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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에스프레소’ 누나 김수하, ‘아이돌’ 동생 이준영

입력 2020-03-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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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왼쪽)와 단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처음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는 고민을 좀 많이 했어요. 뮤지컬이라는 자체가 낯설었고 동화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 출연을 고민하는 이준영을 무대 위에 오르게 한 이는 소속사 NH EMG의 김남희 대표였다. 이준영은 “저희 대표님이 누나(김수하) 팬이셨다. ‘미스 사이공’에 출연한 누나의 영상, 뮤직비디오 등을 다 볼 정도”라며 “저는 고민을 엄청 하고 있는데 저희 대표님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셨다”고 털어놓았다.

‘스웨그에이지’는 조선시대 시조를 현대의 랩 선율과 라임에 빗댄 풍자극으로 아이돌그룹 유키스의 멤버이자 ‘부암동복수자들’ ‘이별이 떠났다’ ‘미스터 기간제’ 등의 이준영이 처음 무대에 오른 뮤지컬 데뷔작이자 2015년 한국 배우 최초로 런던 웨스트엔드 ‘미스사이공’ 여주인공 킴으로 활약한 김수하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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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유키스로 시작했기 때문에 저에겐 싫어도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야하는, ‘아이돌’이라는 꼬리표가 있어요. 그 꼬리표에 따라오는 편견, 선입견 등이 무서웠고 싫었죠. (아이돌그룹 멤버였다가) 드라마를 처음 할 때도 그 꼬리표를 떼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 꼬리표를 이제야 간신히 뗐는데…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또 시작해야한다는 게 힘에 부쳤죠.”

수많은 고민 끝에 오른 뮤지컬 무대는 꽤 성공적이었다. 이준영은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뮤지컬을 보고 제 팬이 되셨다고 팬사인회에 오신 분들도 계시다”며 “너무 신기했고 감사했다”고 전했다.

“저 역시 (이)준영이랑 다르면서도 비슷해요. 준영이는 ‘아이돌’이라는 꼬리표가 있다면 저는 ‘웨스트엔드에 처음 진출한 여배우’라는,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수식어가 있죠. 심지어 첫 연습 때 누군가는 ‘수하, 칼국수 먹어 봤어?’라고 묻기도 하셨어요. 하지만 제 외국생활은 4, 5년 정도고 한국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살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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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
이렇게 전한 김수하는 “외국 생활이 어땠는지 정말 궁금해서, 긍정적으로 물어보는 분들도 있지만 실력이 아닌 동양적인 외모 때문에 웨스트엔드에 갔다는 편견의 시선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어떻게 하면 그 편견을 깰 수 있을까, 한국 관객들에게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엄청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준영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동질감을 느꼈죠. 얘기도 많이 했고 도와주고 싶었어요. 준영이가 뮤지컬에 왔다가 후회하거나 ‘별로’라는 마음이 들지 않게, ‘좋은 데야’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자못 진지하게 “성공했다”며 웃었다. 그리곤 “뮤지컬이 싫기 보다는 저 역시 색안경을 끼고 있었던 것 같다”며 “뮤지컬 쪽에서 아이돌 캐스팅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은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민을 하면서 했던 생각들을 반성했어요. 그 역시 제 편견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래도, 연기도, 춤도 좋아해서 도전했는데 너무 좋은 사람들을 얻게 됐어요. 뮤지컬로 저를 알게 되고 사랑해주시는 분들,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준 우리 배우들…그 사람들 덕분에 제 인생 일부가 바뀌기 시작하기도 했죠. 전에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도 해봤거든요. 한강에서 돗자리 펴고 음식을 시켜 먹는, 그런 것들요.”

소소한 일상의 변화, 인식 전환 등의 가치를 전한 이준영은 “그간 해보지 못한 것들을 같이 해보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많이 배우고 즐겁고 감사하게 지내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 진짜 아무 것도 한 게 없어요. 제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창작진들, 배우들이 저를 너무 잘 이끌어주셔서 ‘뮤지컬’이라는 낯선 장르에 편해질 수 있었죠.”


