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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확인 안하면 귀농의 꿈 '쨍그랑'

전원생활의 꿈 깨뜨리는 기획부동산 사기

입력 2014-12-21 13:57

2012년, 은퇴를 앞둔 보험회사 부장 이모(48)씨는 한참을 고민하던 귀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그의 결정에는 얼마전 회사를 그만두고 귀농을 선택한 친한 선배의 영향이 컸다. 아내와 은퇴 후 전원에서 농사를 지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선배의 모습이 무척이나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이곳 저곳 귀농에 대한 정보를 모으던 이씨는 솔깃한 정보를 접하게 됐다.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전원주택용 토지와 농지를 3.3㎡당 50만원에 매각한다는 광고를 보게 된 것. 평당 50만원이란 돈은 이씨에게 부담되는 금액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광고문구는 그를 유혹했다. ‘토지 인근 리조트 개발 예정!’, ‘2015년 고속도로 개통 예정!’이라는 두 문구는 망설이던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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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광고만 믿고 전화통화를 통해 자신의 재산 1억원에 대출 1억원을 받아 400평의 토지를 구입했다. 들뜬 마음에 그는 토지를 직접 확인하지도 않았다. 이씨는 단지 내년이면 회사를 그만두고 전원에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을 생각만 가득할 뿐이었다.

몇 달 뒤 이씨는 TV에서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대전지방검찰청이 경기도 양평군 일대 임야를 싸게 사들인 후 개발호재를 들먹이며 평당 50만원에 팔아넘겨 300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힌 기획부동산 업체를 적발한 것. 뉴스에서 말하는 그들의 사기방식은 이씨가 구입한 토지 광고와 일치했다.

그는 부랴부랴 자신이 산 땅으로 향했다. 이씨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저앉았다. 진입로도 없는 맹지인데다 곳곳에 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군청 확인 결과 리조트나 고속도로가 들어설 계획 따윈 애초부터 없었다. 자신에게 토지를 판 업체에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해당 업체 임원들은 회사를 정리하고 잠적한 뒤였다. 그가 평생 모은 재산과 은퇴 이후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따금씩 ‘기획부동산 사기’에 말려들어 평생 모아온 재산을 날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기획부동산 사기란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임야나 절대농지, 개발제한구역 등 확인이나 접근이 쉽지 않은 토지를 저가에 매수해 부동산의 가치를 부풀려 광고한 후 시세의 몇 배에 달하는 금액에 매각하는 사기수법을 말한다.

이 같은 사기에 당한 이들은 눈앞의 화려한 문구와 언변에 현혹돼 한껏 들뜬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하곤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혜안의 최원기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에 투자를 하려 한다면 자신의 눈으로 직접 해당 부동산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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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동산 사기에 걸려든 피해자들은 광고에 등장하는 부동산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한 탓에 직접 확인하는 것을 귀찮아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 번의 귀찮음을 극복하는 것이 평생 모은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최원기 변호사는 “단 한 번만 실제 토지를 찾아가 인근 공인중개사에 시세 문의를 한다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장기간 지가상승이 이뤄지지 않았던 토지라면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나에게만 행운이 찾아온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기획부동산 사기꾼들에게 최적의 표적이 된다”고 덧붙였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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