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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척없는 '상가임대차보호법'… 통과 기다리며 애타는 120만 자영업자

입력 2015-03-17 16:34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한 블럭 뒤에 위치한 ‘라떼킹(Latte king)’ 커피전문점. 30여년간 근무한 공기업을 뒤로하고 노후를 위해 아내, 아들과 함께 2011년부터 이 커피전문점을 시작한 엄홍섭 사장은 현재 건물주와 대치중에 있다. 건물 주인은 ‘재건축’을 시행을 이유로 모든 점포를 지난 12월 폐쇄했다.

 

2011년 이 점포에 들어오기 위해 이전 점포 주인에게 건넨 권리금은 1억6200만원. 또 건물주에게 보증금 4800만원에 월 임대료 230만원을 내고 4년간 영업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돌연 건물주가 재건축을 해야 한다며 건물에 입점해 있는 점포 10곳에 대한 명도소송을 진행했다. 현재 엄씨는 다음 임차인에게 받으리라 예상했던 권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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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재건축 예정인 건물. 엄홍섭 씨의 커피전문점을 포함한 10개 점포가 건물주의 일방적인 요구에 건물에서 쫒겨날 위기에 처해있다.

 

 

작년 9월 법무부가 임차인들의 권리금 보전을 위해 발의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국회 법제사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잠을 자고 있다. 당초 법무부와 관계부처가 이 법안을 발의할 때 구제하려 했던 120만여명의 자영업자들은 법안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17일 법무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열릴 임시국회에서 가려질 이 법안의 통과 여부에 임대·임차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차인들은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이하 맘사모)’는 서울 종로구 한 꼬치집의 재개업 행사에서 “상가권리금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제때 통과됐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에는 이 법안을 최초로 발의했던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참석했다.

현재 임차인의 유일한 권리라고 볼 수 있는 권리금을 보전할 수 있는 법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건물주에게는 ‘재산권’이, 시공사에게는 ‘유치권’이 마련돼 있어 각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임차인은 아직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건물주가 재건축을 실시를 밝히고 법원에 명도소송을 하는 것만으로도 임차인은 영업을 그만두고 권리금도 받지 못한 채 건물에서 나가야 한다. 현행법상 환산보증금(서울의 경우 4억원, 환산보증금=보증금+(임대료*100)) 범위에 속한 임차인의 보증금과 임대료는 보장되지만, 임차인들끼리 주고 받는 ‘권리금’에 대해 임차인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국회에서는 이 법안과 같은 성격의 민생경제법안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다음달 7일부터 열릴 임시국회에서는 민생경제법안의 처리가 우선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4·29 재·보선 선거를 앞둔 여야의 합심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점포를 지킬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임차인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듯 보인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국회차원에서는 ‘파급력’이 큰 민생 법안이어서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영희 맘상모 사무국장은 “더 이상 상인들이 일군 상권을 건물주가 독식하고 임차인은 피해만 보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며 “임차인 입장에서 유일한 방어막이 될 수 있는 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사진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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