◇‘아이돌’ 그리고 ‘웨스트엔드 출신’이라는 꼬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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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처음엔 누나가 너무 조심스러웠습니다. 누나가 연습 때 목도리를 칭칭 두르고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거예요. 그래서 영국에서는 저러는구나 싶었죠.”

이준영의 귀띔에 김수하는 “그 에스프레소에는 오해가 있다. 2년 동안 영국투어를 하면서 매일의 패턴이었다”며 “사실 저는 원래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아예 마시지도 않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때는 아침에 잠을 깨야 해서 에스프레소를 마셨어요. 공연 전에는 화장실 문제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가 없어서 에스프레소를 마셨죠. 킴이라는 역할이 무대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거든요. 그렇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게 습관이 돼 버렸죠. 투어는 한달에 한번씩 장소가 바뀌다 보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마셨던 게 에스프레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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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

김수하의 에스프레소는 낯선 영국에서 어떻게든 적응하고 제대로 공연을 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이었고 그의 표현대로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이준영은 “누나가 영국에서 왔다고 하니 에스프레소가 보였다. 이 역시 편견이었다”며 “되게 멋있어 보여서 우리도 마셔볼까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엔 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건지 물어보는 게 실례일까 봐 조심스러웠어요. 지금 물어봐도 되나, 더 친해져야하나…저희끼리는 회의도 했죠. 좀 친해진 후에 (이)휘종이 형이랑 같이 가서 물어봤어요. 이유를 듣고 나니 되게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곤 “한국인 여배우 최초로 웨스트엔드 무대에 서면서 길을 개척했으니 대단하고 멋있지만 그 만큼 외롭고 상처도 많았겠다 싶었다”며 “저도 연습생 생활을 거쳐 18세에 데뷔해 활동하면서 많이 외로웠다”고 동질감을 표했다.

“그런데 누나는 되게 밝아요. 처음엔 상처를 가리려고 밝은 척을 하는 건가 했는데…본체 자체가 순수하고 밝죠. 공연을 할 때도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맞춰줄게’라고 해요. 저 역시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라고 하죠.”

이준영의 말에 김수하도 “TV에서만 아이돌그룹들을 봤을 때부터 늘 느꼈던 건 ‘불쌍하다’였다”며 “근데 그 ‘불쌍하다’는 표현은 아이돌들 중 아는 사람이 없어서였던 것 같다. 이 역시 편견”이라고 털어놓았다.

“초연 준비 당시 두 번째 모인 연습실에서 준영이 혼자 춤추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저는 투어 당시 한회 공연을 위해 하루를 보냈어요. 매일의 루틴이 있었고 공연을 위해 운동하고 먹고 쉬고 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아이돌들은 무대에 서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외에 인터뷰, 예능 및 쇼 프로그램 출연 등 다른 스케줄들이 너무 많잖아요. 게다가 대중들은 늘 완벽한 무대를 원하잖아요. 그래서 준영이한테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물어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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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질문에 이은 “고생이 많겠다”는 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말을 잇지 못했단다. 이준영은 “그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드물었다. 모두가 아이돌들은 예민하다고 생각하곤 한다”며 “그런데 저는 왜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하는지 이해를 못했다”고 전했다.

“저는 좋아서 하는 일이거든요. 기분이 좀 상하기도 했죠. 하지만 처음엔 당당하게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하지 못했어요. 이 판이 내 판이 아니니까요. 밉보이고 싶지 않았고 당장은 이 사람들이랑 친해져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얘기 안하고 지내다가 친해지고 나서 누나한텐 얘기했죠. ‘난 내 직업 되게 좋아’ ‘남들이 불쌍하게 보는 건 솔직히 속상해’라고요. 원래는 그런 말들이 되게 속상한데 누나랑은 다 얘기하게 돼요. ‘이런 건 힘든데 또 이런 건 되게 좋아’라고요.”

