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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차이나 머니의 공습… M&A로 '알짜' 한국 기업 싹쓸이

[금주의 경제학]

입력 2015-12-02 07:00

# 국내 업체들의 안마당이었던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최대주주로 있는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10월21일 세계 4위 낸드플래시 기업인 샌디스크를 21조6500억원에 인수했다.

 

# 지난해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이자 최고급 호텔 월도프아스토리아도 중국에 넘어갔다. 1931년 문을 연 이 호텔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함께 뉴욕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1949년 이 호텔을 인수한 세계적인 호텔체인 힐튼월드와이드는 중국 안방(安邦)보험에 약 2조원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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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글로벌 M&A시장에서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바탕으로 중국기업들은 세계 각지의 기업들을 전방위로 공략하고 있다.


30일 외신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해외기업 인수·합병(M&A) 거래 규모(완료 기준)는 지난 2010년 이후 500억~60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거래 건수(완료 기준)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거래 건수는 11월 중순 기준 410건으로 지난해 415건에 거의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기업들이 글로벌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까닭은 중국의 넘쳐나는 자금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5000억달러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 최근 중국경제 성장률이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중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알짜’ 韓 기업 사냥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도 ‘차이나머니’ 공습이 거세다.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곳곳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국기업들은 국내 보험, IT, 패션, 게임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합병(M&A) 규모는 약 1조3500억원으로 지난 2008년 120억원과 비교하면 6년 만에 약 100배 증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고 경쟁력이 취약한 반도체, 의료장비, 제약, 바이오테크 기업에 대한 M&A시도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달 30일엔 차량용 블랙박스(영상저장장치) 국내 2위 업체 미동전자통신이 중국 신세기그룹의 자회사인 상하이유펑인베스트먼트에 경영권을 넘겨줬다. 중국 안방보험은 지난 6월 동양생명의 지분 63.0%(6800만주)를 인수해 새 주인이 됐다. 이에 따라 안방보험은 중국 자본으로는 최초로 한국 보험사를 인수해 운영하게 됐다.

지난 3월엔 베이징링크선테크놀로지가 동부로봇(현 디에스티로봇)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중국 미디어 기업 화잭미디어는 535억원을 투자해 영화 배급사인 뉴(NEW)의 2대 주주 자리를 확보했다.

유통업계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아시아 캐피탈은 올초 변신로봇 장난감 ‘또봇’으로 유명한 완구업체 영실업을 2200억원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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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유아동복 기업 아가방도 중국에 팔렸다. 사진은 아가방앤컴퍼니 김욱 대표이사(오른쪽)와 랑시그룹 신동일 회장이 지난해 주식양도 본 계약을 체결한 후 사진 촬영에 응하는 모습(아가방앤컴퍼니 제공)

중국 의류업체 랑시그룹의 한국 자회사 라임패션코리아는 지난해 토종 유아동복 기업 1위인 아가방앤컴퍼니를 320억원에 인수했다. 유아복 브랜드 블루독과 밍크뮤를 보유한 서양네트웍스도 1960억원에 홍콩기업의 리앤펑으로 넘어갔다. BNX, 카이아크만으로 알려진 아비스타 역시 122억원에 중국 디샹그룹에 매각됐다. 또 패션기업 더신화는 캐주얼 브랜드 인터크루를 중국 안나실업에 매각했다.

M&A 뿐만아니라 아니더라도 한국기업에 지분 투자하는 중국 기업도 늘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CJ E&M에 53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으며,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뱅크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 ‘차이나 머니 공습’ 이대로 괜찮을까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외국 자본의 유치나 해외 매각 등을 단행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특히 중국기업의 입장에서 앞선 기술을 개발하고 여러 가지 노하우를 쌓아놓은 한국 기업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 자본이 사회전반에 거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을동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차이나 머니 공습이 방송·영화·게임 등 콘텐츠까지 폭을 넓히면서 영화·방송 프로그램의 기획·제작·배우 섭외 등 전 분야에서 중국의 힘이 거세지고 있다”며 “한류 콘텐츠 핵심 제작 역량이 통으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벌써 게임산업 같은 경우는 중국 게임사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늘어나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중국의 공습에 보호대책이 있는지 고민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국내 산업계에 차이나머니 대한 경계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대비책은 전무하다. 더욱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표를 계기로 중국 자본 침투가 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의 관계자는 “중국의 거대자본이 국내 산업을 좌우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기획능력과 아이디어, 기술이 유출돼 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앞으로 차이나머니의 규모가 커지고 국내 유입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전적 대응 전략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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