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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프] 싱글 홍보녀들의 수다, "대화 통하는 누군가가 필요해!"

입력 2015-04-01 09:00

극단적으로도 살았다. 한참 결혼적령기에는 일하는 게 좋아 몰두했고 한숨 돌리고 나니 혼자임을 깨달았다. 외로움을 자각했을 때 친구들은 이미 결혼했고 한두 번 만난 남자들은 결혼부터 하자고 달려든다. 


무엇에든 열정적이니 결혼생활, 자녀교육 등도 허투루 할 수는 없는 자신을 알기에 결혼은 엄두도 내기 어려워졌다. 그렇게 어느 순간 혼자 밥 먹고 영화보고 여행가는 데 익숙해졌다. 그래서 여전히 혼자인 싱글 홍보녀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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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표 넌버벌 퍼포먼스 중 하나인 ‘점프’ 제작사 ㈜예감의 김성량 경영전략 본부장, 서울극장 프로그램 겸 홍보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이광희 실장, 홍보전문회사 피알원에서 패션 및 금융, 유통 분야 홍보를 맡고 있는 이희진 팀장이 그들이다. 볕 좋은 봄날에 한자리에 모인 세 사람이 털어놓은 웃픈(?) 싱글라이프를 지상중계한다.

 


◇ 대한민국에서 싱글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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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알원 이희진 팀장


이희진- 일요일이면 늘 대청소를 하고 마트에서 장을 봐요. 이 일을 누가 대신해주면 내가 다른 일을 할 수 있을텐데…. 장을 보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결혼 여부를 떠나 뭔가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집안일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결혼하면 하고 싶은 일 하는 시간이 반에 반으로 줄텐데 ‘할 수 있겠어?’라고 자문하게 되죠. 결혼은 하고 싶지만 제 삶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초조함이 있어요. 그래서 결혼과 제2, 제3의 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죠.


이광희- 사회적으로 조직 내에서 여자는 일단 잠재적으로 결혼할 사람이어서 불안한 조직원이 돼 버렸어요. 그걸 결혼하지 않고 일하는 것으로 증명해내야 하는 사명감까지 생겼죠. 언젠가 혼자 출장을 갔다가 모텔에 투숙한 적이 있어요. 그때의 느낌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어요. 주인이 문을 두들겨 뭐라고 물어보는데 혼자 죽으려는지 확인하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이상한 눈빛이었죠.



김성량- 5년 전 안정적인 정부기관에서 현재 직장으로 옮길 때 언니가 이런 말을 해줬어요. 너의 장점이라고는 싱글이라는 것뿐인데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살면 무슨 소용이냐고. 하지만 결혼을 하든 안하든 스스로가 책임져야할 삶이 있어요. 그래서 결국 누구나 혼자고 1인가구인 셈이죠.


◇ 혼자 살고 싶은 사람??

이광희- 저는 주민등록상 1인 가구지만 부모님이랑 함께 살고 있어요. 독립하고 싶지만 험악한 사고도 많고 혼자 사는 게 너무 무서워요. 북유럽처럼 공동 취사장, 거실, 오락실이 있고 독립적인 공간이 있는 1인 아파트 같은 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김성량- 저도 혼자 살 땐 정말 무서워서 1년 동안 한번도 편안히 잠든 적이 없어요. 결혼은 희생의 느낌이 강해서 싫지만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어요. 구지 혼자 살아야하나 싶어요. 가족이 아니라도 이성이든, 동성이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같아요. 1인 가구들이 같이 혹은 가깝게 살면서 독거사 안하게 서로 전화해주고 연락하고, 공동체처럼 때로는 독립체처럼 살면 좋겠어요


◇ 멋진 여성이 넘쳐나는 시대, 여여커플 전성시대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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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예감 김성량 부장


김성량- 성 정체성을 의심한 적도 있어요. 연애세포가 죽었나 싶을 정도로 멋진 남자는 안멋있어 보이는데 멋진 여자는 너무 만나고 싶은 거예요. 섹슈얼한 만남은 아니지만 대화가 너무 잘 통하니까.

