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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지구 다이어터들이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 '보통의 용기'

[#OTT] 티빙 다큐 영화 '보통의 용기'
환경 다큐멘터리에서 출발, 티빙통해 대중과 만나
전혜진,이천희 부부 5년 만의 동반출연 "환경보호에 남녀없다"
공효진 생수회사에 거침없이 전화걸어 "PET말고는 생수병 제작 안되나요?"

입력 2023-02-15 18:30
신문게재 2023-02-16 11면

보통의 용기
배우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 등이 일주일 간 탄소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KBS의 예능 프로그램 ‘보통의 용기’ 공식 포스터(사진제공=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보통’(普通). 사전적 정의로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인 일반적인 것을 뜻하는 이 단어처럼 흔히 쓰이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도 저도 아닌 것’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티빙에서 서비스되는 ‘보통의 용기’는 정말이지 보통이 ‘아니’다.


시작은 평소 절친인 세 배우가 ‘환경’에 대해 대화하면서다. 중학교 시절 호주에서 유학하면서 천혜의 자연 환경을 겪었던 공효진과 절친이자 동료 연기자인 이천희 그리고 아역배우출신의 워킹맘으로 열혈활동 중인 전혜진이 의기투합했다.



이천희와 전혜진은 부부로 캠핑광으로 알려져있다. 가구사업가로도 활동 중인 남편은 뭐든 뚝딱 만들었고 전혜진은 똑소리나는 연기력을 살림에도 녹여내는 재주를 지녔다. 흔히들 ‘캠핑은 장비빨’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즐겨온 캠핑을 통해 자급자족의 삶에 익숙했고 공효진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알아주는 친환경 운동가였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송혜교는 절친인 그에 대해 “양치할 때 틀어놓는 물조차 물 부족인 지구를 살려야 한다고 할 정도로 잔소리(?)에 시달린다”고 밝혔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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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이 통하는 이들도 때론 다투고 화해하며 또 다른 점을 고쳐나간다. 이 작품의 공동 기획자로 이름을 올린 공효진의 모습. (사진제공=티빙)

 

뭉칠 때는 뭉쳐도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왔던 이들은 ‘환경 삼총사’로 함께 한다. 탄소 없는 생활을 해보겠다며 무작정 에너지 자립섬 죽도로 떠난 것. ‘보통의 용기’는 이들이 짐을 싸는 순간과 환경에 무해한 일을 했을 때 심을 수 있는 나무 수 그리고 소비할 때마다 발생하는 탄소를 숫자로 제시한다. 그간 무수히 반복된 잘 짜여진 예능이나 사전에 섭외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끼니를 때우는 라면이나 물 조차 계산되는 탄소의 양을 본 이들은 경악한다. 그리고 공효진은 촬영 초반 “환경보호를 무슨 강박으로 느낄까 걱정”이라며 카메라를 끄고 제작진과의 대화를 요청한다.

그렇게 자칫 뻔하게 흘러갈 수 있는 스토리는 전환점을 맞이하며 비로소 ‘보는 맛’을 제공한다. 이들을 따라붙던 관찰 카메라는 멀리 떨어지고 대신 이들은 머리를 맞댄다. 평소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과대 포장, 생수병, 플라스틱 사용 등에 대해 각종 아이디어를 낸다. SNS를 통한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탄소제로를 소재로 한 촬영 중인데 어떤 걸 다뤘으면 좋겠는지 알려달라” 의견을 구하고 도움을 청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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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인간에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짐은 어느 정도일까. (사진제공=티빙)

 

러닝타임 92분의 짧은 분량 속에 ‘보통의 용기’는 문화적 생산자인 스타들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죽도의 해변에 쌓인 수많은 플라스틱 병을 보고 용감하게(?) 생수 회사를 알아본다. 플로깅(조깅+쓰레기줍기)을 통해 무해 종이팩 사용의 절실함을 깨달은 것. 건강을 위해 생수를 마시지만 그걸 담고 있는 PET 재질의 용기는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이 되면 환경호르몬이나 발암물질이 유발되는 걸 이미 알고 있지만 편리하다는 이유로 지갑을 열고 있다.

환경규제에 나선 각종 브랜드들이 분리수거를 위해 노라벨 제품을 출시하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면 할인도 해주지만 소수의 사람만이 이에 동참할 뿐이다. 게다가 라벨이 없다고 생수병이 유리로 바뀌어 판매되는 기적이 일어날 리 만무다. 가격은 비싸지고 무게는 더 무거워질 것이며 정작 구매로 이어지진 않을테니까.

이에 환경 삼총사들은 철저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수회사에 전화를 건다. 상호명은 노출되지 않지만 단지 유명인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이 아닌 소비자라고 밝힌 이들이 “친환경 용기에 담은 생수병은 왜 안 나오나요?”라고 질문하면 전화는 바로 끊기거나 담당 부서가 아니라는 답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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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기에 앞서 이 작품에서 만큼은 가구사업가로서 활약하는 이천희. (사진제공=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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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진이 보여주는 소탈한 매력은 이 작품의 빛나는 보석이다. 주부내공 11단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줌과 동시에 모델출신인 이천희,공효진에 밀리지 않는 패션센스와 비주얼을 자랑한다. (사진제공=티빙)

 

‘보통의 용기’는 점차 지쳐가던 스타들의 실망과 죽도에서의 덤덤한 일상 위에 종이팩 생수를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모습을 얹힌다. 유명인으로 살지만 동시에 지구인이기도 한 이들의 기쁨은 기업의 관심을 얻으면서 정점에 달한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를 통해 절친이 된 엄지원은 공효진의 전화 한통에 스케줄을 조정해 죽도로 달려와 깜짝 CF를 찍는다. 반사판과 촬영, 편집은 모두 삼총사의 몫이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대기업의 제품생산과 유통으로 이어지는 후반부는 드라마틱함의 연속이다.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반성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 대응을 제기하는 ‘보통의 용기’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작은 발걸음이지만 실로 담대한 생태적 실천이다. KBS 환경 예능 ‘오늘부터 무해하게’에서 출발한 이 작품의 스코어는 극장에 걸린 시간이 아무리 짧았어도 고작 1000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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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도, 콘셉트도 본인들이 가진 자연스러운 평소 모습을 보여준 ‘보통의 용기’속 한 장면. (사진제공=티빙)

 

여러 모로 아쉬운 성적이지만 티빙을 통해 최소한의 물건으로 자연에서 흔적 없이 머물기 위한 탄소 다이어터에 도전한 주인공들의 의도가 더 많이 전달되길 바랄 뿐이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화보집을 내는 게 당연했던 시대에 환경에 관한 수필집 ‘공책’을 출간하고 실제로 업사이클링 회사 슈퍼매직팩토리를 운영했던 공효진이 공동 기획자로 프로그램 전반에 참여했으며 이천희, 전혜진이 무려 5년 만에 투샷으로 잡혀 훈훈함을 더한다.

지난해 언론시사회 직후 구민정 감독은 “용기를 낸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보통의 용기’들이 모여서 때로는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환경 다큐(멘터리)라기 보단 용기를 내 부딪히고 나아가는 성장 영화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연출의도를 밝혔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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