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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란 없다"…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경영 키워드는 '군살빼기'

입력 2015-03-15 17:51

이건희 회장 공석 10개월, 이재용식 삼성 경영의 키워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군살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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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부회장 (연합)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0개월간 조직개편, M&A, 대외관계 등에서 혁신적 변화를 주도했다. 이 가운데 모든 시점과 상황을 꿰뚫는 하나의 키워드를 고르자면 군살빼기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공석이후 조직 재배치, 조직 슬림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심지어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회사를 비주력 계열로 판단, 한화에 넘기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조직을 슬림화하는 대신 약해질 수 있는 기능을 M&A를 통해 보완하고 또 새로운 유전자를 적극 받아들였다. 기존 삼성의 조직으로는 조직문화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아예 과감히 인수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군살빼기는 단순히 조직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룹 문화나 정신분야에서도 군살빼기에 나섰다. 전세계적으로 디자인과 기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갤럭시S6의 개발은 초심으로 돌아감으로써 가능했다.


◇“전방위 군살빼기에 예외란 없다”

군살빼기 경영은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무선사업부 인력 500여명을 소비자가전부문으로, 본사 지원인력 150명을 현장으로 재배치하는 등 슬림화를 단행했다.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승진인원을 전년대비 20%나 줄였다. 또 직원들의 임금도 6만만에 동결키로 했다.

삼성전자 뿐만 아닌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은 물론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 주력 계열사로 군살빼기 경영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카메라 모듈과 통신 모듈을 생산하는 2개의 사업부를, 삼성디스플레이는 TV와 모바일로 나눠져 있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사업부를 각각 하나로 통폐합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말 4사업부 체제에서 3사업부 체제로 조직을 슬림화시킨데 이어 최근 임금협상을 앞두고 700~800명의 인력에 대해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해양영업실을 해체하는 등 조직개편과 인력재배치작업은 완료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군살빼기 경영의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10월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4개사를 한화그룹에 전격 매각키로 한 결정이다.

화학과 방산 부문을 비주력으로 판단해 과감히 정리키로 한 것이다.

이러한 군살빼기에 그룹의 컨트롤타워라할 수 있는 미래전략실도 예외가 아니었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태스크포스(TF)에 파견돼 일하던 직원 중 상당수가 최근 원소속 계열사에 복귀했다.

삼성 미래전략실 산하에 조직도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여러 TF에 분산돼 있던 인력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순에 걸쳐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 각자 계열사로 돌아갔다.


◇“사내 문화에서도 거품이 있다면 빼라”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장은 최근 MWC2015에서 전세계적으로 다시 ‘갤럭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갤럭시S6’의 개발 뒷얘기를 털어놔 주목을 끌었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갤럭시를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했다. 프로젝트명이 ‘제로 프로젝트’였다”고 털어놨다. 결과는 메탈과 유리 소재가 일체화된 디자인에서부터 삼성페이 등 기능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갤럭시S6’에 대한 신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직원들의 자세에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자만심, 정신적 거품을 빼내는데 성공하면서 걸작 탄생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10시간 이상 비행시 일반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출장비도 삭감했다.

이런 조치들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비용절감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초심, 즉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군살빼기로 삼성그룹의 토대부터 바꿔나가고 있다.

바뀐 체질을 바탕으로 모자란 부분은 과감한 M&A와 본인부터 나서는 적극적인 영업으로 매꿔나가고 있다.

군살을 빼면서 한편으로는 M&A와 솔선수범으로 혁신을 이뤄나가는 이재용식 경영.미국의 루프페이라는 생소한 업체를 인수하면서 불과 일주일만에 세계 핀테크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게 만든 저력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이재용 경영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국내외서 많았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 적응하면서도 차근차근 내실을 키워나가는 이재용식 경영은 이미 숙성과정을 거쳐 이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정윤나 기자 okujy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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