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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무관심에 갇힌 '외딴섬'에서 시들어가는 '외딴 삶', 사회적 고려장 ‘고독사’

[싱글라이프] '무연사회, 사회적 고려장 ‘고독사’
사회적 관계망, 소셜팸 등 풀뿌리식 관심으로 풀어가야

입력 2015-12-09 07:00
신문게재 2015-12-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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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사망자 연간 1만명 

 

 

믿을 수 없지만 이는 실제 있었던 사건이고 이같은 사건이 뉴스를 타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더불어 믿고 싶지 않겠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손주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는 할머니, 혼자 씩씩하게 잘 살고 있는 장애인,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이나 싱글남녀, 기러기아빠 등은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고독사는 사회적 고려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연사회(無緣社會)가 부른 참사죠. KBS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의 도움을 받아 2013년 전국 변사자와 전국 지방자치단체 무연고 사망자 통계를 분석한 적이 있어요. 사망 후 한참만에 발견된 수는 연간 1만건이 넘었고 심하게 부패되고 훼손된 수는 1717건에 달했어요.”

현황을 전한 사단법인 시니어희망공동체(前 한국1인가구연합)의 송영신 대표변호사는 “누구나 필연적으로 1인 가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다인가구에서 취업, 학업 등으로 청년 1인 가구로 독립하고 결혼으로 2인 가구, 출산으로 다인가구가 된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부모는 나이 들어 자식이 성가하면 또다시 부부 둘만 남게 된다. 한날한시에 죽지 않는 한 둘 중 한 사람은 1인 가구로 남은 생을 살아야 한다. 생의 주기로 보면 1인 가구는 평범한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결국 1인 가구든, 4인 가구든 누구나 고독사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경기침체의 장기화,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의 심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감소하는 무연사회는 무시할 수만은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독사에 대한 통계와 현황 파악은 물론 용어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40~50대 고독사 40%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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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60대 이상 노인들 뿐 아니라 40~50대의 고독사 비율도 늘고 있다고 알려진다. 유품 정리 대행업체 스위퍼스 발표에 따르면 2012년 10월~2015년 9월 접수된 고독사 234건의 유품 정리 및 장례 분석 결과 50대가 39.3%(92명), 40대가 16.6%(39명), 60대가 14.1%(33명), 70대가 11.6%(27명) 등으로 나타났다.

여동생, 남동생이 모두 출가하고 어머니와 단 둘이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는 45세 싱글녀 조씨는 얼마 전 열이 펄펄 끓어 혼자 겨우 응급실을 찾아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서야 퇴원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여행 중이던 어머니,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동생들이 걱정할까 혼자 응급실로 가면서 “이러다 ‘독고사’하는 게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놓는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씨(75) 역시 혼자 따로 살고 있는 아들이 늘 걱정이다. 50세의 아들은 지척에 살고 있는데도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언젠가 밑반찬을 챙겨주러 갔다 혼자 3일째 끙끙 앓고 있는 걸 발견하기도 했다”며 “나마저 죽고 나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사회적 안전망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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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희망공동체(前 한국1인가구연합) 2기 소셜팸 출범식.(사진제공=시니어희망공동체)

 

이에 고독사는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할 우리의 현재다. 2011년 충남대학교 기계공학과 김은태씨가 석사 논문으로 발표한 ‘고독사 방지를 위한 손목 착용형 맥박 측정 시스템 개발’처럼 IT기술 분야를 비롯해 엔딩노트, 유언장 등 작성을 위한 법률지원, 정부 및 지역자치단체의 정책수립 등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고민하고 실행하거나 시스템화하고 사업화해야할 사안이다.

16명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률지원단을 운영 중인 시니어희망공동체의 송영신 대표변호사는 “죽음을 정면으로 대비해 막연한 공포에서 탈피하고 현재 삶을 충실히 사는 것과 사회관계망 회복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엔딩노트나 유언장, 버킷리스트 작성이 유행처럼 번지거나 소셜팸(소셜 패밀리의 줄임말)이 중요한 대안으로 대두되는 것도 궤를 같이 하는 현상이다.

연간 3만건에 이를 정도로 고독사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일본은 아파트 부녀회, 자원봉사단체 등 소규모 민간 시민사회단체에서 혼자 사는 이들에게 수시로 연락을 취해 가스 및 전기 검침을 하듯 ‘고독사 검침’을 하는 사례들이 보편화돼 있다. 한국의 모기업이 직원들의 출장용으로 구비해둔 일본 숙소가 장기간 비었다며 한국으로 전화를 걸어 이유를 체크할 정도다.

시니어희망공동체에서도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소셜팸을 운영 중이다.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해야하는 만 18세 자립청소년과 부모세대 2명, 형제자매 1명, 조부모 1명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활동 시작과 동시에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24시간, 365일 끈을 연결해두고 있다. 이같은 사회적 관계망, 소셜팸 등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1인 가구원의 열린 마음이 필수다.

송 변호사는 “지역의 마을회관 등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노인들을 관찰한 교수의 케이스 연구 발표에 따르면 화장실을 갈 때도 자신의 방문을 잠그고 다닌다. 반면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스웨덴에서는 친구 몇 명의 방 열쇠를 가지고 있는지가 자랑거리다. 아무리 공동생활을 해도 방에 틀어박혀 문을 잠그고 있으면 관계망은 회복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결국 고독사는 복지의 문제이며 개인의 신뢰와 전분야의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내 이웃 그리고 나 자신의 문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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