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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 시급'에 24시간 대기조… 열악한 전공의 현실

입력 2015-03-18 15:45

미국과 우리나라의 의료환경, 특히 전문의 수련현장은 천양지차다. 두 나라 전문의들은 ‘근무시간, 급여, 사생활 보장 등이 확실하다’(미국) ‘24시간 대기조, 참고 견뎌내야 하는 과정’(한국)이라고 평가한다. 주 100시간 이상 근로, 부족한 수면과 휴식 등은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현장의 현주소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 수련의 파업, 전공신청 미달 사태, 수술실 사고 등 다양한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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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비영리단체 ACGME(The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의 주도 하에 주 80시간 근무 등 수련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전문의들은 근무조건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 코네티컷주 예일대 의대 부속병원에서 내과 전공 레지던트로 근무중인 에드윈 리(30)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인턴, 레지던트들의 근무시간은 일주일 80시간을 절대 넘기지 않으며 수련병원의 99%가 근무시간을 준수한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ACGME가 전공의들의 수련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이 곳에서 전공의들의 수련교육·평가방법을 개발하고 수련병원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 설정 등을 주관한다. 또 병원이 수련의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수련병원 취소나 경고 등을 내리고 있어 병원들이 ACGME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수련의 근무시간 불이행으로 ACGME의 지적을 받은 예일대 뉴헤이븐병원이나 존스홉킨스병원도 이제 이 시간만큼은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한다.

에드윈 리는 사생활이 보장되고 일 한만큼 보상이 확실하다고 자랑한다. 그는 “한국 수련의들이 술자리 등에 반의무적으로 참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미국은 일이 끝나면 무조건 개인시간으로 활용되며 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인턴, 레지던트 모두 1년에 5만~6만 달러를 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5년 전 레지던트를 끝냈다는 한 전문의는 “저녁에 일이 없어도 365일 24시간 대기조나 다름 없는 생활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의대생들 사이에서 인턴 과정은 ‘무조건 참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시기’로 통한다”며 “인턴 때 복사만 몇 천장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잡일, 불가피한 술자리, 간호사들의 무시 경향 등도 지적했다.

이런 상황들이 지속되고 수련현장에 다양한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도 ‘전공의 수련환경표준 개정’으로 진료시간이 주당 80시간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전공의들(16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1.4%가 수련규칙 개정 후에도 근무시간이 동일하다고 평가했으며 44.5%는 수련현황표를 거짓 작성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낮은 급여와 추가 근무수당, 당직비 미지급, 부당한 지시 및 대우 등 개선점들이 많이 나타났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과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는 △‘빅맥시급’이라 불리는 전공의들의 급여 △특정진료과목의 쏠림 현상 △전공의 인권보호 △수련병원 평가 실시 등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들이 제시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ACGME와 같은 한국형 수련환경평가기구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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