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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1섬 1정원 1뮤지엄’ 문화예술 섬으로! 박우량 신안군수 “문화예술 이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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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4-07-08 18:00
신문게재 2024-07-08 11면

박우량 신안군수
박우량 신안군수(사진=허미선 기자)

 

“저희의 전략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자(One&Only)입니다. 문화예술 이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더라고요. 문화예술이 융성하면 (떠나지 않고) 오래 살 수 있고 경쟁력을 더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이에 벌써 네 번째 신안군수직(2006~2014년, 2018년 7월~현재)을 수행 중인 박우량 군수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One&Only’ ‘1섬 1정원’ ‘1섬 1뮤지엄’ ‘문화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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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사진=허미선 기자)

 

“신안에 제일 흔한 것들이 햇빛, 바람, 바닷물입니다. 이런 것들을 지금 기후 변화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로 활용해 그 수익을 햇빛연금·바람연금으로 나누고 문화예술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면 조금 더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도 전라남도 신안군은 “재정자립도 최하위( 226개 지역자치단체 중 224등),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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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에 조성 중인 ‘그래피티 마을’의 덜크(Dulk) 작품(사진=허미선 기자)

 

1025개의 섬(유인도 76개, 무인도 949개), 인구 3만8191명(2024년 4월 기준)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40%, 인구의 92%가 농가와 어가다. 1년 중 여객선이 아예 운항할 수 없는 날만도 52일, 하루 1회 이상 운항이 통제되는 날은 115일에 이른다.

무엇 하나 희망적인 조짐이라곤 없었다. 그런 신안에 ‘빛의 마술사’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섬이 있다. 그 뿐 아니라 세계적인 아티스트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liasson) 등이 작품 구상을 위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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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에 조성 중인 ‘그래피티 마을’의 존원(Jonone) 작품(사진 제공=어반브레이크)

 

프랑스 최고 권위의 명예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수상한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원(Jonone), 내셔널 지오그래픽 엠버서더 덜크(Dulk)가 신안군 압해도에 ‘그래피티 마을’(Graffiti Town) 조성을 위해 벽화를 작업 중이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벽화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빌스(Vhils)도 9월 방문 예정이다.

신안이 아우르는 섬 개수를 상징하는 ‘1004’(천사) 브랜드와 지난 한해만 39만여명이 다녀간 ‘퍼플섬’(반월·박지도)을 비롯해 ‘1인 1정원’ 정책으로 완성된 섬만도 11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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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의 브랜드인 ‘1004’(사진=허미선 기자)

 

퍼플섬에는 5월 라벤다부터 75만 그루의 버들마편초, 보라색국화 등 보라색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뷔에서 비롯된 ‘사랑해’의 BTS식 표현 ‘아이 퍼플 유’(I Purple You) 구조물과 퍼플교, 산책길, 화해와 화합을 위한 어린왕자와 여우 조형물 등이 볼거리, 즐길거리를 선사한다.

2015년까지도 아무도 찾지 않았지만 현재는 40만명 가까이가 다녀가는 퍼플섬을 비롯해 ‘수선화의 섬’(선도), ‘순례자의 섬’(기점·소악도), ‘맨드라미의 섬’(병풍도), ‘수국·팽나무의 섬’(도초도), 수석미술관과 세계조개박물관, 신안자생식물 뮤지엄, 피아노 해변 등이 자리잡은 ‘1004뮤지엄 파크’와 ‘목련의 섬’(자은도), ‘겨울꽃 분재정원’(압해도), ‘튤립정원, 홍매화의 섬’(임자도), ‘동백의 섬’(흑산도) 등 이 섬들은 이동의 어려움에도 최소 2만명, 최고 39만여명이 다녀가는 꽤 유명한 관광지들이다. 완성된 11개를 비롯해 25만 그루의 작약이 흐드러질 ‘작약의 섬’(옥도) 등 8개가 현재 추진 중이며 5개가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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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퍼플섬 풍경(사진=허미선 기자)

 

이들은 퍼플을 비롯해 레드, 옐로, 코발트 블루 등 대표색을 내세우기도 한다. 계절별로 그 대표색에 해당하는 꽃들이 만발해 축제를 펼친다. 그렇게 신안에는 “한달에 한번, 2024년에만 16개의 꽃축제”가 열린다. 그 중 “국내 유일의 겨울 꽃 축제”가 열리는 압해도는 제주 애기동백 5만 그루가 피고 진다.

