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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린 '고가 수입차의 비밀'…연두색 번호판, 골프장·여행지서 발견되면 '추징'

입력 2023-08-30 06:50
신문게재 2023-08-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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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레인지로버의 모습.(사진제공=랜드로버)

 

국내 수입차 시장에 수 억원을 호가하는 수입 완성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전체 수입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세를 기록하는 현실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그 배경으로는 정부가 업무용 자동차의 탈세 및 사적 사용을 막기 위해 9월부터 출고되는 법인사업자 자동차 번호판을 연두색으로 변경한다는 부분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랜드로버, 포르쉐, 벤틀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고가 수입차 브랜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모두 고가의 수입차 브랜드로 법인사업자의 구매 증가가 특징이다.

법인사업자 구매가 가장 많이 증가한 수입 완성차는 랜드로버다. 가장 눈에 띄는 차종은 2억원을 호가하는 레인지로버로 전년 동기 100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은 1709대까지 증가했다. 이중 법인사업자의 구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0배 이상 증가한 1159대(67.8%)에 달한다.

포르쉐 역시 법인사업자의 선택이 집중됐다. 엔트리 SUV 차종인 마칸을 제외한 모든 차종에서 개인 소비자보다 법인사업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포르쉐 차종 중 스포츠카 911이 법인사업자 비율 72.5%로 가장 높았다. 법인사업자가 가장 많이 구매한 차종은 SUV 카이엔으로 1905대에 달한다.

고급 수입차 브랜드인 벤틀리, 롤스로이스와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 페라리의 올해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모두 법인사업자의 구매 덕분이다. 각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에서 법인 사업자 비율은 람보르기니 91.6%, 페라리 87.5%, 롤스로이스 86.0%, 밴틀리 74.5% 순으로 높았다.

이처럼 국내 수입차 시장에 고가의 차종이 손쉽게 판매되면서 고가의 완성차 브랜드는 한국 시장을 주요시장으로 여기고 있다.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지난 3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전 세계 6위로 성장한 한국 시장 고객과 팬들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경영 투자와 매력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인사업자가 수 억원에 육박하는 고급 수입차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리스판매 덕분이다. 금융사의 자금을 빌려 자동차를 구입하고 업무용 승용차로 등록해 취득세나 자동차세 감면 등 여러 혜택을 받고 있다. 회사의 자금으로 고가의 수입차를 구입하고 차량의 유지 비용은 전액 비용처리하는 방식이다.

이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오는 9월부터 등록되는 법인사업자의 업무용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 업무용 외 사적인 사용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연두색 번호판의 자동차가 골프장 방문이나 여행지에서 발견될 경우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간주해 추징이 가능해진다.

수입차 판매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수입차 브랜드가 연두색 번호판 적용 이전에 판매량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법인사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리스 판매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라면서 “탈세를 막기 위해 업무용차의 사적인 사용을 막아야 하지만, 수입차 판매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태준 기자 tj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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