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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추락'…美 반도체 제조 패권 ‘빨간불’

인텔, 파운드리 매각설 솔솔…CPU·파운드리 부진 여파
삼성·TSMC도 美 거점 구축 제동
인텔, 파운드리 매각 가능성 낮을 듯…"자회사 매각 선에서 정리"

입력 2024-09-04 06:31
신문게재 2024-09-04 3면

[사진자료1] 인텔 본사 전경
인텔 본사 전경.(사진=인텔)

 

20세기 반도체 제왕으로 군림했던 인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인텔이 2021년 재진출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의 분할·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대만 3개국의 반도체 제조 패권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요지는 인텔 외에도 미국 내 파운드리 시설을 만드는 TSMC와 삼성전자가 생산거점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등 미국의 제조 패권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인텔이 일부 자회사 매각 선으로 상황을 정리한다면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텔은 전세계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파운드리 부문을 아예 분리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텔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과 함께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실적부진 후폭풍이다. 인텔은 지난 2분기 20억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어닝쇼크를 맞자 직원 15% 이상 감축과 배당 중단이란 극약 처방을 내렸다.

배경은 복합적이다. 가장 뼈 아픈 부분은 인텔 황금기를 이끌었던 CPU(중앙처리장치)가 AMD 등 경쟁업체에 따라잡혔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인텔의 서버 CPU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82.0%에서 올해 1분기 76.4%로 하락한 반면, AMD는 18.0%에서 23.6%로 상승했다. 심지어 CPU 시장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시대 도래와 함께 저물고 있다.

파운드리의 경우 투자 비용이 예상치를 훌쩍 상회하며 회사 기반까지 흔들었다. 올해 상반기 파운드리 영업적자가 53억달러(약 7조1000억원)에 달한다. 결정타였다.

이로 인한 후폭풍은 한국과 미국, 대만의 반도체 패권 지형도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은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선단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 3사의 팹을 자국 내 구축하며 제조 패권 확보를 목표로 했다. 특히 인텔 파운드리는 3사 중 가장 많은 195억달러(보조금, 대출 포함) 지원을 약속받았다. 미국 반도체 제조 계획의 축이었던 셈이다. 올해 2월 진행된 인텔 파운드리 행사에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연사로 등장했을 정도로 중요한 기업이었다.

설상가상, 미국은 TSMC와 삼성전자의 거점 구축도 제동이 걸렸다. TSMC는 대만 특유의 상명하달식 기업 문화에 미국 현지 직원들의 부적응과 인력 수급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사비 상승과 건설 노동자 부상 등 겹악재에 완공이 지연되고 있다. 미국의 제조 패권 확보 전략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모습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제조 패권 확보 계획 좌초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인텔이 파운드리를 분할·매각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다. 분할은 팹 투자 추가 진행 상 어려움이, 매각은 마땅한 인수 후보 부재가 그 이유로 꼽힌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유력 인수 후보란 시각도 있지만, 인텔 파운드리의 강점인 프로세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각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미국이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 붓고 있는 만큼 현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자회사인 알테라를 매각하는 선에서 현 상황을 정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고 로이터 통신은 “최근 블룸버그 등이 제기한 파운드리 부문 매각은 현 시점에서 개선 방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봤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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