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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뜨거워지는 지구… 무너지는 수력문명… 신유목 시대 오나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제러미 리프킨 '플래닛 아쿠아'

입력 2024-09-28 07:00
신문게재 2024-09-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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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유럽우주국(ESA)은 2021년에 ‘플래닛 아쿠아(Planet Aqua)’라는 용어를 공식화했다. 지구는 ‘물의 행성’이라는 의미다. 이 책은 지구의 수권(水圈)에 관한 종합 보고서다. 저자는 지구 수권에 문제가 생겨, 지금 인류는 여섯 번째 멸종의 초기단계에 와 있다고 경고한다. 물에 대한 전향적인 사고의 전환 없이는 뜨거워지는 지구를 감당할 수 없다며, 물이 지배하는 새로운 미래를 진심으로 대비하자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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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아쿠아|제러미 리프킨|민음사


◇ 물 자원을 잘못 다룬 혹독한 대가



지난 6000년 동안 인류는 수자원을 포획해 댐으로 가두고, 운하로 밀어 넣고, 방향을 바꾸고, 사유화해 이익을 얻고, 고갈시키고, 오염시키며 문명을 발달시켜 왔다. 그 결과, 오늘날 야생으로 남은 곳은 지구의 19%를 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귀중한 물이 손실되고 야생동물도 함께 사라졌다. 지하 암석권까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지상과 바다의 물 증발속도는 빨라진다. 강력한 대기천(수증기가 대규모 기류를 이루며 좁고 길게 흐르는 기상 현상), 초대형 폭설과 겨울 강추위, 대규모 봄 홍수와 긴 여름 가뭄, 치명적인 폭염과 산불, 파괴적인 가을 허리케인과 태풍 등이 지구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인간과 생물의 생명을 빼앗아 가고 있다.

오늘 날 26억 명이 극심한 물 부족을 경험하고 있지만 2050년에는 35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10년 동안 물 관련 분쟁과 폭력사건이 270%나 증가했다. 2050년까지 대규모 ‘기후 이주’가 불가피하다. 50℃에 육박하는 폭염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다. 19개 국가가 해수면 상승 위험에 처해 있고 향후 30년 내 중국과 인도, 태국은 물론 알렉산드리아와 헤이그, 오사카도 위험해 진다.

모두가 화석연료 기반의 물-에너지-식량 넥서스(상호 연계성 결합)가 불러온 결과다. 저자는 “우리가 ‘플래닛 아쿠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답은 간명하다”며 “수권이 지구 생명체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후 온난화로 인한 물 부족으로 ‘신 유목 시대’가 도래하고, 인류는 기존의 고밀도 서식지를 버리고 대규모 이주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내다보았다.



◇ 임박한 수력문명 붕괴… ‘수(水) 생태주의’ 전환 시급

 

plastic waste garbage on beach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역사의 모든 주요 ‘수력 문명’은 노동력과 동물을 수송하고, 상거래와 무역을 하기 위해 정교한 도로 시스템과 수로를 건설했다. 이렇게 ‘수권’을 굴복시키자 잉여 식량이 엄청나게 증가했고,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문명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렇게 6000년 동안 인류는 물을 길들여 왔다. 수자원 인프라의 부침은 전체 문명의 흥망성쇠를 상징했다.

전 세계 주요 강 유역에는 3만 622개의 댐이 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급격한 기후 온난화로 인해 곳곳의 이런 수자원 인프라가 무력화되고 있다. 수권이 ‘야생’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지구의 담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댐과 인공 저수지는 사라지고 있다. 지구상에 남은 담수의 70%가 ‘관개’에 쓰인다는 사실은 현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저자는 “6000년에 걸친 인류의 수자원 탈취와 조작, 상품화와 사유화가 지난 200년 동안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 문명, 즉 물-에너지-식량 넥서스와 긴밀하게 얽히면서 우리 생명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 남부 등지에서는 기후변화로 여름철에 물이 너무 뜨거워져 발전소 냉각수를 끌어오지 못해 가동 축소나 중단 사태까지 발생하곤 한다.

앞으로는 모든 공동체와 지역사회가 비가 올 때까지 가능한 많은 물을 저장하고 필요 시 공유하게 될 전망이다. 저자는 “물-에너지-식량 넥서스가 우리 종과 생물을 한계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 넥서스 해체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보급되면서 물-화석연료-원자력의 넥서스가 해체되고 있어 그나마 고무적이라고 했다.

저자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며 ‘수 생태주의’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생산성’을 추구하는 반면 수 생태주의는 ‘재생성’을 촉진하며, 특히 자연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원천으로 여긴다고 했다. 나아가 자본주의는 국내총생산(GDP)으로 경제적 성공을 측정하지만, 수 생태주의는 ‘삶의 질 지수’로 행복을 측정한다고 강조했다.



