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BIFF2021] 매염방, 그리고 Anita… '아시아의 디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우리가 몰랐던 매염방의 모든 것 담아

입력 2021-10-13 13:31

매염방1
영화 ‘매염방’의 생전 마지막 콘서트의 모습.(사진제공=BIFF)

 

‘아시아의 마돈나’로 불렸던 매염방의 일대기가 영화로 완성됐다. 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이 영화는 마흔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매염방을 추억함과 동시에 가십으로 치부됐던 장국영화의 스캔들, 일본 아이돌과의 염문,그리고 노래방 폭력 사건까지 굵직했던 이슈를 세세히 다룬다.

 

가수인 엄마를 따라 극단에서 네 살의 나이로 노래를 불렀던 매염방. 그의 언니와 콤비를 이뤄 열아홉까지 ‘남의 노래’만 부르며 생계를 이어왔다. 당시 문을 연 나이트클럽은 모두 출연할 정도로 탁월한 실력은 사실 언니인 매애방의 노래 실력 덕분이었다.

성대의 혹으로 인해 저음을 도맡아했던 매염방은 교정되지 않은 치아, 지나치게 마른 몸매 등으로 스타의 꿈은 애초에 접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석을 알아보는 눈은 반드시 있는 법. 당시 신인가요제에서 1등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데뷔한 매염방은 돈과 인기 그리고 사랑까지 쟁취하며 20대에 정상의 자리에 앉는다.
 

MaeYumBangUntitled-1
영화 ‘매염방’(사진제공=BIFF)

영화는 평생 스캔들의 단골상대였던 장국영과의 숨겨진 우정 그리고 집안 내력으로 자궁경부암을 앓았던 여성으로서의 아픔, 종종 ‘큰언니’로 불릴 정도로 호탕했던 평소의 성격을 가감없이 그려낸다. 

 

시대를 앞서간 패션센스와 여왕으로 군림하기 보다는 코미디 영화에 출연해 경계를 넘나들었던 순간등이 실제 매염방의 모습과 섞여 사실감을 더한다. 

 

실력좋은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도 질투보다는 봉사와 선행으로 이끄는 배포를 보였다. 실제로 매염방은 노래방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으로 근 1년을 해외로 도피했는데 이후 돌아와 그 전과는 180도 다른 행보를 이어간다.


노래와 춤, 무대 위의 완벽함만을 추구하던 매염방은 그제야 주변에서 자신을 살뜰하게 챙겨준 사람들과 과하게 받은 대중의 사랑을 깨닫는다. 

 

주변 동료들과 스타들이 홍콩반환을 앞두고 다들 캐나다를 비롯해 해외로 떠날 때 그는 고향을 지키며 자신의 영향력이 필요한 곳에 기꺼이 달려간다. 초반에는 사회활동과 봉사에 치중하는 매염방에게 ‘인기 떨어진 스타의 반짝 해프닝’으로 치부하던 언론마저 그의 선행을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당시 함께 활동한 유덕화, 곽부성, 왕비, 장만옥, 주성치 등 역시 매염방의 영향으로 선한 영향력에 기꺼이 동참한다. ‘매염방’은 흡사 가족같았던 장국영의 삶도 함께 반추한다. 사실 두 사람은 신인시절 선배의 펑크난 행사에 대타로 뛰며 고달픈 시기를 함께 한 사이다.

 

극단에서 온갖 사람들을 상대했던 매염방과 달리 첫 무대를 망친 장국영이 의기소침하자 매염방은 “절대 기죽지 말고 꼭 성공해서 서로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함께 무대에 서자”는 약속을 한다. 실제로 두 사람은 대스타가 되어 그 약속을 지키며 팬들에게 두배의 기쁨을 안겼다.

영화에 미리 캐스팅 된 매염방이 장국영을 추천하거나 연예계의 거물이 된 장국영이 방황하는 매염방을 위로해 주는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된다. 영화의 제목은 ‘매염방’이지만 한번도 영화로 선보인적 없는 장국영의 일대기를 보는듯 하다.

 

매염방
제목은 ‘매염방’이지만 부제로 ‘장국영화 함께’라고 붙여도 무방할 정도로 두 사람의 우정은 영화의 또다른 감동코드로 그려진다.(사진제공=BIFF)

 

실제로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각별한 사이를 이어갔는데 2003년 4월 1일 투신자살한 장국영의 관 앞에서 매염방은 “우린 한번도 리허설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는데 왜 나에게 장례식 리허설을 하게 만드냐”고 울부짖은 것으로 알려진다. 장국영은 자신의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매염방이 걱정할까봐 끝까지 숨겼고 매염방 역시 자궁경부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실을 일부러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실제 매염방이 죽기 45일 전 열린 콘서트가 상영된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매염방은 “나는 오늘 무대와 결혼했다”며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붉은 색 무대 뒤로 사라진다. 영화는 스타로서 행복했지만 한 여성으로는 불행했던 모습에 굳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대신 노래가 인생의 전부였던 매염방의 행복에 집중한다. 진정한 행복은 때때로 닥쳐오는 불행을 이겨내기에 더 달콤한 법이다. ‘매염방’은 그런 점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모델 출신의 신인 연기자 왕단니는 극 초반 ‘어디가 매염방이야?’ 싶다가도 어느 순간 생전의 매염방 그 자체가 돼있다. 장국영으로 나온 테렌스 나우도 마찬가지다. 18년 만에 스크린으로 부활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염방’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국내 개봉은 아직 미정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는 ‘이보다 더 완벽할 수없을 정도’다.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