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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공항에서 잃어버린 '내 짐'이 합법적으로 팔릴 때, 당신의 선택은?

디즈니+ 다큐 ‘공항분실물 여행’, 과연 분실일까 싶은 물건 수두룩 보는 재미 '쏠쏠'

입력 2023-04-04 20:06

공항분실물여행
디즈니 플러스의 44분짜리 다큐멘터리 ‘공항 분실물 여행’의 한 장 면.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놀라지 마시라. 미국에는 300개의 민간 항공사가 있고 이 중 가장 큰 공항에 속하는 JFK공항에서는 무려 한화 13억원의 현금이 옷 속에서 발견된다. 9.11이 터진 이후 공항 검색대에서 옷과 벨트, 신발을 한 번이라도 벗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문제는 이 검사가 시작된 이후 의외로 옷을 벗고 나서 그대로 두고 가는 사람이 어마무시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두고 간 외투, 바지 그리고 손가방에서 발견된 돈은 한달 정도의 보관 기간을 거쳐 공항에서 운영 중인 장학회나 기부센터의 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



디즈니+의 다큐멘터리 영화 ‘공항분실물 여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한산했던 분실물 센터 직원들의 푸념(?)으로 시작된다. 전세계적인 팬데믹이 끝나고 전 세계에서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하물 분실 건수는 그야말로 수직상승 중이다. 항공사에서는 관리 직원을 줄였고 이후 이용객들이 늘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짐들이 넘쳐 나고 있는 것.

이용객들이 부친 짐들이 도착하는 곳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공항에서 두고 가는 짐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카메라는 캐리어에 카메라를 붙이고 ‘수하물 여행’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사실 승객들도 궁금했을 것이다. 인당 초과되지 않게 캐리어를 싸고 그 가방이 어떤 식으로 비행기에 실리는지를. 

 

AMERICAN AIRLINES-PILOTS/CONTRACT
미국에서 짐 분실사고 대부분은 주인을 찾아가지만 5% 미만은 영영 사라진다. 모종의 이유로 찾아가지 않는 짐들은 경매로 부쳐진다.(연합)

 

카메라는 카운터에 붙인 짐이 비행기에 실려가기까지 많게는 몇㎞를 컨테이너 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담는다. 흡사 미로처럼 펼쳐진 곳을 빠르게 달리다 보면 결국 인간의 손에 닿는다. 비행기 안에 켜켜이 가방을 쌓는 건 누가 봐도 이주 노동자의 몫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른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도 한 때 이 일로 생계를 꾸린걸로 전해진다. 

 

‘공항분실물 여행’은 분명 승객들이 직접 들고 부친 짐들도 오배송이 생기고 찾아가지 않아 버려지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찾아가지 않는 짐들과 더불어 환승하며 두고 간 물건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많이 버려(?)지는 건 목베개 그리고 휴대폰과 노트북이다.

간혹 틀니, 각종 장신구를 비롯해 고가의 자동차도 있다. 한 스포츠 스타는 공항에 캐딜락을 주차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팀계약이 끝나자 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주차비는 쌓이고 에이전시에 연락해봐도 묵묵부답이자 결국 일년에 한번 공항에서 열리는 경매에 부쳐졌다.

다큐에는 시세보다 싼 공항분실물 경매에 참여한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간과하지 않는다. 이들은 아이폰 5대를 100만원에 구입하고 한번도 신지 않은 20㎝ 스틸레토 힐을 들고 기뻐하는 여성의 표정을 훑는다. 재미있는 건 이런 물건들이 전체 분실물의 5%도 안된다는 점이다. 공항에서 잃어버린 물건들은 누군가 훔쳐가지 않는다면 분실물 센터에 보관되고 대부분 주인을 찾아간다.

과거엔 수하물 유실이 항공기 1대당 1~2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찾아가지 않는 짐은 항공사의 골칫거리가 됐고 아예 이 짐을 싸게 매입해와 처분하는 전문업체가 생겨났다.미국 알라바마에 있는 ‘언클레임드 배기지’는 직원들이 하루에도 수십건의 가방을 검사한다. 여기엔 빨지 않은 속옷부터 웨딩 드레스, 방울뱀, 또르띠야 기계, 자동차 발매트까지 다양한 물건이 담겨있다. 

 

공항분실물여행1
어렵게 연락이 닿은 주인들중 몇몇은 이미 세상을 뜨디고 한다. 분실 후 기대를 안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기쁨을 가져다 주는 공항 내 분실물 센터의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많은 비중은 역시나 의류와 신발등 잡화가 차지한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들은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가방에서 여행지가 어딘지를 가늠하고 주인들의 취향을 분석하며 3분의 1 정도를 판매리스트에 넣는다. 멀쩡한 캐리어는 판매도 하지만 지역 사회와 손잡고 위탁 아동의 책가방으로도 재활용된다. 셀 수 없을 정도의 안경과 선글라스, 각종 옷들은 기부를 통해 환원된다.

악어 머리 박제부터 중세 시대의 갑옷, 프로포즈 링, 우주 천체망원경과 미사일 추적기도 발견됐다고 하니 ‘분실물이 맞을까?’ 싶은 물건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국 항공사와 독점 계약을 맺은 이 회사 온라인 사이트에는 자신이 잃어버린 물건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이 회사의 CEO는 “요즘 들어 남자 웨딩링이 많이 들어온다”며 활짝 웃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영화의 말미 공항에서 발견된 가방 안에는 한 눈에 봐도 친숙한 미역보따리와 검은색 비밀봉지로 꽁꽁 싸맨 한국아줌마 특유의 짐가방이 발견된다. 분실물 직원들은 짐검사를 하며 썩거나 금방 상하는 음식은 바로 폐기하는데 한국 시청자들이라면 타지에서 아이를 낳은 딸에게 갈 엄마의 짐가방임을 단박에 알아챌 것이다. 기내가방으로 들고 탔으나 깜박 두고 내린 듯한 이 가방에는 꽁꽁 얼린 밑반찬과 생선이 등장해 현지인들을 놀래켰다.

경상도식 미역국을 못 먹어 본 미국인이어서 그랬겠지만 “반쯤 녹아버린 생선을 들고 타는 사람이 있다고?”라며 되묻던 그는 다행히 처방받은 약에 이름이 써 있는 걸 보고는 탑승 리스트를 뒤져 그에게 전화를 건다. 분실물 센터의 직원과 통화한 사람의 이름은 ‘미스터 김’이었다. 여러모로 디즈니+의 ‘공항분실물 여행’은 흥미롭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다큐멘터리로 손색이 없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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