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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제내성결핵치료제 ‘서튜러’ vs ‘델티바’ … 알약 개수·부작용 줄여

급여 사전심사제 전문가위원회로 일원화돼 치료 접근성 향상 … 치료비 전액 지원, 심평원은 급여결정서 배제

입력 2017-10-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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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제내성결핵치료제 한국얀센의 ‘서튜러’(왼쪽) vs 한국오츠카제약의 ‘델티바’

지난 5월에 다제내성결핵(MDR-TB, multidrug-resistant tuberculosis) 신약의 보험급여 사전심사기구가 전문가로 구성된 사전심사위원회로 단일화되면서 심사위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견 불일치 문제가 일거에 해소됐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결핵퇴치사업의 일환으로 치료비 전액을 지원키로 함에 따라 각종 신약의 급여가 책정에 태클을 걸어오던 심평원이 다제내성 결핵치료제 약가 결정에서만큼은 사실상 이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핵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 감염으로 발생하며, 후진국형 감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기침·대화 중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 뚜렷한 원인 없이 2~3주 이상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지속되면 폐결핵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한국은 2015년 기준 결핵환자 비율이 10만명당 8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다. 1950년 한국전쟁 때 결핵이 많이 퍼진 이후 경제성장 속도에 비해 결핵 퇴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2위는 라트비아 10만명당 41명, 3위는 포르투갈 23명으로 꼽혔다.

다제내성결핵은 결핵의 대표 치료제인 이소니아지드(isoniazid, isonicotinylhydrazine, INH)와 리팜피신(rifampicin, RIF, 미국명 리팜핀)에 내성을 가져 일반 결핵에 비해 치료 기간이 3~4배나 길다. 이에 완치율은 37.1%로 낮고, 사망률은 31.2%에 달한다. 2015년 기준 국내 환자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총 2139명으로 추정된다.

일반 결핵은 표준요법으로 살균력이 강한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피신 외에 에탐부톨(ethambutol, EMB), 피라진아미드(pyrazinamide, PZA) 등 4가지 약제를 6개월간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다제내성결핵은 결핵 2차 치료제를 포함해 4가지 이상 약제를 최소 20개월 이상 투여해야 한다.

이소니아지드는 결핵균 세포벽의 필수성분인 미콜산(Mycolic acids) 합성을 막는다. 리팜피신은 결핵균의 DNA 복제 과정을 저해한다. 에탐부톨은 이소니아지드 내성이 있을 때 리팜피신에 대한 내성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한다. 피라진아미드는 산성 환경에 놓인 결핵균 증식을 강하게 억제하며, 초(初)치료 2개월간 복용한다.

다제내성결핵은 신약인 한국얀센의 ‘서튜러’(성분명 베다퀼린, bedaquiline)와 한국오츠카제약의 ‘델티바‘(델라마니드, delamanid)가 2015년에 급여 출시되면서 치료예후가 향상됐다. 이들 약은 지난해 7월부터 약 30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 전액이 건강보험으로 지원되고 있다.

사전심사제는 비싼 이들 신약에 대한 급여 삭감이 빈번히 일어나면서 삭감을 두려워한 의사들이 처방을 기피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9월에 이례적으로 도입됐다. 주치의가 서튜러나 델티바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약을 바로 처방하지 않고, 질병관리본부 산하 사전심사위원회와 심평원으로부터 심사를 받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대학병원과 국립결핵병원 전문의 5인으로 구성된 사전심의위원회가 신약 사용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이후에 심평원이 급여를 인정해주지 않아 갈등이 불거졌다. 최종 급여 승인까지 20일 이상 지연돼 당장 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방치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그러다 지난 5월 사전심사제도가 개선됨으로써 의료기관이 자료를 제출한 이후 최종 급여 승인에 걸리는 기간이 7일내로 단축될 전망이다.

서튜러와 델티바는 최소 20개월 이상 4가지 약제를 매일 20정가량 복용해 알약 개수가 많고 부작용이 심한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개선했다. 이소니아지드·리팜피신·에탐부톨·피라진아미드 등 4제 표준요법의 주요 부작용은 독성간염, 말초신경염, 졸음, 관절통, 피부발진, 위장장애, 시력저하, 고요산혈증, 혈소판감소증, 설사 등이다.
 
