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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스케이프] 35주년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 ② “분주해질 2021년, 필수불가결한 변화”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 ②

입력 2021-02-05 18:30

유희성
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사진=이철준 기자)

 

35주년을 맞은 서울예술단과 유희성 이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2021년을 보낼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선보이는 ‘공연-자발적 후원-유료 온라인 스트리밍-극장 개봉-DVD출시’ 사이클 실험과 더불어 그 사이클의 두 번째 단계(자발적 후원)에서 모인 ‘잃어버린 얼굴 1985’와 ‘서울예술단 갈라 콘서트’ 후원금 300여만원은 민간 공연제작단체의 영상화 지원에 쓰인다.



이 사이클화를 함께 했던 네이버는 500여만원 상당의 영상 송출 및 스트리밍 지원에 나서기도 한다. 지원 대상 물색에 한창인 유희성 이사장은 “네이버와 논의 하면서 창작뮤지컬 몇편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귀띔했다. 더불어 지난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서울예술단의 프로젝트 예산 중 일부는 공모를 통한 우수 작품 및 재원 발굴·개발에 투자된다.


◇민간단체 지원, 대만 국립극장과의 ‘신과함께’, 신작 ‘향화’ 등 어느 때보다 잰 발걸음
 

향화
19일 개막하는 창작가무극 ‘향화’. 김향화 역의 김나니(왼쪽)와 송문선(사진제공=서울예술단)

 

“현재의 창작지원제도는 신진에 몰려 있어요. 기성 작가나 작곡가들이 어떤 지원을 받거나 활약할 만한 터전이 없죠. 그래서 창작가무극 콘텐츠 공모전을 진행했어요. 좋은 작품이라면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이나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계획이죠.”

지난 가을 무렵 시작한 공모사업은 기성 창작진의 대극장 공연이 가능한 ‘창작가무극 콘텐츠’와 신진 창작진들의 ‘숏폼 웹뮤지컬’ 두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현재 촬영 막바지 단계인 숏폼 웹뮤지컬 10편은 15일부터 일주일간 네이버TV에 공개된다. 공개된 5~20분 분량의 작품들은 관객 투표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종 지원작품을 선정한다. 창작가무극 콘텐츠 공모전에서 추린 다섯 작품은 25, 26일 양일간 CJ아지트에서 리딩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신작 ‘향화’(2월 19~21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는 경기도아트센터와 공동으로 기획·개발한 작품으로 지역 콘텐츠 개발을 함께 하는 협력사업이다. 서대문형무소 8번방, 유관순 열사와 함께 옥고를 치른 수원권번 소속 일패기생 김향화(김나니·송문선)의 일생을 다룬 창작가무극으로 ‘윤동주, 달을 쏘다’의 서울예술단 예술감독 권호성 작·연출이 오래 전부터 무대화를 진행하던 소재다.

 

신과함께
대만 국립극장 가오슝 웨이우잉 국가예술센터에서 공연될 ‘신과함께-저승편’(사진제공=서울예술단)

일제강점기 어려운 집안을 위해 일찌감치 수원으로 시집 가 시댁의 냉대, 이혼을 거쳐 수원권번의 일패기생(왕실이나 관청에 소속된 기생) ‘향화’로 살다 독립운동가로 스러져간 순이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따른다.


권호성 감독과 2014년 ‘숙영낭자전’에서 호흡을 맞춘 양승환 음악감독이 우리 전통 가락에 클래식 선율을 얹어 28~30곡에 이르는 넘버를 꾸렸다.

 

삼일학교 설립자이자 3.1운동을 이끈 독립운동가 48명 중 한 사람인 김세환 선생 등 당시의 실존인물들과 시대에 대한 철저한 고증, 예인으로서의 화려한 춤사위, 속박당하던 여성이자 천대받던 기생이 독립운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과정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더불어 대만의 국립극장 가오슝 웨이우잉(高雄 衛武營) 국가예술문화센터(이하 웨이우잉) 공연 및 공동제작도 재개한다. 애초 지난해 5월 웨이우잉 초청으로 뮤지컬 ‘신과함께’ 시리즈 ‘저승편’ ‘이승편’이 동시에 공연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뮤지컬 ‘신과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저승편’이 2015년 초연 후 2017, 2018년에 재·삼연돼 사랑받았고 ‘이승편’은 2019년 첫선을 보였다.

“웨이우잉과는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했어요. 대만에서는 주호민 작가의 웹툰이 이미 번역돼 출간됐고 영화도 개봉해 사랑받고 있어요. 빠르면 내년 ‘신과함께-저승편’을 공연하고 원작 웹툰 중 ‘신과함께-신화편’을 뮤지컬로 공동제작하기로 했습니다.”


◇포스트코로나의 핵심 전략, 결국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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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사진=이철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간 묵인하고 지나간 것들, 그러려니 했던 것들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인식하게 됐어요. 재앙이라고 생각했지만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희성 이사장의 전언처럼 코로나19는 대관료 선입금, ‘원금보장’을 전제로 한 투자의 문제, 제작비 돌려막기, 스타급 배우들과 앙상블들의 심각한 출연료 격차와 미지급 사태, 좌석점유율 70%에 육박하는 손익분기점으로 인한 불안한 수익구조, 수개월 전 예매 시스템과 기승을 부리는 불법 프리미엄 티켓의 문제 등 한국 공연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심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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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주년 맞은 서울예술단의 유희성 이사장(사진=이철준 기자)

“공연은 개인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협업이에요. 그간의 묵인과 암묵적 동의로 심화된 악순환의 고리를 하루라도 빨리 끊고 협업하는 모든 장르들, 사람들이 존중받고 보편타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때예요.”


그리곤 “새로운 기준과 원칙들 만들고 시스템화하고 부분적으로 세분화된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그에 대한 실행까지를 다시 도마 위에 올려두고 냉정하게 얘기할 적기”라며 “제작자, 스태프, 배우 등 종사자들은 물론 관객들까지 터놓고 얘기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꾸준히 이슈화되던 4차산업혁명과 VR·AR·AI 시대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훨씬 빨리 다가왔어요. 결국 변해야 해요. 변하지 않으면 자멸하고 말 겁니다. 4차 산업혁명, VR, AR, AI 등과 어떻게 융합해 공연의 본질은 유지하면서도 세상의 흐름, 트렌드에 발맞출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그것이 문화 그리고 문화인의 일이죠.”

유희성 이사장은 “처음 아이폰 터치가 출시됐을 때 ‘변화’를 무시하던 기업들이 스러져갔던 것처럼 지금은 ‘제2의 터치 시대’”라며 다시 한번 ‘변화’를 강조했다.

“올 12월쯤 창작 신작으로 VR, AR, AI 등 기술을 접목한 실감형 체험 뮤지컬에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한국의 문화예술 DNA는 세계에서 인정할만 하죠. 손흥민, BTS 등을 보세요.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롭고 창의적인 뭔가를 해보자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없던 에너지도 샘솟게 하잖아요. 그 저력은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IT기술과의 접목이에요. 이를 통해 공연계에서도 손흥민, BTS에 못지않은, 세계가 주목할 만한 작품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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