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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K-아티스트 자란다…함께 성장하고 빛나는 클래식전문 극장과 상주음악가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솔로이스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실내악 롯데문화재단, 세계적인 음악가들과의 협연 서울시향

입력 2021-01-08 18:15
신문게재 2021-01-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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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상주음악가' 제도를 도입한 금호아트홀(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로 그렇지 않아도 두텁지 않은 관객층과 시장이 더욱 쪼그라들면서 클래식 아티스트들은 설 무대를 잃었고 애호가들은 향유권을 박탈당했다. 애호가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기획·발굴·선사해야하는 극장이나 예술단체들은 당장 다음 시즌 라인업도 녹록치 않은 지경이다. 

 

이에 클래식업계에서도 극장이나 예술단체가 자신들의 방향성에 맞는 예술가를 선정·초청해 무대에 설 기회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윈-윈하는 ‘상주예술가 제도’(Artist in Residence)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클래식 전문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을 운영 중인 롯데문화재단은 1965년부터 꾸준히 활동 중인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창단 1년 6개월만에 런던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 사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은 에스메 콰르텟(1 바이올린 배원희·2 바이올린 하유나·비올라 김지원·첼로 허예은)을 상주 아티스트로 선정하며 ‘인 하우스 아티스트’ 제도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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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문화재단은 지난해 말 상주음악가 제도인 ‘인 하우스 아티스트’를 도입했다. 올해 말까지 활동할 에스메 콰르텟(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롯데문화재단 관계자의 전언처럼 “매년 연말이면 다음해 라인업을 공개하는데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해외 연주자 내한공연의 비중이 큰 롯데콘서트홀은 연주자 섭외 및 공연 운영이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타국에서 입국시 의무화된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도 해외 연주자 내한공연이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롯데문화재단 이미란 책임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수한 연주자의 정기적인 섭외, 실력과 개성을 겸비한 단체들을 통한 양질의 공연 콘텐츠 확보, 실내악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공연장의 강점인 풍부한 음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연주단체를 섭외하고자 했다”고 상주 아티스트 제도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상주예술가 제도’의 핵심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음악사업팀 이지영 과장의 말처럼 “좋은 아티스트 선발 혹은 초청”이다. 여기서 ‘좋은’ 아티스트란 각 단체, 극장마다 달라진다. 그렇게 ‘상주예술가’는 단체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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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문화재단은 지난해 말 상주음악가 제도인 ‘인 하우스 아티스트’를 도입했다. 올해 말까지 활동할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이처럼 극장 입장에서 상주음악가 제도는 콘텐츠의 안정적 수급, 가능성 있는 예술가들의 발굴 및 육성, 극장 혹은 단체의 정체성 확보 및 강화 등으로 이어진다. 아티스트들에게는 보다 다각적인 공연 및 연주기회, 안정적인 음악탐구 및 예술세계 구축, 해외진출 등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상주음악가로 초빙하는 경우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글로벌 거장들의 음악을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데서 애호가들에게는 반가운 제도다. 더불어 세계적인 아티스트와의 협연 경험, 마스터클래스 진행 등으로 단원 및 조직원들의 역량도 강화시킬 수 있다.

 

이에 국내외 크고 작은 미술관이나 갤러리, 지역자치단체 산하의 극장 및 예술단체 등에서는 작업 공간, 공연기회, 다양한 작가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상주예술가 제도를 꽤 오래 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레지던스 프로그램,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창작스튜디오, 국립극단의 시즌단원제, 경기문화재단·서울문화재단·대전문화재단·마포문화재단·광진문화재단 등 지역문화재단 및 공연장의 상주단체 등이 그 예다. 이들은 대체로 공모에 의해 선정·지원하고 정부 차원에서 혹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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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문화재단이 운영 중인 롯데콘서트홀은 지난해 '인 하우스 아티스트'를 도입해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에스메 콰르텟을 상주아티스트로 선정했다(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하지만 국내에서 상주예술가 제도를 운영 중인 클래식 공연장이나 예술단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해외의 경우 영국 위그모어홀이나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미국 뉴욕필하모닉 등 대부분의 공연장이나 단체들이 상주예술가를 선정해 함께 성장했다. 스타 예술가 혹은 가능성 있는 신진 예술가들과의 정기적인 연주 및 협연으로 아티스트들은 물론 극장 및 단체들도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국립’ ‘시립’ ‘도립’ 등으로 예술단체를 산하 혹은 소속으로 두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등 산하의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시뮤지컬단, 시극단 등이 그렇다. 이들은 비대해지는 조직, 그로 인해 발생하는 관리 및 경영상의 적자, 지나친 안정감으로 인한 쉽지 않은 구성원의 역량 강화, 그로 인한 조직 경쟁력 약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시립이나 도립 교향악단들이 상주음악가를 선정하기도 하지만 그 활약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클래식 공연장 및 연주단체 중에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지난해 새로 시작한 롯데문화재단,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정도가 적극적으로 상주음악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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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네티스트 김한(사진제공=금호아트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2013년부터 가능성 있는 솔로이스트들을 상주예술가로 선정해 1년에 4, 5차례의 무대 기획을 비롯해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교류 기회, 고악기 지원, 다른 공연 및 활동 연계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클래식 애호가로도 알려진 故 박성용 명예회장의 기업 메네사 정신으로 상주음악가 제도 도입 이전인 1998년부터 금호영재콘서트,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 금호영체임버콘서트 등을 시작해 어린 영재 발굴, 가능성 있는 젊은 연주자들의 성장을 함께 해온 여정에서 만난 이들의 현재 면면은 조성진, 손열음, 권혁주, 김다미 등 대단하다. 

