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갑자기 1억 올려 달라니… 대출+월세로 막았죠"

[전세별곡 下] 치솟는 전세값 버티는 세입자들

입력 2014-09-24 20:10

“전세요? 물량이 거의 없어요. 2815세대가 사는데 전세물건이라곤 달랑 2건이네요.” 

 

“작은 평수는 찾을 수가 없어요. 대출을 받아서라도 33평에서 45평짜리로 옮겨야 할 판입니다. 줄여야 하는 판에 빚 얻어 늘려하는 게 말이 되느냐구요?” 

 

지난 22일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광명e편한세상센트레빌 단지 내 중개사무소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과 부동산중개사는 서로 주고받기라도 하듯이 푸념을 늘어놓는다.


17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엠코타운센트럴. 전용면적 109㎡ 전셋값이 2년 전 3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랐다.

 

 

 

남편 사업 때문에라도 이곳에 더 살아야 하지만 전셋값이 지나치게 올라 쫓기듯 이사해야 하는 현실을 개탄하는 50대 여성과 적당한 전세물건을 찾아주지 못하고 고객을 떠나보내야 하는 중개사 사이의 대화다.

 

 

중개사는 집주인이 요구하는 보증금 인상분 8000만원을 월세로 돌려 내면 어떻겠냐고 50대 여성을 설득했다.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로 살라는 것.  

 

50대 여성은 중개사 제안에 대해 “8000만원이나 되는 보증금 인상분을 당장 내지 않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반전세로 돌리면 30만원 이상의 월세를 매달 집주인에게 내야 하고, 이 나이에 월세를 살아야 하는 신세가 서럽다”며 한숨을 길게 내쉰다. 

 

이들의 대화에는 치솟는 전셋값으로 인해 위기로 내몰리는 세입자들의 현주소가 그대로 배어 있다. 평수를 줄이거나,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내는 반전세로 바꾸거나, 이도저도 안되면 외곽으로 밀려나는 ‘전세 유랑민’으로 전락하는 세입자들이 급증하는 탓이다.
  

 

◇ ‘대출이랑 반전세랑’ 살어리랏다 

 

지금 살기도 빠듯한 마당에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전세 대출금을 더 받아 버티는 세입자들도 적잖다. 이들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1억원 올려달라는 경우 5000만원은 대출로 해결하고, 나머지 5000만원은 월세로 전환한다.  

 

상도엠코타운센트럴 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단지 안에 혁신초등학교가 있어 초등학생을 둔 세입자 학부모들의 대부분이 1억원이나 올려 달라는 집주인들의 요구를 이처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재계약하는 것이다. 

 

상도엠코타운센트럴 단지 내 미소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자녀가 저학년인 부모들은 아파트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며 “7호선 라인이 거의가 비슷하게 올라서 차라리 몇 천 더 내고 여기에 사는 것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위치한 부동산랜드 관계자는 “2년 전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재계약을 많이 하고 있고, 전세가 여의치 않으면 반전세라도 선택한다”고 말했다. 

 

광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력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안현초등학교가 단지 내에 있는 e편한세상센트레빌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조은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버티겠다는 고객이 많다”며 “9·1부동산대책으로 대출이 쉬워진 만큼 고객들은 비싼 전세를 대출로 감당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014092201010010117
경기 광명시 하안동 e편한세상센트레빌. 전용면적 85㎡ 전셋값이 2년 전 2억8000만원에서 16일 기준 3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 세입자 덮치는 전셋값과 부동산대책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9·1부동산 대책이 앞으로의 전셋값 안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부동산114의 자료에 따르면 2013~14년의 전셋값 상승률은 8.87%로 전년 같은 기간 의 9.75%보다 낮았다.  

 

김은진 부동산 114 리서치팀장은 “법안 통과만 3개월이 걸리는 만큼 9·1부동산 대책의 정책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9·1부동산 대책에는 ‘전세난민’을 배려하는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임대차보호법 상에서 적정한 임대료 측정과 임대인들의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하는 법적 장치 등을 고민할 때”라고 덧붙였다.   

 

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