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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삼성전자 ‘HBM 역전’은 진행형

발열에서 적층기술로 향하는 ‘HBM 패권’

입력 2024-08-14 06:03
신문게재 2024-08-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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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엔디비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적층 방식에 있다. 엔디비아는 삼성에 설계변경을 요청했다.” 올 상반기 국내외 반도체업계를 관통하는 최대 이슈였다. 아직까지도 삼성은 엔디비아가 요구하는 HBM 품질 대응에 실패했고, 지금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5월,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을 반도체사업(DS부문) 수장에 깜짝 위촉했고, 시장은 삼성의 ‘승부수’로 읽었다.



당연히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관심은 국내를 향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상반기 삼성 HBM3E(5세대) 제품이 엔비디아 퀄 테스트(품질 검증)에 떨어졌다거나, HBM3E 8단 제품이 퀄 테스트를 통과해 4분기 중 공급된다는 냉온탕 오보를 날렸다. 하지만 퀄 테스트는 아직 진행 중이고, 제품 공급 시기 역시 미정이란 게 정설이다.

삼성은 왜, 엔디비아의 입맛을 맞추지 못한 채 외신의 입방아에 오르내릴까. 반도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D램을 쌓아올리는 방식 자체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필름 압착방식을 사용한다면, SK하이닉스는 D램 사이에 EMC를 주입해 열과 압력을 가해 굳히는 방식으로 HBM을 만든다. 적층(쌓아 올리는) 혹은 접합방식의 차이란 지적이다.

우선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드 몰디드 언더필(MR-MUF)을 활용, 얇은 칩 적층 시 발생하는 휨 방지를 위해 액체 형태의 EMC(에폭시 밀봉재) 보호재를 써 한번에 굳히는 방식을 쓴다. 마치 도자기처럼 응고 작업을 통째로 하는 만큼 군데군데 열 방출구멍이 있어 발열이 크지 않고 전기도 적게 쓰는 장점이 있다. 엔디비아가 요구하는 품질 수준에 부합한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어드밴스드(Advanced)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 NCF) 기술을 써, 업계 최초의 12단 HBM3E를 개발했다. D램 사이 범프가 놓인 곳에 필름을 하나씩 끼워 열압착 본딩으로 칩을 붙이는 방식이다. 좀 더 수작업에 가까운 방식이지만, 높이 올려도 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발열과 전기 사용량이 단점이다.

바로 이 차이가 삼성전자 HBM이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못 넘는 이유란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진짜 주목하는 부분은 삼성전자가 NCF 소재 두께를 낮춰 업계 최소 칩 간 간격인 ‘7마이크로미터(um)’를 구현, 8단과 같은 높이를 만들어 냈다는 부분이다. 특히 향후 글로벌 AI나 반도체 시장 진화 추세에 삼성의 적층 기술이 훨씬 더 유효할 가능성을 본 것이다.

AI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더 좋은 성능의 HBM 수요는 넘쳐 날 것이고, 지금보다 D램을 더 높이 쌓아 올려야 하는 필연이 뒤따른다. 빠르면 12단부터 HBM의 품질 기준이 발열에서 적층 쪽으로 기울 가능성을 염두에 둔 논리다. 이럴 경우 잘 휘지 않고 더 높이 쌓을 수 있는 삼성 식 적층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AI 거품론에 반도체업계 전반이 요동쳤지만, 시장은 ‘AI 거품’은 있을 수 있어도 ‘메모리 거품’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런 만큼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차세대 모델을 치열하게 고민하자”는 HBM 절대 강자 최태원 회장의 최근 발언이 되새겨지는 요즘이다. HBM은 지금 적층 기술을 놓고 또 다른 진화의 길 위에 서 있다.

송남석 산업IT국장 songn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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