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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35주년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 ① “코로나19라는 대재앙, ‘잃어버린 얼굴 1895’로 설레는 도전 중”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①

입력 2021-02-05 18:15
신문게재 2021-02-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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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주년 맞은 서울예술단의 유희성 이사장(사진=이철준 기자)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정체돼 아무 것도 안할 수는 없어요. 시대를 리딩할 수는 없어도 앞서 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디디는 게 문화예술과 문화예술인의 사명이 아닌가 생각해요.”


35주년을 맞은 서울예술단의 유희성 이사장은 지난 한해를 송두리째 삼켜버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정국을 “대재앙”이라고 표현했다. 현장성을 핵심으로 한 공연예술계 역시 코로나19 확산 정도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극장 문 여닫기를 반복하며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이에 유 이사장은 “문화인들이 깨어나 좀더 깊게 고민하고 실행해야한다”며 “모두가 거의 임계점에 다다라서 피곤하고 힘들어 하고 있다. 지금 이 시기야말로 문화예술의 역할과 저력이 발휘돼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지금 당장 이 상황을 타계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타계 노력과 시도는 반드시 일어나야 해요.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큰 동력들이 생길 테니까요. OTT, 온라인 스트리밍 등으로 적지 않은 공연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지금의 현상은 굉장히 바람직하죠.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완전 종식은 아닐 거예요. 향후 이런 위기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죠. 너무 위기의식을 가지고 손을 놓고 있기 보다는 이를 타파할 대안이 마련되고 적극적으로 도전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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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사진제공=서울예술단)

뮤지컬 ‘모차르트!’ ‘투란도트’ ‘바람의 나라’ ‘겨울연가’ ‘피맛골 연가’ 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연출가이기도 한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광주 시립극단원, 서울예술단 뮤지컬 연기감독, 서울시뮤지컬단장,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현장감각과 예술경영 능력을 두루 갖춘 전문가다. 

 


◇대표 레퍼토리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설레는 도전

 

“공연, 영상화, 자발적 후원, 유료 스트리밍, 영화관 개봉, DVD 출시까지를 한 사이클로 구축해 순차적으로 실험 중이에요.”

유희성 이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국가예술단체로서 발 빠르게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서울예술단은 대표 레퍼토리인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플랫폼 실험을 진행 중이다.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다룬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윤동주, 달을 쏘다’(2012)에 이은 서울예술단의 두 번째 창작가무극이다. ‘칠서’ ‘백범’ 등의 정성희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아마데우스’ ‘썸씽로튼’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헤드윅’ ‘더 데빌’ 등의 이지나 연출, ‘신흥무관학교’ ‘킹키부츠’ ‘젠틀맨스 가이드’ ‘전설의 리틀농구단’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 등의 양주인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해 2013년 초연된 후 2015년, 2016년, 2020년 공연되며 꾸준히 사랑받아온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다. 

코로나19 시대를 관통하며 실험을 진행 중인 ‘잃어버린 얼굴 1895’는 2020년 시즌 버전으로 공연 당시부터 온라인 스트리밍은 물론 극장 개봉, DVD 출시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작품으로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과 김용한, 최정수, 강상준, 신상언, 김건혜 등 서울예술단원들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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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주년 맞은 서울예술단의 유희성 이사장(사진=이철준 기자)

 

“코로나19로 어려워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기댈 곳도 없이 막막한 공연계를 위해 외롭고 힘들지만 테스트베드가 돼야겠다 했어요. 국공립 단체가 선도적으로 테스트베드 역할을 자처해 민간단체에 베이스와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숨통이 트이겠다 싶었거든요. 공연의 영상화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기존 영상 노출 수준에서 끝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유료화’죠.”

 

이에 유 이사장을 필두로 한 서울예술단은 “처음부터 유료화 보다는 순차적으로 반응과 가능성을 살폈다.” 유 이사장은 “무료 스트리밍 후 ‘후원제’를 도입하면서 가능성을 봤다. 예상 외로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시고 1000원부터 10만원까지 다양한 금액을 후원해 주셨다”며 “그것들을 데이터화해 유료 스트리밍 가격을 산정했다. 유료 스트리밍도 기대보다 훨씬 많은 수가 참여해주셔서 힘을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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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주년 맞은 서울예술단의 유희성 이사장(사진=이철준 기자)

다음 단계로 ‘잃어버린 얼굴 1895’는 24일 극장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애초 CGV에서 100여개 관을 내어주겠다고 할 정도로 열렬한(?) 환영을 받은 ‘잃어버린 얼굴 1895’는 “국립예술기관인 서울예술단의 정체성과 공공성 유지 그리고 국민 누구나 누려 마땅한 다양한 플랫폼에서의 문화향유권을 고려해” 40여개관으로 조정해 관객들을 만날 채비 중이다. 


