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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포비아’ 확산… 패션·명품 플랫폼도 ‘옥석가리기’

이커머스 고객 신뢰 추락...패션·명품플랫폼 ‘빨간불’
재무건전성 낮은 기업, 판매자·소비자 불안감 해소 나서...“그간 정산 지연 사례 없어”
무신사, 현금자산 4200억원…”안전한 쇼핑 환경“

입력 2024-08-06 06:00
신문게재 2024-08-06 1면

릴레이 우산 시위하는 티메프 피해자<YONHAP NO-5328>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자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인근에서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들에 즉각 환불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티메프 사태가 업계에 미치는 후폭풍이 계속 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커머스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명품과 패션 플랫폼업계 위주로 소비자 불신이 쌓이고 있는 추세다. 이에 주요 패션·명품 플랫폼들이 일제히 자사는 “자금에 문제 없다”며 소비자와 판매자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입점사 대금 정산 현황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선 가운데, 점검 대상에 패션 플랫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연 정산 여부, 입점사 이탈 여부, 미정산 잔액, 선불충전금 등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티메프 사태가 사실상 운전 자금이 바닥난 수준의 취약한 재무구조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유동자산 현황’도 필수 점검 대상으로 꼽힌다.

현재 패션·명품 플랫폼 중에서 적자가 지속돼 미처리 결손금이 존재하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곳은 에이블리, 브랜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퀸잇, 크림 등이다. 에이블리의 경우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2022년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지만, 누적 결손금 2042억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또한 부채총계가 1672억원으로 1129억원인 자산 총계보다 많아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여성 패션앱 브랜디와 남성 패션앱 하이버를 각각 운영 중인 뉴넥스도 지난해 말 기준 미처리 결손금이 1921억원에 이른다.

4050 패션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 리셀 플랫폼 ‘크림’을 운영하는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라포랩스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이 502억원, 크림도 2020년 서비스 시작 이후 누적 결손금이 3414억원에 이른다. 다만 라포랩스는 자본총계가 2021년 말 35억원에서 지난해 263억원으로 증가했고, 크림은 실질적 지배기업인 네이버로부터 자금을 수혈받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했던 명품 플랫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위 ‘머트발’로 불리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3개 업체들은 각각 236억원, 654억원, 785억원의 대규모 미처리 결손금이 남아 있다.

시장 우려가 커지자 머스트잇은 “충분한 유동자금을 확보해 안정적인 정산 지급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유동비율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326%로 높아져 자금 유동성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란 역시 최형준 COO(운영총괄)가 발표한 ‘정산 및 자금 관리 관련 공지’를 통해 “작년 4분기 흑자전환 이후 연속흑자,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매출 증가를 통해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파트너들께서 안심하고 판매하실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무 상태와 제반 사항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현 트렌비 대표도 “현재 트렌비의 재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상황”이라며 “트렌비는 지금까지 정산 오류, 지급 보류가 발생하거나 정산 주기를 변경하는 등 정산 관련 문제가 발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현금보유고가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기업은 무신사다. 실제 무신사 지난해 매출은 99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종합몰 이커머스 업체 중 11번가(8654억원)를 넘어선 수준으로, 무신사 자본총계는 6803억원이며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 말 기준 4200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무신사는 현재 안전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결제대금예치(에스크로) 운영을 강조하며 소비자 신뢰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티메프 사태로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패션·뷰티 플랫폼도 잇달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명품 플랫폼들이 판매하는 제품들의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진작에 행해져야 했을 에스크로 운영방식이 이제라도 시작할 기미를 보여서 업계 전반적으로는 다행인 흐름이다”면서도 “재무건전성 상위업체 위주로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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