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강창동 대기자의 창업이야기] BHC의 끈질긴 생명력

입력 2018-02-28 07:00
신문게재 2018-02-28 13면

20180220010006700_1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2012년 9월의 일이다.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은 BHC 1000호점이 문을 연 경기 안양시 관양동에서 테이프커팅이 끝난 뒤 기념사를 통해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지금까지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브랜드는 있으나 직상장하는 것은 BHC가 처음”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당시만 해도 윤 회장은 BHC의 상장심사 통과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해 상장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BHC는 원래 1999년 4월 강성모 전 헤세드 대표(56)가 만든 브랜드로, 2004년 자금난에 따른 부도 위기를 겪으면서 제너시스BBQ그룹에 전격 인수됐다. 2000년대 초반 30대의 청년사업가 강성모의 혼과 열정이 오롯이 담긴 BHC는 ‘별(B) 하나(H) 치킨(C)’이란 이니셜처럼 반짝거리는 아이디어와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4년만에 가맹점 500개를 넘어섰다. ‘콜팝치킨’이란 국제특허 상품은 어린이들이 치킨과 음료를 한 용기에 담아 먹는 재미를 만끽하도록 고안됐다. 중국 대만 필리핀 등 해외 5개국 사업파트너들에게 매출액의 3%를 로열티로 받을 정도로 빅 히트작으로 꼽혔다. 자신감으로 가득찬 그는 다른 업종으로 보폭을 넓혔다. 커피·허브전문점 ‘후에버’와 맥주전문점 ‘큐즈’를 BHC 신화의 후속타로 선보였다. 하지만 이게 비극의 출발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맥주전문점을 만들겠다는 강성모의 야심은 신촌의 직영점 하나에 수십억원을 쏟아붓는 무리수로 이어졌다. 주력상품인 치킨에 몰입해야할 에너지와 자본력이 맥주점과 커피점으로 흩어지면서 2004년 여름부터 급격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5년간 국내 치킨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BHC는 급기야 2004년 8월 BBQ의 계열 브랜드로 편입되고 말았다.

제너시스BBQ그룹은 BHC를 인수한 2004년부터 1000호점 기념식을 연 2012년까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의 왕좌를 차지했지만 해외시장 개척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면서 자금난에 쪼달리게 됐다. 2013년 BHC를 외국계 사모펀드에 팔게 된 배경이다. 2013년 7월 BHC를 인수한 사모펀드(TRG)는 제너시스BBQ그룹에서 영입한 박현종 회장을 앞세워 공격경영에 나섰다. 덕분에 3년만에 점포수는 2배로, 매출액은 3배로 늘어났다. 로고도 bhc로 바뀌었다. 지난해부터는 동일 업계 1위 교촌치킨을 바짝 추격하는 2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2004년 30억원 안팎에 불과했던 브랜드 가치가 100배 이상으로 뛰어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BHC(별하나치킨)의 생명력이 새삼 놀랍다.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