서튜러는 24주요법으로 첫 2주간 400㎎(100㎎ 4정)을 1일 1회 복용하며, 3~24주에는 1주 3회 최소 48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200㎎을 투여한다.
델티바는 1회 100㎎(50㎎ 2정)을 1일 2회 식사와 함께 24주간 복용한다.

서튜러와 델티바는 임상연구에서 심장 전기활동 파동의 QT간격 연장이 보고됐지만 실제 임상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의료진의 주된 평가다.
얀센 관계자는 “서튜러는 기존 약에 비하면 부작용이 거의 없고 알약 개수를 대폭 줄여 의료진과 환자로부터 ‘기대 이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튜러는 24주(168일)간 총 188정을, 델티바는 같은 기간 총 672정을 복용한다.

서튜러는 세계 최초의 다제내성결핵치료제로 2012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받았다. 결핵균의 에너지원인 아데노신삼인산(ATP, adenosine triphosphate) 합성효소를 억제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작용한다.

서튜러 또는 위약을 기존 표준요법과 병용한 환자군을 비교한 2상 임상연구 결과 서튜러 투여군은 120주 치료 후 완치율이 58%(66명 중 38명)로 위약군(32%, 66명 중 21명) 대비 향상됐다. 객담배양검사에서 음전 결과가 나오기까지 83일이 걸려 위약군(125일)에 비해 42일 단축됐으며, 24주차 배양음전율이 79%로 위약군(58%)에 비해 높았다.

객담배양검사는 환자의 가래를 결핵균이 잘 자랄 수 있는 외부 환경(배지)에 두고 균이 자라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음성은 현미경으로 결핵균이 관찰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치료하기 까다로운 다제내성결핵 환자 35명을 대상으로 한 프랑스 진료현장(Real World, 리얼월드) 연구에서 치료 6개월차에 음전율 96.6%(29명 중 28명)를 달성했다. 나머지 1명도 이후에 음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배양음전에 도달하는 소요시간의 중앙값은 85일이었다. 이 연구에는 전광범위성 내성(Pre-XDR, previous extensively drug resistance) 환자 16명, 광범위성 내성 환자 19명이 포함됐다.

전광범위성 내성은 핵심 결핵치료제인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피신 외에 퀴놀론계 항생제 혹은 2차 항결핵주사제 중 하나가 효과를 보이지 않으며, 광범위성 내성은 퀴놀론계 항생제와 2차 항결핵주사제 모두에 내성이 생긴 상태를 의미한다.

2상 임상 결과 치료 6개월 내 새로운 내성이 생긴 환자는 서튜러 투여군이 1명으로 위약군(16명) 대비 적었다. 서튜러 투여군에선 전광범위성 내성 또는 광범위성 내성이 발생하지 않은 반면 위약군에서 6명이 보고됐다. QT연장 외에 서튜러의 흔한 부작용은 구역, 관절통, 두통 등이다.

델티바는 니트로디하이드로이미다조옥사졸(Nitro-dihydro-imidazooxazole) 계열의 새로운 항결핵제로 결핵균 세포벽의 필수성분인 미콜산의 합성을 저해한다. 이소니아지드는 세균의 카탈라제-퍼옥시다제(KatG) 효소에 의해 활성화되는 전구약물(prodrug)인 반면 델티바는 세포벽 합성을 바로 억제한다. 2상 임상결과를 근거로 2014년 4월 유럽에서 처음 시판허가를 받았으나 미국 FDA 승인은 아직 받지 못했다.

다제내성결핵 환자 481명이 참여한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2상 임상 ‘204 Trial’에서 델티바 또는 위약을 기존 표준요법과 병용한 환자군을 비교한 결과 델티바 투여군은 치료 2개월차 객담배양 음전율이 45.5%로 위약군 29.6%보다 높았으며, 배양음전에 도달하는 평균 시간도 짧았다. QT연장 외에 델티바의 흔한 부작용으로 망상적혈구증가증, 저칼륨혈증, 식욕감소, 불면, 두통, 지각장애, 떨림, 귀울림, 두근거림 등이 보고됐다.



김선영 기자 sseon0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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