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노동력 고갈사회 온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브릿지경제 '신간 베껴읽기'] 이철희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입력 2024-07-27 07:00
신문게재 2024-07-26 11면

 

2024072601010013721_1333

 

일도 안하고 구직 활동도 않는 대졸자가 400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지 모르는 나라 대한민국. 한국의 인구 문제는 당장 노동시장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에 우리는 직면해 있는 셈이다. 저자는 오랜 연구 경험을 토대로 극심한 인구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처방을 제시한다. 

 

 

◇ 너무 빠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


대한민국 인구는 2020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2050년 경부터 더 빨라지다가 2072년이면 현재의 70%인 3600만 명, 최악의 경우 50%인 3000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보다 빨리 인구가 줄 나라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둘 뿐이다. 현재 추세라면 65세 이상 인구가 2072년까지 두 배 이상으로 늘어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반면 유소년과 청년은 약 40%로 줄어든다. 인구 고령화는 결국 노동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평균적인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직종 혹은 산업 간 노동수급 불균형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할 의료서비스와 돌봄 서비스 분야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한국의 15~64세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2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여성과 장년(50~64세)의 참가율이 낮다. 이들이 더 일하면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완화할 수 있다. 노동생산성을 두 배로 높이면 노동력이 절반으로 줄어도 크게 우려 안해도 된다. 새 기술로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운로드 (2)

 


◇ 인구변화, ‘노동인구 절벽’으로 이어질까

2023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현재 3674만 명인 한국의 생산연령인구는 2072년이면 1658만 명으로 절반이나 줄어든다. 경제활동인구는 2938만 명에서 1635만 명으로 더 크게 줄 전망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고령층 경제활동인구의 증가다. 65세 이상이 373만 명에서 465만 명으로 늘어 전체 비중도 13%에서 28%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인구의 고학력화도 빨라질 수 밖에 없다. 2022년 현재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약 48%인 대졸자가 2072년에는 67%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저자는 “노동인구의 고령화로 생산성이 저하되겠지만, 그것보다는 노동인구의 고학력화로 생산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나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 수준 대비 2047년에 70%, 2072년에 45%로 감소하겠지만 경제활동인구는 각각 83%와 56%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런 속도로는 ‘노동인구 절벽’ 정도는 아닐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경제활동참여율과 생산성이 유지된다면 향후 20년까지는 현재의 90% 수준이 유지되다가 이후부터 빨라질 것이라 예측했다.

 

 

일자리 2

 


◇ 일할 사람이 부족해질까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20~30% 포인트 가량 낮고 일본에 비해서도 10% 포인트 낮다. 50~54세의 경우 일본이 90%를 살짝 웃도는 반면 우리는 80% 수준이다. 장년층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낮다. 50~54세 때 일본이 95% 수준인데 우리는 85% 안팎이다. 문제는 50대 중반을 넘기면서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된 일자리’를 떠나기 때문이다. 다른 일자리로 전직할 경우 거의 절반이 더 낮아진 임금을 받고, 4명 중 1명이 20% 이상의 임금 감소를 경험한다.

이동성이 낮은 경직된 노동시장도 문제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저자는 “여성과 장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22년 일본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노동 투입은 2047년까지도 2022년의 93%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성과 장년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생산성이 모두 개선되더라도 2072년의 노동 투입은 2022년의 72%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술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연령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일자리 1

 


◇ 인구변화로 노동시장에 어떤 불균형 발생할까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2031년까지 노동공급이 가장 많이 줄어들 산업은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운송업이다. 무려 3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소매업에서는 20만 명 이상, 음식점 및 주점업과 농림업에서는 10만 명 이상 감소를 예상했다. 반면 부동산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국제기관·외국기관·사회복지서비스업·교육서비스업 등에서는 10만 명 이상 늘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또 고졸 이하 노동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대다수 산업에서 저학력 취업자 수가 급감할 것으로 관측했다.

