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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액공제 소외없게 소득별 차등둬야"

전문가들 '연말정산 보완 이렇게'

입력 2015-01-20 16:00

최경환, 연말정산 관련 긴급기자회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말정산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공제항목 및 공제수준을 조정하는 등 자녀수, 노후대비 등을 감안한 근로소득세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바뀐 연말정산 제도에 대해 직장인들의 분노가 폭발하자 정부가 당황하며 또 새로운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출생공제 부활, 부양가족공제·연금공제 확대 등이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 “현 제도, 저출산·고령화 해결 못해”

전문가들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꿈으로써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한다는 기존의 방향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다자녀 가구에 공제 혜택을 더 주는 등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풀기 위한 정책적 배려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은 20일 “정부와 국회가 자녀 수, 출산, 양육에 따른 공제액과 공제율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작업에 뒤늦게라도 나선다니 다행”이라면서도 “지금도 자녀공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동일한 비율로 하는 데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재정학회장인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면세점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세금을 낼 게 없더라도 혜택을 받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3분의 1인 약 600만명은 과세점에 미달돼 세금을 내지 않는다. 또 최저세율 6%에 해당하는 근로소득자는 500만명 정도다. 1000만명은 나라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이 거의 없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소득자에게 단순히 세액공제율을 올려봐야 이들은 받을 게 별로 없다.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바뀐 연말정산 제도는 지금도 잘 안 되는 노후 준비를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은 노후소득 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며 “이번에 바뀐 제도가 고령화 대비에 역작용을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금저축은 노후소득에 대비하는 대표적인 상품인데,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가입 유인이 많이 줄었다”며 “연금저축 수익률이 굉장히 낮은데도 가입했던 것은 오로지 세제혜택 때문이지만, 혜택이 줄어든 계층은 가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어제는 조삼모사, 오늘은 조변석개”


납세자들이 반발한다고 해서 세법을 하루아침에 또 바꾸는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린다는 의견도 있다. 어제의 정책은 ‘조삼모사’로 우리를 속이는 것 같아 화가 났지만, 오늘은 정책을 아침저녁으로 뜯어고치는 ‘조변석개’를 걱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 이준협 실장은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늘리고 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큰 방향은 정당하다고 본다”면서도 “일부 국민은 연말정산시 과거보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사전에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연말정산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연봉 55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는 토해낼 세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들도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신원기 간사는 “연말정산은 평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 많다”며 “정부가 평균의 오류에 집착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신 간사는 또 “정부와 국회에서 언급한 각종 공제 부활이 과연 맞는 방향일지 의구심이 든다”며 “여론에 등 떠밀리다시피 대책을 발표하면 소득세제가 누더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최원석 교수도 “제도의 지속가능성이나 일관성 측면에서 볼 때 정부가 바로 세법을 고치겠다고 하는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며 “일단 2∼3년 동안은 제도의 시행 효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세 저항과 지지율 하락을 걱정해 어쩔 수 없이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연말정산은 실질적인 차이는 없더라도 심리적인 측면에서 영향이 클 수 있다”며 “경비 처리 성격의 항목은 소득공제로 다시 돌리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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