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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미세한 표정 변화를 관찰하라, 거짓이 보일 것이니!

[주세뻬's TED presso] 언어적·비언어적 표현으로 드러나는 거짓말

입력 2015-06-22 08:26

 

빌 클린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1998년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지나치게 격식 있는 표현과 말투로 인해 거짓 증언이라는 지적을 받았었다. (캡처 : TED.com)

  

브릿지경제 문은주 기자 = 적외선 카메라로 뇌를 스캔하고, 아이 트래킹 기법으로 눈동자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MRI 기법으로 온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해독할 수 있는 시대다. 덕분에 몸의 변화는 비교적 쉽게 꿰뚫어볼 수 있게 됐지만 마음의 변화까지는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 ‘거짓말’이 대표적이다. 

 

하얀 거짓말부터 리플리 증후군(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인격장애)까지 생활 깊숙이 파고 들어 있는 거짓말의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면 좀 더 일상이 편해지지 않을까. 6번째 강연의 주제는 거짓말이다.
 

  

라이 투 미 포스터
미국 드라마 ‘라이 투 미’ 포스터 (출처 : http://www.impawards.com/tv/lie_to_me_ver2_xlg.html)

 

 

◇ 지나치게 격식 있는 말투를 경계하라!


미국 드라마 ‘라이 투 미(Lie to Me)’는 거짓말의 진위를 가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수사물이다. 40여 개의 얼굴 근육을 이용해 표현할 수 있는 표정이 10만 개 이상에 이른다는 생각을 가진 칼 라이트만 박사가 주인공이다.



살아있는 거짓말 탐지기로 꼽히는 라이트만 박사의 모티프가 된 인물은 저명한 심리학자 폴 에크만. 에크만은 표정, 몸짓, 목소리 같은 미세한 행동 패턴을 통해 거짓말을 알아내고, 상대방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알아내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하루 최대 200건의 거짓말에 노출돼 있다. 사람들은 최소 10번 이상 거짓말을 하고 적어도 25번은 거짓말을 접한다. 다른 연구 조사에서는 회의하기 첫 10분 동안 거짓말 할 확률이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멜라 마이어
파멜라 마이어 (사진 출처 : www.incentiveworksshow.com)

라이트만 박사나 에크만 박사를 직접 마주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우리는 거짓말과 참말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파멜라 마이어는 훈련을 받으면 거짓말의 90% 이상을 가려낼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거짓말은 평균적으로 똑같은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패턴은 두 가지 정도로 추려진다. 


하나는 지나치게 격식을 차린 말투다. 사람들은 뭔가를 부인하고자 할 때 편안한 단어보다는 격식 있는 표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해당 주제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고 싶은 심리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보디랭귀지도 빠지지 않는다. 보통 우리는 거짓말쟁이들이 몸을 꼼지락거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거짓말 할 때는 상체를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짓말을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안 볼 것이라는 속설도 거의 맞지 않다. 어색하게 굳어 있는 볼 근육도 거짓말의 증거로 찾을 수 있다.


 

레이첼 돌레잘
수년간 흑인 행세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레이첼 돌레잘. 피부색과 헤어 스타일을 내세워 여전히 흑인임을 주장하고 있다. (출처 : startribune.com)

 


◇ “거짓말은 본능”...철저하게 대비해야

얼마 전 미국 전역을 충격에 몰아 넣은 사건이 있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유력 흑인 인권단체의 지부장이었던 30대 후반 여성 레이첼 돌레잘이 백인이면서도 오랜 기간 흑인 행세를 해온 것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돌레잘의 부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6~2007년 우리 가족이 흑인 4명을 입양한 뒤부터 딸이 흑인 행세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돌레잘은 5살부터 자화상을 갈색 크레용으로 그렸다면서 여전히 흑인임을 주장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흑인 인권 운동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정체성마저 흔들 만큼 거짓말에 빠져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여전히 분분한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거짓말은 인간이 가지는 또 하나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마이어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들은 우는 척을 하다가 누군가가 다가오면 울기 시작한다. 5세가 되면 거짓말 본능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아첨을 하면서 어른을 조종한다. 뭔가를 감추는 데 도사가 되는 시기는 예상 외로 9세 즈음이다.   

 

얼굴 근육
얼굴 근육 움직임만으로도 거짓말을 알아챌 수 있다. 오른쪽 얼굴 표정에 비해 왼쪽 표정은 다소 경직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형적인 거짓 미소 형태다. (캡처 : TED.com)

 

과학자들은 눈을 깜빡이는 횟수나 발걸음의 모양새, 목소리톤의 높낮이 등 오랫동안 거짓말에 대한 몇 가지 지표들을 찾아 왔다. 지인들보다는 낯선 이들에게 거짓말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외향적인 사람이 내성적인 사람보다 거짓말을 더 많이 한다는 통계 아닌 통계도 나온다.

이런 정보가 많아질수록 거짓말을 가려내는 능력도 높아져야 할 것 같은데 막상 그렇지가 않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거짓말도 진화하기 때문일 터다. 많은 사람들이 스팸메일, 얼굴도 모르는 디지털 친구, 편파적인 미디어, 개인 정보를 빼가는 테크놀로지 도둑들과 마주친다. SNS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속에서 접했던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일도 생긴다.

지금이라도 거짓말을 가리는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SNS를 쓸 때마다,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마다, 회의를 할 때마다 뇌파 검진기를 들고 다닐 수 없다면 답은 하나다. 모니터 너머에 있는 사람의 표정을 읽는 것. 훈련을 통해 거짓말의 낌새를 찾는 것.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세상이라지만 충분히 대비한다면 심리적·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문은주 기자 joo071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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