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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신구와 손숙 "특별할 것 없지만 즐겁고 존경스러운 사이!"

입력 2020-02-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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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왼쪽)과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

 

“특별한 의미랄 게 뭐 있나, 같이 하면 즐겁죠.”



2013년 초연돼 2014년, 2016년에 이어 2020년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2월 14~3월 22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부부로 다시 만날 채비 중인 손숙에 대해 신구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신구)와 평생을 희생해온 어머니(손숙), 철없는 아들(조달환)이 풀어가는 가족 그리고 정해져 버린 이별과 죽음에 대한 작품으로 잔잔하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덤덤하지만 애끓는 이야기다.

“국립극단 단원으로 함께 하다가 10년 만에 다시 만난 작품이 2013년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였어요. 여전히 연극을 대하는 태도가 존경스러운, 제가 좋아하는 상대역이에요. 연습에 들어가면 일절 다른 일을 안하시는데 아직까지도 그걸 지키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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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2016년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이어 손숙은 “돌아가시는 연기를 위해서 다이어트 중인 걸로 안다”고 귀띔하며 “그런 노력이나 서로 눈빛만 봐도 생겨나는 호흡이나 신뢰가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곤 “저분하고 무대에 서면 편안하다. 불안하질 않다”며 “할아버지는 날 신뢰 안해?”라고 반문했다.

“손숙 선생도 마찬가지죠. 연극에 임하는 자세는 누구 못지않아요. 어려부터 그렇게 배웠어요.”

두 사람은 무대는 물론 TV, 드라마 등 연기자 후배들의 멘토로 꼽히는 대표적인 배우들이다. 실제 인터뷰 현장에서 롤모델로 두 사람을 꼽는 배우들을 자주 만날 수 있기도 하다.

“후배들이 저를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고맙죠. 사실 저 스스로는 배울 점이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성실하기 위해 노력은 합니다. 열과 성을 다하기 위해서.”

신구의 말에 손숙은 “대사 외는 건 기본이다. 신구 선생님은 놀라운 게 순식간에 대본을 외우시고는 손에서 놓는다”며 “저도 마음이 급해지는데 젊은 배우들은 더하죠. 되게 힘들어 하고 긴장하고 놀란다”고 전했다.

“선생님의 지론이 대사 보고 있으면 연기가 안된다는 거예요. 연습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신구 선생님과의 연습은 똑같이 한달을 해도 전혀 다르죠.” 

 

손숙의 전언에 신구는 “대본을 들고 움직이다 보면 정해진 동선을 따라가기가 힘들다”며 “배우는 직업이다. 프로페셔널인데 대본은 당연히 외워야할 의무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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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왼쪽)과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

 

“오랜 습관이에요. 열흘 전이든, 그날이든 대본을 받으면 동선 체크 2주 전에는 대본을 놓죠. 안그러면 만족도 못하고 익히기도 어려워요. 정독 기간이 긴 게 좋은 것 같아요.” 

 

손숙 역시 “저는 한번도 스스로를 최고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그냥 이 일을 좋아서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한 일도 아니고 관객을 위해서 한 일도 아니었어요. 저는 그저 이 일이 좋으니까 즐겁게 할 수 있으니까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죠.”

 

◇대가들의 ‘팩트’와 ‘리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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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사진제공=신시컴퍼니)

“극 중 인물과의 완전 일체는 안돼요. 예를 들어 미친 사람을 연기한다고 해서 미칠 수는 없잖아요.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한겹의 차이가 있죠. 이성을 가지고 나를 표현해야지 완전 미치면 안되거든요. 그 차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이려 노력하는 거죠.”


신구의 말에 손숙은 “무대 위 사투리는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돼야 하는 것과 같다”며 “리얼과 팩트는 다르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연극계 현실에 대한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연극이 어렵다 어렵다 해도 관객은 분명 늘었어요. 제 지론은 좋은 작품을 하면 관객은 온다는 거예요. 제작진들도, 배우들도 성의를 가지고 정성껏 만드는 작품은 관객들이 분명 찾아와요. 5000만원 짜리 연극을 500만원에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죠. 사실 작품은 다 좋아요. 어떻게 만드느냐가 문제 아닐까요? 그건 연극계 전체가 반성해야할 일이죠.”

그리곤 연극계의 인간문화재, 국립극단의 종신단원제 제도를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무용, 국악 등도 인간문화재가 있는데 아무 것도 없는 곳이 연극계”라며 “국립극단에 종신 단원제에 대해 여러 번 얘기했다”고 토로했다.

“대여섯 명이라도 그 분들을 인간문화재처럼 대우해드리자는 거예요. 양로원처럼 모시는 게 아니라 현역으로 무대에 서게 하자는 거죠. 예산이 많이 들지도 않는데 소귀에 경 읽기 같아요. 젊은 연극인들도 열심히 하면 종신단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되겠죠.”


◇신구의 햄릿, 손숙의 블랑쉬 “오래 무대 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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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연습현장(사진제공=신시컴퍼니)

 

“배우로서도, 자연인으로서도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건강이 안받쳐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잖아요. 저는 나름 이리저리 걷기도 하고 자건거도 타면서 매일 운동을 해요.”

‘주당’으로 잘 알려진 신구는 이어 “사실 술을 마시기 위해서 운동한다”며 웃었다. 손숙은 “끝나고 매일 약주를 드시는데 다음날이면 또 멀쩡하게 나온다”고 귀띔했다.

“저도 건강은 자신 있었는데 요즘은 옛날 같지가 않아요. 마루에 쭈그리고 앉았다 일어나는 장면이 그렇게 힘들고 그래요. 배우인데 그런 것들이 자유자재로 안되면 속상해요.” 

 

그리곤 해보고 싶은 역할에 대해 손숙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중 블랑쉬를, 신구는 ‘햄릿’을 꼽았다. 신구는 “배우가 하고 싶어하는 역할은 여러 개지만 시간과 여건이 맞아야 할 수 있다”며 “햄릿을 하고 싶었는데 내 모양새가 햄릿과는 거리가 멀어서 못해봤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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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왼쪽)과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

손숙은 “운이 좋아서 비교적 좋은 역할을 많이 했는데도 줄리엣과 블랑쉬는 못해봤다”며 “이제는 지나간 꿈”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해보고 싶은 작품 보다는 무대에 오래 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심지어 대사를 안줘도 좋아요. 무대에 앉아만 있으라고 해도, 그것마저도 행복할 정도로 무대에 대한 사랑과 갈증이 늘 있죠.”


◇누구에게나 삶의 키워드 ‘나’

“지금 세대가 지난 세대보다 농도가 더 진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세대든 그때마다 다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본인들이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대에 절망하고 활력과 희망을 잃고 쉽게 포기하거나 도전하지 않는 이들에게 신구는 열쇠는 ‘나 자신’이라고 조언했다. 손숙은 “지금은 실제 나이에 0.7을 곱하라고들 한다. 마흔이면 28살밖에 안됐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이에요. 지금까지의 인생을 다 실패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다시 실패해도 안 늦을 나이예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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