◇ 온난화가 가속화하는 지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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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나트륨이 축적되어 토양이 ‘불(不) 투수성’으로 변하는 것은 지구의 영구적인 난제다. 온난화로 강과 호수, 하천이 고갈되어 곳곳에 마른 수층이 남는 것도 문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향후 75년 동안 세계의 수자원 인프라가 모두 파괴되고, 세계 곳곳의 도시와 지역이 유실될 위험에 처해질 것”이라며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완전한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WMO는 모든 나라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옮겨가고 옥수수와 밀·쌀·보리 같은 ‘물 집약적’ 작물을 감자와 참마·당근·카사바·비트 같은 ‘물 절약적’ 작물로 바꾸는 방대한 전환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오랫동안 묻혀 있던 강과 하천, 습지를 되살리고 분산된 수조와 물 마이크로그리드에 빗물을 저장하는 고도로 분산된 다양한 물 수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EU와 중국, 미국 등에서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해 가고 있다. 하지만 기타 지역에서는 아직 미미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50년에 이르러야 전기의 9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사이에 담수의 양은 계속 줄고 있다. 1인당 사용 가능한 물이 50년 만에 무려 절반으로 줄었다.

현재 1만 7000개에 달하는 담수화 플랜트 대부분은 화석연료로 바닷물을 데우고 소금과 미네랄 등을 배출하는 열 공정에 의존한다. 담수화에 쓰이는 재생에너지는 고작 1%다. 농축된 소금물 처리도 난제다. 지역 갈등은 이런 해결 노력을 가로막는다. 저자는 “이제 고통 속에서 혼자서 버틸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공동의 생태지역 거버넌스를 위한 전향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리는 ‘플래닛 아쿠아’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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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유엔은 2023년에 해양의 30%를 보존한다는 목표 아래, 대규모 해양 보호구역 설정을 위한 조약을 공표했다. 저자는 “물을 우리 종에 맞추지 않고, 우리가 물에 적응하는 식으로 수권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권에 대한 ‘관리’에서 이제는 ‘책임’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물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찾도록 내버려두는 것이야말로 인류에게 최상의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국 도시건축학자인 유쿵젠이 고안한 ‘스펀지 도시’를 하나의 대안으로 소개했다. 물의 흐름을 늦춰 토양으로 스며들게 하거나 도시 밑 지하 저수조나 지하수 탱크에 빗물 등을 저장한 후 필요할 때 사용함으로써 홍수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사헬을 위한 100만 수조 계획’도 주목을 끈다. 세네갈 등 아프리카 7개 나라에 물 수확 및 저장 시스템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저자는 기후 온난화에 따른 대규모 이주로 ‘임시 도시’가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 재단도 “2050년까지 세계 식량 생산량이 30%까지 줄어 대규모 기아와 기근, 사망이 발생하고 역사적인 인구 대이동이 촉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콜로라도강은 4분의 3이 비었고, 미드호는 일부가 말라 4000만 명의 미국 서부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량 이주가 임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유엔은 이런 ‘기후 난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종교 종파나 소수 민족, 정당에 대한 정부의 박해 같은 인권 침해 사안만 보호를 제공할 뿐, 지구 온난화를 피해 고향을 떠나는 수백 만 난민에 대한 보호 조치는 없다. 아열대 지방과 중위도의 많은 지역에서 대이동이 이미 시작되었음에도 이른바 ‘기후 여권’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 인공지능 미래 사회의 또 다른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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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로 대표되는 미래 역시 걱정이 많다. 데이터센터의 인공지능 서버는 ‘에너지 먹는 하마’다. 벌써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2% 이상을 차지한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물이 소요된다는 사실은 자주 간과된다. 구글의 데이터센터는 2020년에 250억 리터의 물을 취수해 현장 냉각에 거의 200억 리터에 달하는 1등급 물을 소비했다. 그 대부분이 식수였다.


칩 하나를 만드는데 거의 30ℓ의 물이 들어간다. 챗GPT가 채팅 대화로 10~50건의 응답을 할 때마다 500㎖의 물이 소비된다. ‘가상 세계’가 마냥 장미 빛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저자는 “가상 세계를 ‘전부’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물을 ‘상업적 자원’이 아닌 지구상의 ‘생명의 원천’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법적 지위도 제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강과 호수, 바다까지 법적 인격체로서 인간의 간섭 없이 생존할 권리를 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풀뿌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에콰도르는 2008년에 처음으로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포함시켰다. 방글라데시와 호주, 뉴질랜드도 강의 법적 권리를 더욱 강화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사실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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