이광희- 맞아요. 중요한 건 대화가 통하는 거예요. 젊었을 때야 서로 맞추고 알콩달콩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시기에 상대방에 나를 맞추기 보다는 각자를 인정하고 함께 할 건 하고 따로 할 건 또 따로 하고…. 그런데 그런 남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오히려 맘 맞는 여자는 정말 많이 만나거든요. 

이희진- 이러다 진짜 여여 커플이 많아지는 거 아닐까요? 전 정말 결혼이 하고 싶어져서 최근에 많은 남자들을 만나 실험도 해봤어요. 한 사람에게는 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한 사람에게는 조신한 모습을 보여줬죠. 결국 남자들은 후자를 좋아해요. 하지만 그건 제가 아니잖아요. 이렇게까지 결혼을 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다시 자문하면 결혼은 아니고 연애가 하고 싶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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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성량 부장, 이광희 실장, 이희진 팀장

 

이광희
- 사실 애인이라는 게 남자든 여자든 늘 가까이 있어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소소한 얘기 나누고 온전히 내 편이 돼주고 A부터 Z까지 대화가 통하는 친구를 가까이 두고 싶은 것 같아요.

 

김성량
- 영화 ‘그녀(Her)’처럼 정말 잘 맞는 사람이라면 여자든, 남자든, 기계든 크게 상관없는 것 같아요. 여성성을 버리고 나니 일하기가 편하긴 하지만 자기 관리가 안되니 스스로가 정말 재밌고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성과의 관계도 필요한 것 같긴 하고….

이희진- 여성성을 버릴 수밖에 없는 게 직장 내에서 지시해야하는 위치다 보니 내 안에 남자가 있나 싶어 문득 놀랄 때가 있어요. 가끔 나 자신을 좀 남겨둘 걸 그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력도 많이 하죠. 하지만 전 그냥 남자가 좋아요. 너무 밝히나? 여자들도 좋지만 음양의 조화가 갖춰지면 더 좋은 것 같아요. 



◇1인 가구 아닌 함께 잘사는 정책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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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극장 이광희 실장

이광희- 싱글이 무슨 죄도 아니고 그렇지 않아도 세금 심하게 내는데 ‘싱글세’까지 언급되니까…. 부양가족 없고 자녀 없고 주민등록이 너무 깨끗하니 뭘 하나 넣고 싶을 정도예요.


이희진- 인구가 국력이라는데 1인 가구 많아지고 출산률이 떨어지면서 문제라고 호들갑을 떠는 걸 보면 욱해요. 결혼 후 경력 단절이나 아이교육에 대한 원초적인 대비책이 없으니 자발적 싱글보다 비자발적 싱글들이 더 많거든요. 원초적인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은 급속도로 노인사회가 될 거예요. 혼자 잘살게끔 해주는 정책 아니라 같이 어울려 잘 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해요.

김성량- 노르웨이에 갔을 때가 인상적이었어요. 10대 출산이 정말 많은데 나이,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임신을 축하해주는 분위기예요. 임신하는 순간 나라의 지원이 시작되고 결혼을 안하더라도 아빠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혀 책임지게 하죠. 아이는 부모와 사회의 공동책임이어서 결혼을 하고 안하고의 차별이 별로 없었어요.

 


◇우리도 행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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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성량 부장, 이희진 팀장, 이광희 실장

이구동성- 이제 대학졸업반인 조카를 보면서 정말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걸 느껴요. 꿈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자신의 행복이 먼저더라고요.

 

뭘 해야 편하고 행복할까가 기준이다 보니 일에 목숨을 걸거나 일 아니면 사랑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없어요. 

 

정말 열심히 살았고 불행하지도 않았는데 꼭 나만을 위해 살았나 자문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젊은 애들을 보면서 나도 자기애를 찾아야겠다고 배우죠. 언제든, 무엇이든 스스로의 행복이 기준이 돼야 해요.  

 

 


글·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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