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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발매 20주년 맞은 오아시스 '모닝글로리'의 비하인드 스토리

[권익도의 White Cube] 영광과 불화 사이… 20년 전 '입담 깡패' 살아나다

입력 2015-11-02 07:00

Noel-Liam-Rankin
리암 갤러거(왼쪽)과 노엘 갤러거(출처: 오아시스 공식 웹사이트)

 

거칠면서도 당찬 기타리프로 앨범 문을 활짝 열어 젖히는 ‘헬로’. 게리 글리터의 히트곡 ‘헬로, 헬로, 아임백어게인’의 순수했던 코러스를 멋지게 비틀며 그들은 거만한 시작 인사를 건낸다. 이어지는 ‘원더월’은 첼로 소리와 함께 상상 속 구원자를 조용히 갈구하고 뒤이어 거지들도 따라 부른다는 영국인들의 성가 ‘돈 룩 백 인 앵거’가 울려 퍼진다.


비틀즈에 ‘위 캔 워크 잇 아웃’이 있다면 자신들에게는 이 곡이 있다며 추켜세운 ‘썸 마잇 세이’와 서사적인 구성으로 심금을 울리는 ‘캐스트 노 새도우’. 헬리콥터의 웅장한 소리와 함께하는 앨범 타이틀곡 ‘모닝 글로리’가 삶을 긍정하다 보면 어느새 본 헤드가 듣고 눈물을 질질 짰다는 ‘샴페인 슈퍼노바’가 흘러나온다. 여기서 노엘과 폴 웰러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기타 솔로를 연주하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은 분명히 있다. 영국 최정상 브릿팝 밴드였던 오아시스의 두 번째 정규앨범 ‘(왓츠더스토리)모닝글로리’가 그렇다. 사람들의 기억에 세월의 먼지가 쌓여가도 이들이 들려주는 정통 브리티시 사운드는 언제나 아름답다. 동시에 유행을 타지 않는 세련됨도 있다는 건 참으로 역설적이다. 

 

oasisbeatles
미국의 록음악 커뮤니티인 ‘필넘버’에는 오아시스의 한 팬이 비틀즈의 계보를 잇는다는 의미로 애비로드 앨범 커버에 오아시스의 모닝글로리를 ‘완벽히’ 합성시킨 흥미로운 사진을 게재했다. 모닝글로리 앨범 커버는 런던 애비로드가 아닌 런던 소호의 버윅가에서 찍혔다. (출처: 필넘버 웹사이트)

 

처음으로 이 밴드를 접한 건 군대에서였다. 당시 나의 삶은 유령 같았다. 타율에 의한 삶의 성격이 강했던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고 멍하니 있는 날도 많았다. 어느 날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엮였던 선임이 나를 부르더니 노래 몇 곡을 들려주었다. 듣자마자 가슴을 뻥 뚫게 하는, 말로는 표현 못할 일렁임이 있었다.

며칠 뒤에는 나도 모르게 이들의 악보를 찾고 있었다. 선임의 기타 지식을 살짝 빌려 간주부분을 치고 의미도 몰랐던 가사를 흥얼대고. 그 소리가 어찌나 좋던지. 익숙치 않은 손으로 기타줄을 튕겨가면서, 옆 동기에게 시끄럽다는 소리도 들어가면서, 눈이 오더라도, 비가 오더라도 계속 쳤다. 자유를 향한 나의 기갈을 해소시켜줬던 노래들이었다. 그리고 후에 당시에 알지 못했던 2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치던 음악들이 모두 모닝글로리라는 하나의 앨범에 실려 있었다는 사실과 오아시스란 밴드의 중추인 갤러거 형제가 ‘입담 깡패’였다는 사실을.

 

모닝글로리
오아시스의 두 번째 정규 앨범 ‘모닝글로리’ 20주년을 맞아 오아시스의 공식 홈페이지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과거 영상들이 게재됐다.(출처: 오아시스 공식 웹사이트)

 

올해 10월 이 앨범은 20번째 생일을 맞았다. 비록 2009년 서로 아끼는 기타를 부수고 해체한 후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갤러거 형제에겐 안타까운 20주년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팬들과 언론은 그들의 영광의 과거를 추억하고 있다. 최근 미 음악전문잡지 롤링스톤즈는 20주년을 맞아 이 앨범과 관련됐던 갤러거 형제의 과거 미공개 인터뷰 몇 가지를 공개했고 잇따라 다른 매체들도 관련 소식을 전하며 팬들을 흥분시켰다.

그들의 오랜 팬으로서 3가지만 소개해 보려한다. 두 형제의 찰진 욕설로 버무려진 거만한 입담을 100% 구현할 수는 없다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한다.