그렇게 열린 마음을 가진 두 사람은 이준영의 말처럼 “틀린 게 아닌 다른” 서로의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맞춰가면서 ‘절친’이 돼 있었다.


◇김수하, ‘레미제라블’ 에포닌과 ‘해밀턴’을 향해! 주어진 일에 감사를…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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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

 

“국내든, 영국이든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어요. 언어, 인종 등 장벽이 있어서 어렵겠지만 벽에 닿는 순간까지는 해보고 싶어요.”

그리곤 김수하는 하고 싶은 캐릭터로 ‘레미제라블’의 에포닌을, 작품으로는 “준영이도 좋아할 게 분명한” 랩뮤지컬 ‘해밀턴’을 꼽았다. 이준영은 4월 방송예정인 SBS ‘굿캐스팅’에 이어 태권도를 소재로 한 ‘나래, 박차 오르다’, 밴드 이야기를 다룬 ‘아이돌 주치의’ 등의 드라마 촬영에 돌입한다.


“작년까지는 목표를 엄청 세웠어요. 하지만 올해부터는 목표를 안세우기로 다짐했죠. 목표를 이뤘을 때의 성취감은 너무 좋고 행복한데 못이뤘을 때의 상실감이 너무 크더라고요. ‘원인은 너야’ ‘너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 성격이다 보니 저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해요. 그 목표 때문에 저를 너무 힘들게 하거든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주어진 일에 감사하면서 살기로 했죠.”

이어 “하지만 후회는 안하고 싶다”며 “남은 공연도, 방영되고 촬영에 들어갈 드라마들도 즐겁고 재밌게 작업하면서 건강하게만 보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그거면 충분한 것 같아요. ‘굿캐스팅’은 (최)강희, (김)지영, (유)인영 누나가 국정원 요원인데 저는 인영 누나 상대역이에요. 진짜 한류 대스타 역을 맡았죠. 제가 너무 싫어하는, 저랑 결이 너무 다른 부류라 힘들었어요. 그렇게 살아본 적도, 대우를 받아본 적도 없지만 저 진짜 다짐했어요. 나중에 인기가 많아지더라고 이 인간처럼은 절대로 안살겠다고.”

뮤지컬 무대 경험만을 가진 김수하는 TV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제가 영화를 찍은 건 학교에서 친구들과 해본 작업이 전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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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위)와 단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준영이가 뮤지컬에 처음 왔을 때 그랬을 것 같아요. 저는 영화도, 드라마도, TV 프로그램도 안해 봤으니까요. 기회가 되면 도전해보겠지만 저에 대한 의심이 있습니다.” 

 

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또 시작이다. 만날 이래요. 잘 할 거면서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래요”라고 퉁바리다.

“예능 프로그램 촬영 때면 누나랑 같이 가고 싶어요. 잘 할 것 같거든요. 끼가 넘쳐, 그대는!”


◇좀 놀았으면 좋겠는 동생 이준영, 더 많은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는 누나 김수하

“사람 냄새 나는, 공감을 쉽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길 바라죠. 인위적인 건 별로거든요. 제가 사실적이고 솔직했으면 좋겠어요.”

사람 냄새나는, 솔직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준영에 김수하는 “할머니가 되도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를 꿈꾼다며 “나잇대에 맞는 역할을 차근차근 많이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곤 이준영에게는 “좀 놀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 동안 이 얘기를 얘(이준영)한테 안한 건 분명 그러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준영이가 좀 놀았으면 좋겠어요. 여행도 가고 생각 없이 바닷가에 누워 책도 읽고 쉬면서요.”

진심어린 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저에겐 드물게, 최단기간에 친해진 누나”라며 “그럼에도 내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많이 털어놓는 사람이라서 누나한테 정말 의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니까 누나도 힘든 게 있으면 저한테 얘기를 했줬으면 좋겠어요. 누나랑 이번 작품을 또 같이 하게 된 걸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아는 사람 중 누나가 노래를 제일 잘 하거든요. 제가 누나를 처음 봤을 때 느낀 소름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대성하라! 김수하, 여배우여!”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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