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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술술술… 덫에 깊이 빠져든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제이슨 베일 '술의 배신'

입력 2024-10-04 07:00
신문게재 2024-10-04 11면

 

Man pouring beer in glass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저자는 건강한 섭식(攝食) 및 중독치료의 전문가다. 한 때 골초와 술고래였던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몰랐던 술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 데해 진솔하고 강단 있게 서술한다. 그는 “술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합법적 마약”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술이 주는 폐해와 술 중독이 사회와 개별 인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나아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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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 않으면 계속 악화되는 진행성 질병 ‘술 중독’


금주 자조단체인 AA(Alcoholics Anonymous,익명의 알코홀릭들)는 ‘자신이 의도하는 양 또는 원하는 양 이상의 술을 마시는 상황이 반복되거나 술을 마시면 문제를 일으켜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알코홀릭’일 가능성이 있다’고 규정한다. 알코올 중독이든 일반 약물중독이든 모두 똑같은 ‘마약 중독’이라고 단언한다. 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장 널리 용인되는 마약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담배나 헤로인을 끊으면 대단하다 보지만, 술을 끊으면 평생 의학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술의 덫이 너무나 교묘해, 대다수 음주자는 자신이 덫에 빠진 사실을 모르거나 알려고도 않는다”고 꼬집는다. 어릴 때부터 술은 좋은 것이라고 세뇌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음주는 알코올 중독이자 마약 중독이며, 치료하지 않으면 계속 악화되는 진행성 질병”이라고 강조했다.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따분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술을 끊으면 인생의 좋은 무언가를 다 놓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금주 덕분에 대인관계가 더 나아지고, 그때까지 자신도 몰랐던 용기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제어력을 발휘해야 하는 끊임없는 부담에서 해방되니 즐겁고 행복해져 삶의 질도 좋아진다고 말한다.


◇ 술 끊기, 어렵지 않고 즐겁다

알코올 중독이 심한 사람들은 술을 끊거나 줄이라고 하면 분노와 원망을 표출하며 심한 박탈감에 시달린다. 음주 갈망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저자는 금주를 시도할 때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하는 이유’ 보다는 ‘술을 끊는데 따르는 긍정적인 혜택’을 먼저 생각해야 성공한다고 조언한다.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긴장을 풀게 해주고, 자신감과 용기를 얻게 해주는 놀라운 결과를 먼저 떠올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술의 덫에서 못 빠져나오게 방해하는 최대 장애물이 ‘두려움’이라고 말한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된다는 생각이 ‘공포’ 자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금주 후에 삶의 질이 훨씬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닫으면 술을 끊기가 쉬우며,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오히려 그 반대로 믿도록 길들여졌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비판한다.

 

man drinking alcohol while driving the car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저자는 사람들을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술이라는 마약 그 자체, 그리고 오랜 세월에 걸친 사회적 길들이기와 세뇌가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는 먼저 세뇌당해 생긴 잘못된 믿음과 환상을 제거하고, 그 다음 중독에서 비롯된 금단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생과일 주스 등 몸에 활력을 주는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 음주가 습관이라고?

술 끊기가 어려운 것은 무언가 포기해야 하는 아주 값비싼 희생을 치르게 된다고 믿는 경향이 많다. 그리고 술 먹는 즐거움과 재미와 함께 결정적으로 음주가 ‘습관’이 되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저자는 “현실은 ‘습관’이 아니라 ‘중독’”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대다수 음주자가 자신의 중독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단지 술을 마시겠다는 일념으로 알코올이라는 마약성 약물에 대한 내성을 만들어 그 역겨운 맛을 억누를 뿐”이라고 말한다. 주류업자들은 이 맛에 중독되게 하려고 더 어린 나이에 술을 마시게 부추긴다. 특히 알코올의 역겨운 맛을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과일 맛으로 가리고 ‘쿨’ 한 이름을 붙여 판다고 꼬집는다.


