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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없다더니… 국민은행 노사 '희망퇴직 합의' 배경은

"평생 충성했더니 '잉여인간' 취급…차라리 떠나겠다"

입력 2015-03-15 11:03

국민은행 사측과 노동조합이 희망퇴직을 하기로 합의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 노조가 태도를 바꿔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데 관심이 모아졌다. 이는 임금피크제 직원들이 ‘찬밥’ 신세로 지내느니 깔끔하게 떠나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본사

 





◇올해 구조조정 없을 거라더니…왜?

지난해 말 국민은행 노사는 4분기 노사협의회를 가졌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취임 후 첫 협의회였다.

이 자리에 은행측이 갖고 온 첫번째 협의안은 희망퇴직이었다. 노조위원장은 화를 냈다. 관피아가 사라지고 첫 내부 출신이 수장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일 먼저 노조에 제시한 안이 구조조정이냐며 관피아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올해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절대 협의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후 올해 1분기 노사협의회에 국민은행 측은 또다시 희망퇴직을 제시했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직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란 55세 정년퇴직 대상자에 대해 임금을 직전 연봉의 50%를 주고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현재 국민은행의 임금피크제 직원들은 990여명으로, 타 은행이 몇 십명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많은 수준이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고연령 직원이 많은 탓에 향후 5년간 해당 직원이 3000명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노조의 태도가 이전과 달랐다. 임금피크제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에 협의하기로 한 것이다. 임금피크제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원했기 때문이다.

현재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일은 자전감사업무가 주다. 지점을 돌면서 서류상 잘못된 점 등이 없는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에 국민은행은 그들이 직원들보다 일찍 오후 3~4시에 퇴근해도 될 정도로 일이 적다며 내부통제업무도 하도록 했다.

이에 임금피크제 직원들은 연봉을 50%나 깎아 신입 행원 수준으로 주면서 일은 많이 주려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직원은 “내부통제업무까지 하면 정시퇴근은커녕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잦아진다”며 “이 연봉 받고 어떻게 그런 일까지 하냐”고 말했다.

결국 평생을 몸 바친 은행에서 찬밥취급 받느니, 퇴직금 받고 떠나고 싶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는 현재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 중에는 창고 안이나 화장실 옆, 파쇄기 옆에 마련된 자리에서 일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잉여인간’ 취급 받느니 깔끔히 정산하고 떠나겠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은행이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이들 중 환경에 문제가 있는 비중은 5% 정도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은행이 조사했기 때문에 적게 나온 것이지 실상은 더욱 많을 것으로 평가했다.

◇“희망퇴직 대상자 늘리자” vs “강제권유자 징계하자”

현재 국민은행 노사는 임금피크제TF를 통해 희망퇴직과 임금피크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점은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희망퇴직 대상자를 전직원들로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대신 명단을 뿌리는 등 방법 등의 구조조정 압박 없이 ‘안내’만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 역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0년 구조조정 당시 신청한 사람들만 희망퇴직 시키기로 서명한 직후 국민은행 측이 바로 희망퇴직 신청자 대상 명단을 뿌려 사실상 구조조정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직원 연봉을 직전 80%, 65%, 50% 식으로 단계적으로 줄이고 기준을 58세부터 62세까지로 미루자고 제의했다. 또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강제권유하는 임직원에게는 징계를 내리자고 주장했다. 사측은 강제권유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이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희망퇴직에 대해 어떠한 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노조 합의는 물론, 조합원 투표 등을 거쳐야 하기에 결정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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