾는 데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협업’입니다.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진 공연장을 제공한다 공표하고 자발적으로 예술가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무대는 물론 객석까지도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블랙박스 극장을 열며 ‘실험’과 ‘발굴’ ‘인큐베이팅’ 등의 가능성과 의지를 표명한 시설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 ‘실험’ 보다는 ‘안정’을 택하며 ‘굳이 블랙박스 극장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공연들로 꾸려지며 원래 취지는 흐지부지되곤 했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다양한 ‘실험’ 플랫폼이 될 U+스테이지 운영에 대해 이현정 센터장은 “협업”을 강조했다. 이어 “수많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있지만 주로 ‘공급자’가 주도해 왔다”며 “저희는 판을 깔 뿐 실험은 아티스트가 주인공”이라고 부연했다.

 

“인큐베이팅 관련해서 지난해부터 아티스트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공모, 지정공모 등의 의견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작품 경력이 있고 일정 수준이 보장된, 정해진 분들을 여타 기관과 똑같은 방식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진짜 은둔 고수를 찾고자 합니다. 어딘가 존재하지만 방법을 몰라 나오지 못하는 분들을 담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죠.”


◇창의적인 액티비티 플랫폼을 꿈꾸며 “2023년을 더 기대해주세요!” 

현장사진_아트센터장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프레젠테이션 중인 LG아트센터 서울 이현정 센터장(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똑같은 공연도 LG아트센터에서 할 때와 예술의전당에서 할 때 관객층이 완전 달랐어요. 역삼 LG아트센터는 1000석 규모의 단일 공연장으로 비즈니스 타운 내에 위치하며 목적 지향적으로 공연을 보로 오는 분들에 타깃 오리엔트된 극장이었죠. 똑같은 공연인데도 LG아트센터는 정말 진지하게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예술의전당 관객들은 편하게 공연을 즐기셨죠.”


이렇게 전한 이현정 센터장은 “마곡지구의 LG아트센터 서울은 새로 개발된 지역이고 공원 내에 자리잡았고 어떤 관객이 오실지 알 수가 없다”며 “이에 지금은 극장을 널리 알리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짚었다.

“지금은 ‘우리 여기 왔어요’를 알리고 다양한 공연을 수용하며 어떤 관객이 오시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동시에 우리 극장이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물리적 거리도 관객동원에는 상관없다는 것도 입증해야 하죠.”

 

서울시 기부채납 후 20년간의 사용수익권을 확보해 LG연암문화재단에서 운영할 LG아트센터 서울이 정체성을 확보하고 자리를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을 “3년 정도로 예상 중”이라고 이현정 센터장은 귀띔했다. 

“ 조수미, 홍혜경, 피나 바우쉬 등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포진돼 있었지만 (2000년) 역삼 LG아트센터 개관 해에도 유료관객이 60%에 그쳤어요. 하지만 바로 다음해 80%를 달성할 수 있었죠. 결국 콘텐츠와 신뢰도였어요. 마곡 LG아트센터 서울도 신뢰도를 쌓으면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이현정 센터장은 “창의적인 액티비티가 이뤄지는 공간을 꿈꾼다”며 “아티스트든 관객이든 그곳에 가면 창의적인 무언가가 일어나고 재밌는 걸 볼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2023년의 공연을 더 많이 기대해주세요. 그때부터 LG아트센터 서울의 솔직한 색이 드러나기 시작할 겁니다. 그걸 발판삼아 창의적인 액티비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테니까요. 역삼동에서도 좋은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더니 마곡에서도 그렇구나 생각하시게 될 거예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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