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전자·자동차·철강'…노조 리스크에 한국경제 근간 '흔들'

[뉴스&View] 매년 되풀이 되는 임단협 갈등

입력 2024-08-05 06:05
신문게재 2024-08-05 1면

2024-08-04 14;18;47
(자료=한국노동연구원)

 

한국경제의 핵심 축인 제조업이 ‘노조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미국발(發) 경제 한파 우려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전자·자동차·철강 등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PD)의 25%를 차지하는 제조업이 노사분규에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 분야에서 발생한 노사분규는 전체의 27%에 달했다. 지난해 발생한 211건 중 제조업에서만 57건의 노사분규가 발생한 것이다. 제조업 노사분규는 이해관계가 훨씬 더 복잡한 사회·개인서비스업 분야와 맞먹는 수준이다. 실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여파에 지난해 사회·개인서비스업 분야의 노사분규는 이례적으로 제조업을 크게 앞섰지만 해마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 노사분규는 2019년 48건에서 코로나19 기간 39건으로 줄었다가 2022년부터 다시 크게 늘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억눌렸던 임금인상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올해는 한국경제의 ‘맏형’ 삼성전자마저 창립 이후 처음으로 노조 ‘총파업’에 시달리고 있다. 일단 노조가 현업 복귀를 결정하면서 삼성전자는 한시름 덜었지만 노조 리스크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가까스로 생산차질은 막았지만 또다시 파업에 나설 수 있어서다. 반도체는 한 공정에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본급 5.6% 인상 등 노조 요구를 전면 수용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추가 통제에 나서는 등 위기 상황에서 더 급한 것이 연구·개발비 지출이란 하소연이다. 노조는 “현대자동차 노사는 파업을 하지 않고도 교섭을 체결하는 등 노조를 존중하는데 삼성전자는 왜 그렇지 않느냐”면서 “우리가 총파업을 하는 것은 최소한 일할 권리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2024071701001162700052011
한국지엠 노조가 투쟁 깃발을 흔들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 제공)

 

‘휴가 전 타결’에 성공한 현대차를 제외한 완성차업계도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올해 임금교섭을 놓고 이어진 노조 파업으로 지난달에만 2만여대의 생산 차질을 떠안은 지엠 한국사업장(한국지엠)이 대표적이다. 한국지엠의 지난달 판매량은 반토막 났다. 이번 주 중단됐던 교섭이 재개되더라도 교섭에 속도가 붙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억눌렸던 임금인상 요구가 커지면서 기아와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도 올해는 교섭 장기화 국면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 자동차 수출국인 미국은 시장 자체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HMG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미국 자동차 판매 부진이 가시화하고 있다”면서 “시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지엠 등 주요 업체의 주가 하락, 자동차 압류 증가 등 부정적 신호가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극심한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1위 철강기업 포스코도 노조 리스크에 시름하고 있다. 지난해 노조가 사상 처음 파업 강행에 나선데 이어 올해는 통상임금 소송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을 높여가고 있다.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도 역대급이다. 올해 기본급 8.3% 인상을 요구한 노조는 복지사업기금 200억원 등 갖가지 일시금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 등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 차질은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