◇ 술이 주는 즐거움의 허상


우리는 몸이 알코올의 효과를 극복하는데 72~240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술이라는 마약이 초래한 손상에서 회복되려면 최대 10일이 걸린다는 뜻이다. 저자는 “술이 주는 기막히게 좋은 기분은 뇌의 전기회로에서 합선이 발생한 결과일 뿐”이라며 “알코올은 ‘기분 저하제’라고 단언한다. 많이 마실수록 더 우울해진다는 것이 의학적 사실로 증명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Domestic violance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알코올은 소화되지 않고 곧바로 위벽을 통과해 즉시 혈당을 높인다. 호르몬 인슐린이 과잉분비되고, 곧 저혈당으로 이어져 우리 몸의 연료를 고갈시킨다. 몸은 긴장하게 되고 그래서 다시 술을 찾게 되어 우리의 중추신경계는 완전히 망가진다. 저자는 “술은 가짜 용기와 자신감을 줌으로써, 생존 메커니즘에 장애를 가져와 모든 위험에 취약해지게 하고 오히려 용기롭지 못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한다.

술이 사교에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교적이란 상호작용으로 소통한다는 뜻”이라며 “술에 취해 감각을 잃은 사람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되묻는다. 그는 “‘사교음주’라는 말은 없다”면서 오히려 알코올이 효과를 내면 즉시 사교가 중단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술을 마시는 곳에는 구타와 폭력, 성폭행, 언쟁, 악의가 난무한다고 질타한다.


◇ 적당히 먹으면 보약인가

저자는 “‘술이 몸에 좋다’는 말이, 술에 관한 가장 지독한 거짓말”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술이 뇌세포를 파괴해 중추신경계 전반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모든 질병에 취약해지게 만들며, 시각장애와 지각능력 약화를 부르고, 미각과 후각을 둔감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신장과 췌장에 무리를 주고 당뇨병과 비만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독약’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스스로 음주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근거 없는 믿음 때문에 실제로는 점점 더 술을 마시게 된다. 더욱이 음주자가 비음주자들에게 끼치는 피해에 대해서는 잘 듣지 못한다. 구타와 이혼, 폭력과 방치, 정서적·신체적 상처주기, 성적 학대, 자살과 살인, 조울증, 원치 않는 임신, 그리고 간접 음주가 초래하는 모든 고통과 괴로움, 비참함이 그런 피해의 다양한 유형들이라고 말한다.

간접 음주는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성인 보행자의 절반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음주 운전의 법정 한도보다 2배나 높다. 운전자의 잘못이 아니라 보행자의 잘못으로 사고가 난다는 얘기다. 간접 음주의 피해로 평생 불구가 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저자는 “간접 흡연의 영향은 대부분 수년 뒤에 나타나지만 간접음주의

효과는 주로 거의 즉시 나타난다”고 말한다.


◇ 제1의 훼방꾼은 다른 음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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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저자는 술 광고보다 우리를 더 술의 덫에 빠뜨리고 헤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제1의 훼방꾼은 ‘다른 음주자들’이라고 못박는다. 그들은 끊임없이 음주를 합리화하고 우리를 다시 중독에 빠뜨리려 한다. 이들은 금주한 사람들이 언젠가 다시 유혹에 굴복하는지 보고 싶어한다. 음주를 정당화하려고 갖다 붙이는 핑계가 늘 다르다. 따라서 술을 끊은 사람들은 다른 음주자들을 절대 부러워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술을 단 칼에 끊기 어려우니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 쉽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절주’가 금주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술을 끊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술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매혹적이고 귀중하다는 생각만 굳혀줄 뿐이며, 오히려 중독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좋아, 딱 한잔 만” 유혹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술에서 영원히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말한다.


◇ 결단의 시간이 왔다

저자는 술을 끊을 최적기는 ‘지금’,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말한다. 이어 “성공의 열쇠는 ‘결단’”이라고 말한다. 술을 완전히 끊는 비결을 그는 세 가지로 요약했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술 끊은 첫 주는 활력을 주는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술을 끊는 것이지 삶을 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술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자유로 나아가는 12 단계도 제시했다. 다시는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는 다짐이 첫 번째다. 금주로 포기해야 할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다음이다. “난 이제 술을 마시면 안돼”라며 스스로를 고문해서도 안된다. 술 생각을 하지 않으려 일부러 애쓸 필요도 없다. ‘알코홀릭’이 없음을 명심하는 것, 우울해하거나 낙담 말고 새로운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중요하다.

술을 끊는 일수를 세지 말고, 이제 술이 필요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을 기뻐하고 자축한다. 술의 유혹이 두렵다며 사람들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딱 한 잔만’은 금물이라는 점도 명심한다. 술을 다른 무언가로 대체할 생각도 버린다. 음주자를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측은함의 대상으로 본다. 이런 단계별 지침을 모두 따르면 두려움 없이 생명력을 되찾아 신나게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자는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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