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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집값과 결혼, 저출생 간의 관계

입력 2024-07-31 14:15
신문게재 2024-08-01 19면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한국은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낳지 않는 나라다. 세계은행의 세계개발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로 전 세계국가들 중 꼴찌다. 추세적으로 살펴봐도 상황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2016년 이후 합계출생률은 단 한해도 증가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출생 현상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가운데 지난 6월에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대응책이 눈에 띤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혼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공급 및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방안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기존의 저출생 관련 정책은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출생수당 지급, 육아 휴직 지원과 같이 기혼자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런 방안들은 그 동안 막대한 재정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을 좀처럼 반등시키지 못했다.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이제는 결혼 단계에서부터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혼인건수와 출생아수가 같이 변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로부터 획득한 2008년부터 2023년까지의 혼인건수와 출생아수를 활용해 두 지표의 추세 유사성을 나타내는 상관관계 값을 계산하면, 100점 만점 중 99점이다. 예를 들면, 혼인건수가 2012년 32만7000건에서 2021년 19만3000건으로 41% 감소할 때 출생아수도 48만5000명에서 26만1000명으로 46% 줄었다. 이는 저조한 출산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낮은 결혼율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결혼에 걸림돌이 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에 대해 20·30대 응답자의 33.7%가 주거마련 등의 경제적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주택가격과 혼인건수가 반비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 데이터허브에서 제공하는 아파트 매매중위가격과 혼인건수의 상관관계 값은 -100점 만점 중 -94점이다. 연립주택과 단독주택 매매중위가격과 혼인건수의 상관관계 값도 각각 -93점, -89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는 주택가격이 상승할수록 혼인건수는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결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택가격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 파이터치연구원이 수행한 정책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정책주택 공급 증가를 통해 주택가격을 37% 하락시켜 2010년 수준(2억원대)으로 되돌리면, 혼인건수가 2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는 우선 공기업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려 주택가격을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 동시에 주택가격을 인상시키는 각종 규제 신설을 자제해야 한다. 주택가격을 인하시키겠다고 각종 부동산 규제를 신설한 2020년과 2021년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또한, 미혼자가 주택을 용이하게 구입해 결혼을 주저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예를 들면, 미혼자를 위한 ‘결혼준비계좌’ 같은 지원제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 결혼준비계좌는 미혼자가 일정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높은 금리의 이자를 지급해주면서 이 계좌로 모은 자금을 활용해 결혼을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면 정부기여금을 추가적으로 지급해주는 제도다.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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