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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왕년의 파티걸, 20년 만에 깨어나 고등학교에 가다!

[#OTT] 넷플릭스 '시니어 이어'
식물인간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난 여고생의 고군분투기
미국식 유머 한가득, 청소년 관람불가 이해 안돼는 깨알 재미 갖춰

입력 2022-11-30 18:00
신문게재 2022-12-01 11면

 

Senior Year
자녀뻘인 동급생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스테파니.(사진제공=넷플릭스)

 

“마돈나가 레이디 가가로 개명했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시니어 이어’의 대사다. 제목 ‘시니어 이어’는 미국 청소년의 마지막 한해, 마지막 청소년기를 일컫는 ‘고교 졸업반’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시니어’를 한국식으로 곡해하면 곤란하다. 이 영화에 은발의 시니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인 스테파니(레벨 윌슨)는 고등학교 4학년 때 치어리딩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다. 그는 전통적으로 졸업 파티퀸을 뽑는 데서 암묵적인 ‘퀸 오브 퀸’이었고 전교에서 가장 인기있고 잘 생긴 남자친구 블레인(저스틴 하틀리)을 둔 인기녀였다.
 

시니어이어
영화 ‘시니어 이어’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정신연령과 기억이 17살에 멈춘 스테파니의 좌충우돌 복학(?)기 ‘시니어 이어’는 시작은 비극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린시절 호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스테파니에게도 흑역사는 존재했다. 촌스럽고 순박한 전학생인 그는 교내에서 가장 인기있던 티파니(조이 차오)에 의해 은근하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설상가상 아픈 엄마는 “넌 어디서든 빛나는 존재”라며 응원의 말을 남긴 채 하늘나라로 간다.


슬픔도 잠시 스테파니는 곧 여학생들의 로망이 되기 위해 변해간다. 늘 웃는 얼굴을 하고 공부도 일등,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킨 것. 패션지를 섭렵하고 인기있는 음악을 모두 외우고 앞서가는 안무를 짜 치어리더로서의 능력도 증명한다.

모든 게 순조롭던 그 순간 티파니의 질투로 인해 치어리딩을 하다 높게 점프한 스테파니는 아무도 받쳐주는 사람 없이 바닥으로 추락한다. 그리고 20년 후 기적처럼 깨어나지만 세상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우선 휴대폰이라 불리는 물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들고 다니는 전화기도 신기한데 사진도 찍고 SNS라는 가상 공간으로 바로 연결되는 신기한 물건이다. 게다가 가장 잘나가는 여자들만 들어가던 치어리더 팀은 어느 새 응원보다는 세계평화에 집중하는 뉴노멀의 집단이 됐다.

모범생 절친이자 이제는 자신이 다닌 고등학교의 교장이 된 마르타(마리 홀랜드)는 여전히 교내의 여왕벌로 군림하려는 친구를 말리기에 급급하다. 2020년대의 자식뻘 동급생들은 스테파니의 행동에서 기괴함을 느끼기 보다는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는 엄마도 안 입을 것 같은 배꼽티와 과하게 부풀린 앞머리, 뭐든 가르치려는 꼰대력까지. 하지만 스테파니는 외형만 나이들었을 뿐 여전히 좌절감이라곤 겪어보지 못한 낭랑 17세다.

 

 

Senior Year
과거의 라이벌과 전 남친이 부부가 되어 20년 만에 스테파니 앞에 섰다. 심지어 유부남이된 남친은 자신에게 대시까지 하는 상황.(사진제공=넷플릭스)

 

아내를 먼저 보내고 고명딸마저 식물인간이 됐지만 방을 그대로 보존했던 아빠는 스테파니의 학교생활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스테파니는 여전히 귀가시간을 체크하고 남사친인 세스(샘 리차드슨)와 자신을 이어주려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동급생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자신의 예비 남편감이던 블레인과 결혼한 스테파니의 딸 브리는 사사건건 눈엣가시다. 차이가 있다면 브리는 요즘말로 잘나가는 인플루언서이자 SNS의 스타로 전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어떻게해서든 티파니 모녀를 이기고 싶지만 이제는 졸업파티인 프롬은 시대를 역행한다는 이유로 없어진 지 오래라 제대로 된 복수조차 할 수 없다. ‘시니어 이어’는 하이틴 로맨스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가 싶다가도 변화된 세상의 뉴스들을 곳곳에 흘려 넣는다. 티파니의 승부욕을 자극해 프롬을 부활시킨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요즘 세대들에게 ‘제대로 노는 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SNS를 이용해 브리에게 엄마의 잘못을 슬쩍 노출시키고 결국 기권하게 만드는 전략까지 성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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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의 고등학교 시절. 남녀노소 모두가 스테파니를 추앙했던 시기였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과거 공화당의 언론이용과 선거전략을 보는 듯한 짜릿함은 스테파티가 롤모델로 삼았던 전설의 졸업생과 만나며 정점을 찍는다. 지금은 택시기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설의 프롬 퀸은 “모든 걸 다 가진듯 했지만 나만 사랑할 것 같던 남편은 바람이 나 이혼했고 자립하기 위해 안해 본 고생이 없다. 지금 이렇게 자립해서 먹고 살 수 있음에 행복하다”는 것. 겉으로 보이는 행복보다 내실을 챙기라는 인생 선배의 조언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스테파니는 20년 만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그리고 후배면서 동급생인 친구들이 과거 자신이 짠 치어리딩 안무로 만든 축하 무대에서 신나게 춤을 추며 영화는 끝난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인 레벨 윌슨은 이번 역할을 위해 100kg에 육박하는 몸무게를 30kg이나 감량하며 역할에 빠져 들었단 후문이다.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추억에 젖을 만한 브리트니 스피어스, 켈리 클락슨의 히트곡들도 귀를 간지럽힌다. 킬링타임용이지만 시대적인 이슈를 잘 녹여낸 신나는 영화를 찾는다면 ‘시니어 이어’의 관람을 추천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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