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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프] 혼자살기의 고뇌와 즐거움… 소설 '연꽃빌라',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입력 2015-04-15 09:00

이대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 것도 안해도 좋은걸까?”



결혼하지 않은 이들 혹은 혼자 사는 사람들, 좀 더 확산하면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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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의 고뇌와 즐거움을 담은 무레 요코의 장편소설 ‘연꽃빌라’ 시리즈와 4월 9일 개봉해 소규모 상영 중인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다.

일본어로 ‘히토리구라시(一人暮らし)’라 부르는 일본의 1인 가구 여성들이 등장하는 ‘연꽃빌라’ 시리즈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장르도, 주인공도, 처해 있는 상황도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평행이론’처럼 맞닿은 소설과 영화 속 주인공들의 고민과 즐거움은 1인 가구 비율 33%(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2013년 발표)의 일본과 현재는 26.5%(2014년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치)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싱글들이 공감할만한 정서들로 빼곡하다.


◇ 긴급하게 해야할 일이 사라져 버렸다! - 소설 ‘연꽃빌라’ 시리즈

‘연꽃빌라’ 시리즈는 ‘카모메 식당’,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 무레 요코의 장편소설이다. 

 

외국인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올해로 꼭 45세가 된 고미정씨가 “내가 고민하고 꿈꾸는 삶 그 자체”라고 추천하는 싱글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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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 장편소설 '일하지 않습니다' 책표지

 

‘연꽃빌라’ 시리즈의 교코는 45세에 마음에도 없는 아부, 접대용 웃음, 유행 화장·패션, 여자들의 질투로 얼룩진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오늘도 역시 피곤한 하루.”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속 마이짱(마키 요코)의 일상은 곧 사표를 던지기 전 교코의 삶이었다. 

 

피부의 푸석거림, 유행에 민감하지 못한 옷차림, 깔끔하게 깍지 못한 손톱까지 지적받아야하는 오피스 레이디들의 일상은 종종거림의 연속이다.

“일본의 싱글문제 심각해요. 1인 가구도 문제지만 부모에 기생하는 싱글도 많죠. 경제적 문제로 독립하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와 같이 사는 싱글들이 요즘 더 많을 거예요.”

일본인 싱글남 사토시(50)씨의 증언(?)처럼 교코도 엄마에 기생하는 싱글이었다.

 

하지만 45세에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푸념과 원망으로 일관하는 엄마의 곁을 떠나 비로소 혼자가 된다. 

 

3평짜리 낡은 연꽃빌라에서 저금 중 매달 10만엔씩을 생활비로 찾아 쓰며 ‘느리게 살기’ 실천에 나선 교코의 삶이 평탄할 리 만무다.

갑자기 긴급하게 처리해야할 일이 사라져 버린다면? 

 

시시때때로 “오늘 처리할 게…”, “저런 후배가 있으면 참 편할텐데…”라고 반응하는 등 ‘몸은 빈둥거릴 생각인데 마음이 전혀 빈둥거려지지 않는다’는 소설 속 표현이 무릎을 치게 만든다. 비단 교코 뿐 아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굳이 싱글이 아니어도 현대인들은 늘 묻는다. 

 

불안과 당황스러움으로 일관하던 교코의 삶은 2편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까지 이어지는 사이 안정을 찾는다. 

 

이번엔 타인이 묻는다. “진짜 이대로 살아도 괜찮아요?” 누구나 꿈꾸는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동네에서 살아보기’, 일을 너무 많이 해 당분간 멍하게 있고 싶은 ‘정신적 디톡스’, 사치를 부리지 않아도 행복한 ‘우아한 가난뱅이’. 그렇게 교코의 싱글라이프는 맛깔스러워진다.


◇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일본의 유명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인기 만화 ‘수짱’시리즈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수짱(시바사키 코우), 마이짱(마키 요코), 사와코상(테라지마 시노부)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싱글들로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를 위안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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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기 만화 ‘수짱’ 시리즈를 영화화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카페 종업원 수짱, 기업 영업사원 마이짱, 할머니의 병수발에 묶인 프리랜서 웹디자이너 사와코상은 일과 결혼 압박으로 시달리면서도 쿨하고 능력있고 배려심있는 ‘척’으로 일관해야하는 싱글녀들이다.

그들이 직장과 꿈, 결혼 그리고 불안한 노후에 대해 나누는 솔직한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싱글들의 속내를 닮았다. 경력도, 나이도 적지 않으니 삶을 송두리째 흔들 태풍은 없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스치듯 지나가는 잔바람은 불완전한 현재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각인시킨다.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의 잔소리와 스치듯 지나가는 핑크빛 인연들은 그녀들을 절망 끝으로 떠밀기도 한다.

같은 고민을 하지만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하는 세 친구들. 

 

“결국 이렇게 된건가?” 마이짱은 지금의 자신에게 안녕을 고하고 곧 올 다른 모습의 자신을 맞을 준비를 한다.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을 거야. 할머니는 여전히 따뜻해.”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병수발에 매달려 있는 엄마, 그리고 두 사람을 늘 걱정해야하는 스스로에 지쳐 있던 사와코상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게 됐다.

“먼 미래까지 다 결정할 필요는 없어.” 늘 경직되고 경계를 치고 살던 수짱은 사소한 것들에, 자신에게 보내는 호의에 감사와 소중함을 전할 수 있게 되면서 활력 넘치는 싱글라이프를 만끽하고 있다. 그렇게 달라진 친구들이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또 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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