“동백꽃은 꽃째로 떨어지지만 애기동백은 입이 하나씩 떨어져요. 하얗게 덮인 눈 위로 꽃잎이 하나씩 떨어져 있으면 정말 장관입니다. 영하 7도까지 떨어지는 이 정원에 연간 15만여명이 다녀가요. 그들이 와서 입장료를 내고 근방에서 식사를 하고 기름을 넣고 물건을 사죠. 이렇게 100년, 200년이 간다면 정말 전설적인,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 되지 않을까요. 더불어 겨울에 피는 꽃으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체감온도도 2, 3도는 올라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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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피아노 섬(사진=허미선 기자)

 

저마다의 색으로 무장한 섬들을 방문할 때면 “그에 맞는 색의 옷으로 갈아입는다”는 박 군수의 전언에 따르면 “그 섬에 어떤 이벤트가 있으면 저 뿐 아니라 도민 전체가 고유 색을 입는다.” 더불어 그 섬의 고유색 옷을 입은 방문객들의 입장료는 50% 안팎의 할인율이 적용되기도 한다.

“앞으로 40개의 꽃 축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꽃이 필 뿐 아니라 문화예술에 참여할 수 있는 섬을 만들고자 합니다. 문화예술은 도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자긍심이 생기질 않아요. 마음만 먹으면 15~30분 거리에 아름다운 꽃 축제와 산책길이 있고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면 섬에 살지만 당당하고 행복한 마음이 차오르죠. 그래서 ‘1섬 1뮤지엄’ 정책을 통해 27개의 뮤지엄을 만들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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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량 전라남도 신안군수(사진=허미선 기자)
신안을 세계로 알리기 위해 2012년 2월 흑백사진의 대가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를 초청해 사진을 찍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책으로 꾸려 발간했는가 하면 2021년부터는 매그넘포토스 소속가작가 10명과 작업을 이어간다.

6월 28일 덜크(압해읍사무소)를 시작으로 존원(펠리스파크) 그리고 빌스(농협본점)까지 올해 3명 작가가 벽화 작업 중인 한국 최초의 ‘그래피티 타운’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이어지며 젊은 예술애호가들에게 손짓할 예정이다.

흑산도의 ‘새공예박물관’ ‘철새박물관’ ‘박득순미술관’, 암태도 ‘서용선미술관’, 압해도의 ‘저녁노을미술관’, 자은도 ‘1004섬수석미술관’ ‘세계조개박물관’, 비금도 ‘이세돌바둑박물관’ 등 이미 완료된 15개의 뮤지엄을 비롯해 향후 10여개의 뮤지엄도 조성이 한창이다.

9점의 작품으로 꾸릴 제임스 터렐 섬(노대도), 그래피티 섬(압해도),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안토니오 곰리의 작품이 설치될 ‘바다의 뮤지엄’(비금도), 공동묘지 부지에 한창 작업 중인 야나기 유키노리의 플로팅 뮤지엄(안좌도), 올라퍼 엘리아슨의 ‘대지의 미술관’(도초도), 마리오 보타(Mario Botta)와 박은선 작가의 ‘인피니또 미술관’(자은도),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 미술관(신의도) 등 월드클래스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신안의 섬들에서 만날 수 있다.

군수부터 공무원들, 도민들까지 퍼플, 레드, 옐로, 코발트 블루 등의 옷을 입고 내달린 덕에 신안은 지난해 처음으로 인구(179명)도 증가했다. 방문자 수도 692만명(2022년 기준, 관광데이터랩)에 이르고 전년대비 방문자 수 6%, 관광소비 21%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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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량 전라남도 신안군수(사진=허미선 기자)

 

사람들은 떠나가고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끊기다시피했다. 그야 말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은 비단 신안만이 겪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전국의 지자체가 고민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다. 그럼에도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들 강조하곤 한다.

“남들이 가는 길을 가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지역은 열악한 여건, 그 지역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죠. 그 역경과 고민거리를 강점으로 전환시켜 당당함과 자긍심을 불어넣어야죠. 처음엔 저도, 외부에서도 잘 할 수 있을까 의문점이 많았지만 이제는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문화예술의 차별화라고 확신합니다. 배우고 안배우고, 소득의 높고 낮음을 떠나 비전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함께 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죠. 그런 문화예술과 더불어 지역 특성자원을 활용해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 신안만이 가야할 방향이고 차별화 전략이죠.”

전남 신안=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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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풍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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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풍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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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이 고향인 단색화가 김환기 고택(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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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풍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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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임태도의 서용선 미술관(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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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풍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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