이같은 ‘잃어버린 얼굴 1895’의 모험에 가까운 행보는 서울예술단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사장위기에 놓인 공연계의 설레는 미래이기도 하다.

“공연 콘텐츠의 영상화, 하물며 유료화는 거의 없었어요. 지금부터라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극장 공연, 영상화를 통한 온라인 스트리밍, 영화관 상영, DVD로 소장까지 한 사이클이 마무리되면 각 플랫폼별 결과, 관객반응까지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기대 이상의 반응과 효과를 확인하면서 좋은 반응 뿐 아니라 지적사항, 문제점 등을 보완해 새롭게 버전업할 계획이에요.” 

유료 스트리밍 단계에서 이미 제작비를 회수한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지미집을 비롯한 4K카메라 9대로 풀샷, 바스트샷, 클로즈업샷, 익스트림 클로즈업샷 등 다채로운 앵글과 5.1채널의 사운드 믹싱으로 무장했다.  

“공연문화와 영상이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영상화의 핵심은 무엇인지 등 좋은 선례를 만들어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라며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 중이죠. 향후 공연될 ‘나빌레라’ ‘다윈 영의 악의 기원’도 ‘잃어버린 얼굴 1895’ 형태의 사이클을 밟아보려고 합니다. 그 사이클이 구축되면 연속적으로 굴러 갈 수 있고 다른 단체들이나 문화 전반에도 도입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산적한 문제들, 그럼에도 “결국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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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사진제공=서울예술단)

 

“온라인스트리밍, 극장 개봉, DVD 출시라는 사이클을 위한 공연 영상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정서가 맞물리는 콘텐츠예요. 공연의 정수인 ‘현장성’을 뛰어 넘는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전혀 새로운 장르죠. 결국 기획력과 창의성,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렇게 전한 유희성 이사장은 “어떻게 끄집어 내 새로운 각도로 보여줄 것인지, 예상치 못한 창의력으로 접근해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하는 장르”라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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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주년 맞은 서울예술단의 유희성 이사장(사진=이철준 기자)

‘잃어버린 얼굴 1895’ 영상화 최종단계에서 음향 수정을 두 차례나 직접 진두지휘할 정도로 완성도에 신경을 썼다는 유 이사장은 “결국 콘텐츠의 힘”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아무리 포장을 잘해도 본질은 모습을 드러낸다”며 “영상화, 유료 스트리밍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퀄리티, 완성도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목표는 (영국 국립극장 Royal National Theatre의 공연 영상 콘텐츠인) NT라이브예요. 완성도가 담보되지 않으면 오히려 외면받을 수도 있어요. 퀄리티와 완성도가 높은 콘텐츠, 기존에 보던 동영상이 아니라 공연과 영상의 특별함, 공연의 현장감과 영상 미학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툴을 만들어야 해요. ‘잃어버린 얼굴 1895’는 그 시작이죠.”

물론 해결해야할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전문인력의 부족, 플랫폼의 부재, 권리 조정의 문제 등 유 이사장의 말처럼 “지금 당장 문제를 일으키거나 하진 않지만 저작권 문제, 공연과 영화라는 전혀 다른 장르를 예민하게 잘 버무려 새로운 기대치를 능가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만한 혜안을 가진 프로듀서, 촬영기사 등 전문인력 양성 등이 시급한 때다.”

“공연의 영상화는 코로나로 인한 임시방편으로 시작했지만 좀더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폼이나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예술단의 경우 수익의 30% 가까운 금액이 출연자, 창작진의 저작권료로 지불돼요. 민간단체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는 수치지만 상한선을 정해둔 셈이니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응용하실 수는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어떤 기준이 제시돼야 넥스트 스텝이 가능해지니까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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