 

그렇게 다양한 연주자 네트워크를 형성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유명한 예술가 보다는 탁월한 실력과 국내외 활발한 활동 등으로 기회만 주어지면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인지도를 높일 가능성을 가진 만 30세 이하의 솔로 연주가들에 주목한다.

 

그렇게 상주음악가 제도를 통해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 조진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첼리스트 문태국,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피아니스트 박종해, 이지윤 등이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며 이름을 알렸다. 2021년에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4차례의 전혀 다른 공연들로 꾸린 ‘On Air: 지금부터 만나는 김한’ 시리즈를 무대에 올린다.

 

2007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해 14년만에 ‘상주음악가로’ 무대에 오르는 김한은 ‘On Air: 지금부터 만나는 김한’ 시리즈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1월 7일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함께 하는 ‘백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를 시작으로 6월 3일, 10월 7일, 12월 30일에 각각 ‘3 퀸텟’(3 Quintets), ‘엔드 오브 타임’(The End of Time), ‘비 마이 게스트’(Be My Guest)라는 제목으로 클라리넷 오중주, 선배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들과의 협연, 재즈 앙상블을 선보인다.

 

롯데문화재단은 ‘인 하우스 아티스트’ 선정에서 ‘실내악’에 방점을 찍는다. 돈 쿠프만&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등의 공연을 통해 실내악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은 롯데콘서트홀의 특징을 살리기 위함으로 “일정기간 동안 다양한 레퍼토리를 완성도 있게 소화해 다채로우면서도 전문화된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는 연주력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롯데문화재단의 전언이다. 올해의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에스메 콰르텟에 이어 2022년부터 매년 ‘인 하우스 아티스트’를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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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은 2018년부터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해 함께 한다(사진제공=서울시향)

 

서울시향은 2018년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를 시작으로 2019년 트럼펫 연주자 호칸 하르덴베리에르(Hakan Hardenberger), 2020년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Christian Tetzlaff)를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해 함께 했다.   

 

몇년에 한번 정도 만나기도 어렵던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정기 공연으로 클래식 애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서울시향은 2021년 타악기 주자 마르틴 그루빙어(Martin Grubinger)를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하고 4월 한달 동안 네번의 오케스트라 협연(4 월  15, 16, 21, 22일)과 한번의 실내악 공연(4월 24일) 그리고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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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이 2021년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한 마르틴 그루빙어ⓒSimon Pauly(사진제공=서울시향)

  

국내 클래식 전문홀이나 단체에 ‘상주음악가 제도’ 운영이 쉽지 않은 이유는 연간 100회가 넘는 기획공연을 제작하고 그를 위한 예산을 투자할 수 있는 공연장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적은 공연 회수나 예산으로 클래식 공연을 진행하는 단체나 공연장에는 상주예술가를 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롯데문화재단 관계자는 “상주음악가를 초빙할 수 있는 재정 및 운영 여건이 뒷받침되는 공연장 수가 많지 않다”며 “결국 국내 클래식의 하드웨어 및 연주자들의 활동 기반 제약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예산 문제 및 하드웨어 및 활동기반 제약을 비롯해 상주음악가로 모실만한 아티스트들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정의 문제도 풀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음악사업팀 이지영 과장의 전언처럼 “크지 않은 클래식 음악 시장” 문제로 이어진다. 가능성 있는 음악가들의 발굴 및 육성, 활동지원 및 하드웨어 개선 등은 결국 더 많은 클래식 애호가가 생겨나고 시장이 커져야만 가능해지는, 클래식계의 오랜 숙원이자 난제인 ‘클래식 대중화’ 문제로 회귀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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