고학력 노동 공급이 가장 많이 줄어들 산업은 연구개발업으로, 3만 명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고학력 노동공급이 가장 많이 늘어날 산업으로는 부동산업, 도매 및 상품 중개업, 교육서비스업, 공동행정 등을 들었다. 저자는 가장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는 산업으로 사회복지서비스업을 들었다. 2031년까지 약 37만 명이 추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식점 및 주점업도 준 전문직을 중심으로 18만 명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 누가 우리를 치료하고 돌볼 것인가

저자는 2031년까지 보건업(의료서비스 포함)에서 13만 명 이상의 노동력 부족을 예측했다. 현재 의사 업무량을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2.5만에서 3만 명 의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대 정원을 매년 4500명 정도로 늘려야 막을 수 있는 수치다. 소아청소년과는 2040년부터 지망생이 줄며 의사가 부족해지는 반면 고령·만성질환을 다루는 신경(외)과, 외과 등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48년까지 신경과 1270명, 신경외과 1730명, 흉부외과 1080명, 외과 696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고령자 돌봄 수요는 2030년대 중반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21년 인구 대비 12.2% 수준이던 것이 2035년까지는 23.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유아 돌봄 규모도 2036년에는 2021년 대비 9% 가량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저자는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 2031년까지 약 37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며, 돌봄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함께 양질의 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일터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진다

저자는 출산율에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25년 안에 35세 미만 경제활동인구가 현재의 절반 아래로, 50년 내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청년 인력 감소로 노동시장에서 세대간 불균형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청년 인력 비중의 급격한 감소는 해당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에도 부정적이다. 혁신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저자는 “일자리의 질과 성장 잠재력이 더 높은 부문에서 청년 인력 감소가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 경제적 충격이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런 충격에서 벗어나고 청년들이 전 생애에 걸쳐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면 먼저, 교육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노동시장 수요에 잘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해 현재 약 60만 명의 청년이 맡고 있는 역할을 그 절반이나 3분의 1이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도 주문한다. 청년 인력의 공백을 메울 다른 인구집단의 고용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일자리 4

 


◇ 노인을 위한 나라, 노인이 없는 사회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70년까지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들이 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거의 30% 수준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앞으로 50년 후에는 대학을 졸업한 55세 이상 장년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마 이들 고학력 ‘파워 시니어’의 고용률은 아직 다른 나라들보다 낮다. 고령 노동시장의 경직성 탓이다. 해고와 채용이 자유롭지 못하고 고용방식과 조건이 획일적이라, 기존 일자리를 떠난 장년 인력이 자신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재취업하기가 어렵다.

저자는 정년 연장의 효과에 고개를 젓는다. 15~20년은 큰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지 않는데다, 사회복지서비스 등 극심한 노동력 부족 예상업종 대부분 정년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청년 인력이 급감하는 부문과 정년 연장으로 장년층 고용이 확대될 산업이 겹치지 않는데다 정년 연장 혜택이 소수 ‘있는 자’에 국한될 수 있으며, 오히려 고령자 간 불평등을 확대할 우려도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굳이 정년 연장을 추진하려면 취약 계층에 더 집중하고, 고령친화적 환경과 노동조건을 갖춘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더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운로드 (2)

◇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인구변화의 미래를 위해


저자는 장·단기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려면 여성과 장년 인력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생산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육과 훈련 시스템을 혁신해 청년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초래할 부문 및 유형 간 노동수급 불균형을 완화시켜 가야 한다고 했다. 노동 시장의 유연화와 노동의 이동성 확대도 강조했다. 국내 노동시장 수요에 맞는 외국인력을 잘 선별해 도입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구변화의 충격을 완화할 노동시장의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사람을 보는 사회, 사람에게 맞추는 사회, 기회를 주는 사회, 그리고 사람을 보호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변화에 대한 대응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에 가깝다”며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과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