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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대우조선 ①] 고강도 노동에 박봉…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직원 임금 삭감… 2020년 7200만원, 2021년 6700만원
"조선업 수주 호황·업무강도 고려…경쟁사 수준으로 올라야"

입력 2023-05-18 06:28
신문게재 2023-05-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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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이 23년 만에 새 주인을 맞는다. 대우조선 직원들은 수년간 임금 삭감·동결의 아픔을 견뎌냈다. 조선산업은 호황기에 진입했지만, 대우조선 직원들은 경쟁사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는다. 결국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속출했다. 남은 구성원들은 한화와의 만남을 반긴다. 오랜 기간 주인 없는 기업 직원들의 설움이기도 하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화오션 탄생 이후 기존 구성원의 근로 환경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3회에 걸쳐서 짚어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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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진수 되고 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구성원들이 새로운 회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다만, 넘어야 할 산들을 무탈히 넘길 바란다.”



지난 11일 대우조선해양 근로자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에서 30년 가까이 용접일을 했다. 그가 대우조선에 입사할 당시 주변에선 부러운 눈초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부러움의 눈빛은 사라졌다. 동료들이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도, 그는 회사를 지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춘을 바친 회사가 활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A씨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조선소 현장만큼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라며 “인수 이후에도 현재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화오션도 힘든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A씨의 발언은 냉정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이다.



◇스마트시대 고강도 육체노동

기술의 발전으로 육체노동자들의 자리는 좁아졌다. AI와 로봇이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대우조선은 올해 초부터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탄소강관 용접 협동 로봇을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소 현장만큼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사람이 오랜 기간 습득한 기술을 아직 기계가 따라오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조선산업은 육체노동자 의존도가 높다. 선박 건조 과정은 단순노동으로 보이지만, 숙련된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해외 기업인 GTT의 라이선스를 구매해 사용하고, 해외 부품이 더 많이 쓰이는 상황에서 한국 조선산업이 세계 수주 1위 타이틀을 달 수 있었던 것은 숙련공의 기술 덕분이다. 직원들은 일이 많을 경우 12시간씩 고강도 육체노동을 한다.

옥포조선소에서 근무 중인 직원 B씨는 “업무 시작 시간은 오전 8시지만, 보통 그것보다 일찍 출근한다. 오전 6시 30분쯤 회사에 나와 오래 있을 때는 밤 10시까지 있는다. 장시간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면, 퇴근 후엔 녹초가 돼 아무것도 못 한다. 오전, 오후에 한 번씩 쉬는 시간이 있긴 하지만, 힘들다고 쉬면서 일할 상황도 아니다. 수주 호황으로 작업이 많이 밀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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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강도 대비 아쉬운 처우

숙련공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술을 습득한다. 숙련된 기술은 선박 제조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조선사의 숙련공들은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이 맞다. 산업이 호황기에 진입했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대우조선 숙련공은 국내 조선 3사 중 급여가 가장 낮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7300만원이다. 전년 대비 9%(600만원) 증가했지만, 여전히 경쟁사에 못 미친다.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 직원의 평균 임금은 8472만원, 삼성중공업은 8400만원이었다.

하청 근로자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500만~3000만원으로 최저시급 수준이다. 연장근로수당 등을 통해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받으면 3000만~3500만원 정도 된다. 대우조선은 하청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의 두 배를 넘는 사업장이다. 현재 이 회사의 하청 노동자는 1만5000명 정도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정규직 근로자는 사무직이 많고 생산직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직접 생산 기준으로만 보면 80% 이상이 하청노동자다. 한 마디로 배는 하청노동자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모든 현장 업무가 쉽지 않지만, 발판 업무 같은 경우 특히 힘들다. 이런 하청노동자들은 업무 경력이 20~30년이 돼도 최저시급보다 1000~1500원 정도 더 받는 수준이다”라고 한탄했다.

업무 강도와 회사 실적에 맞게 임금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 직원들의 입장이다.

최상규 대우조선노조지회 대외협력실장은 “직원들의 처우에는 회사의 상황을 고려 안 할 순 없다”면서도 “업황 자체가 호황으로 동종업계 임금 수준을 고려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의 임금이라면 개선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고, 새롭게 출범하면서 직원들에게 더 나은 수준의 처우를 제공할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아영 기자 ay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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