 

오아시스
1995년 7월 22일 모닝글로리 앨범을 발표한 후 아일랜드 슬레인 캐슬에서 펼쳐졌던 공연. 이 공연에서 한 팬이 오아시스 무대 위로 돌을 던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자 리암은 “공연이 맘에 안 들면 가서 니 목이나 매달아! X같은 돌 무대에 던지지 말란 말이다. 실명하고 싶지는 않다고! 이번 곡은 ‘롤위드잇’이다, 이 XX야!”라고 거칠게 말한다. 롤 위드 잇(Roll with it)은 복싱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날라오는 펀치를 살짝 비끼면서 맞는 충격 완화 방어 기술이다.(출처: 오아시스 공식 홈페이지)

 

 

#1 '원더월' 부르기 지겨워했던 리암, 사실은 원더월의 가사를 좋아했다.

 

1995년 11월 롤링스톤즈지와 인터뷰한 리암. "원더월은 어떤 것이든지 의미할 수 있어. 단어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아름답잖아? 예를 들자면 이런거지. 버스 티켓을 열심히 찾는 상황인데, 아니 빌어먹을 찾으려고 미친 듯이 눈알이 뒤집힐 정도로 찾다가 발견했다고 생각해봐. 그게 바로 내게 있어선 '원더월'이야." 팬들 사이에서 리암은 이 곡을 싫어하기로 유명하다. 2008년 전세계 기자들 앞에서 그는 "난 그 빌어먹을 노래가 맘에 안 들어. 불러야 할 때마다 토할 것 같아. 문제는 이게 우리에게 엄청, 엄청 중요한 곡이라는 거지"라며 충격을 선사했다.

 

#2 해석 논란을 빚었던 '샴페인 슈퍼노바'는 노엘의 자기애가 담긴 곡?

 

앨범 발매 직후 선데이타임즈와의 인터뷰했던 노엘. "샴페인 슈퍼노바. 맙소사. 제목부터 얼마나 거대해. 이건 마치 '나는 노엘 갤러거야'라고 나 자신을 소개하는 것과 같지. 내가 누군지 알아? 난 최고지. 세계 최고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급이야. 내가 스트레이트 펀치를 한번 날리면 당신들은 물러서야 할 걸."

 

샴페인 슈퍼노바는 분석가들 사이에서 해석이 다양하다. 샴페인이 터질 때의 모습이 마치 초신성이 폭발하는 모습과 겹쳐진다며 화려한 삶 뒤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음을 노래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엘의 인터뷰를 보면 그게 결국 자신의 삶에서 얻은 지혜인 듯하다.

 

#3 첫 번째 정규앨범 '데피니틀리 메이비'와 완전히 달랐던 '모닝글로리'

 

1996년 5월 롤링스톤즈지와 인터뷰한 노엘. "데피니틀리 메이비는 맨체스터에서의 지루하고 개 같은 삶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탈출에 관한 얘기라면 두 번째 앨범 모닝글로리는 실제 팝스타가 되어가는 과정 중의 우리를 노래한 것이지."

 

 

노엘
노엘 갤러거의 하이플라잉버즈의 공연 모습(출처:노엘갤러거 공식 웹사이트)

 

지난해 10월 리암이 비디 아이(노엘을 뺀 오아시스 멤버들과 리암이 2011년 결성한 밴드)를 해체하면서 오아시스 재결합설은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3월엔 리암이 노엘의 솔로 밴드 '노엘갤러거의 하이플라잉버즈' 공연을 직접 관람한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리며 두 사람이 화해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또 5월에는 노엘이 "폴 매카트니가 오아시스의 컴백 곡을 써주면 생각해 보겠다"고 말해 팬들을 들었다 놨다. 

 

노엘은 벌써 내년도 하이플라잉버즈의 영국 아레나 투어 공연 스케줄을 공지했고 리암은 턱수염을 길러가며 별일 없이 살고 있다. 그러나 팬들은 여전히 10년 전 오아시스의 다큐 ‘락더박스’ 말미의 인터뷰를 기억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의 오아시스는 어떨까요? 음악은 훌륭할까요?”라던 기자의 질문에 “(리암) 우리가 지금처럼 훌륭한 노래들을 만들고 있지 않다면, 어디 한 번 보자고. 난 우리가 계속 락킹할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우리 티셔츠나 사”라고 말하던 그 당돌함을.  

 

P.S 그래, 리암. 티셔츠 원하는 만큼 사 줄 테니까 제발 재결합해서 세계를 끝장 내버릴 음악을 만들어 달란 말이다.

권익도 기자 kid@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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