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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금감원이 대출금리 조정 기관인가

입력 2024-07-30 14:16
신문게재 2024-07-31 19면

정경진
정경진 금융증권부장

금융감독원은 1999년 1월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해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막강한 제재 권한을 갖고 있어 금융권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린다.


별도 예산이 없는 금감원의 수입원은 피감 대상인 금융기관으로부터 거둬들이는 감독분담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금감원이 금융권에서 받은 감독분담금은 올해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었다. 그 분담금의 절반 이상은 은행권이다.



금융기관이 매년 막대한 운영 부담금을 내는 것은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금감원의 설립 취지에 부응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은행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을 보면 본연의 설립 취지와 역할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달 초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무리한 대출 확대가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다음 날 17개 국내은행 부원장들을 불러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은행들은 곧바로 대출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면서 당국의 주문을 따랐다. 시중금리는 떨어지고 있는데 대출금리는 오르는 기이한 결과가 초래됐다. 연초에는 정반대 상황이었다. 당국이 비대면 대환대출을 시행하면서 은행들 간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에서는 “기준금리는 한은이 결정하지만 대출금리는 금감원이 조정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금감원은 각 은행의 자체 가계대출 목표를 관리하면서 대출규제를 준수하고 있는 지 여부를 감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은행의 대출금리를 좌지우지할 권한은 없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제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는 은행마다 원칙과 영업전략이 있으므로 외부에서 관여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것이 은행의 낮은 금리 탓이라고 판단하는 듯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갈팡질팡하는 금융정책과 정부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 상반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27조원 가량 늘어나며 3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한 것은 규제 완화로 정책금융 상품인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여당 정치인들까지 나서 한은의 금리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은행에도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했다.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불분명한 이유로 두 달 연기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연초부터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고 부채질한 결과로 발생한 가계대출 문제를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 만으로는 해결할 수는 없다.

연간 대출이자로 1000만원을 은행에 내더라도 집값이 5000만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금리와 관계없이 집을 사려고 하는 게 당연한 대중의 심리다. 대출 수요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줘 가계대출 급증 현상을 초래한 금융당국과 정부의 정책 방향 전환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정경진 금융증권부장 onda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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