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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카타르 월드컵의 감동 전에 '이 영화'가 있었다! 티빙 '슈팅걸스'

[#OTT] 2020년 삼례여중축구부 실화 다룬 '슈팅걸스', 티빙공개

입력 2022-12-07 18:00
신문게재 2022-12-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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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복을 입지 않으면 분식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걸 세상 최고로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일 뿐이다. (사진제공=오원)

 

손에 땀을 쥐는 월드컵 16강 진출이었다. 모든 태극전사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지난 3일 카타르에서 손흥민은 완벽한 어시스트로 대표팀의 극적인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수십 미터를 단독 드리블로 전진한 후 황희찬(울버햄프턴)에게 절묘한 패스를 해 2-1로 경기를 뒤집는 데 일조했다. 이 패스 덕에 승점 3을 챙긴 벤투호는 우루과이를 꺾고 H조 2위 자리를 차지하며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매순간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대한민국은 6일(한국시각)  FIFA 랭킹 1위 브라질(한국 28위)과의 경기에서 1대4로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후반에 교체투입된 백승호가 환상적인 중거리포로 만회골을 작렬시켰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역시 FIFA 랭킹 1위 브라질의 벽은 높았다. 이날 새벽 서울 광화문 광장은 3만3000여명(경찰 추산) 응원 인파로 붉게 물들었다. 눈마저 쏟아졌지만 ‘붉은 악마’들은 광화문 광장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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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스포츠 정신과 감동에 성별의 차이는 무의미할 뿐이다. 영화 ‘슈팅걸스’의 포스터.(사진제공=오원)

현실에서의 이런 열기를 스크린에 완벽 부활시킨 영화가 있다. 성별도, 경기의 규모도 다르지만 감동 만큼은 월드컵 이상이다. 

 

지난 2020년 개봉한 ‘슈팅걸스’는 13명의 선수로 2009년 여왕기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승한 전북 완주 삼례여중 축구부와 고(故) 김수철 감독이 일궈낸 기적을 담아낸 작품이다.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좌절하고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해 미래를 꿈꿀 수 없었던 소녀들이 축구를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은 감동 실화다.

 

왕년에 잘 나가는 축구 감독였던 김수철(정웅인)은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모든 걸 포기한 채 지방의 한 여자 축구부로 내려온다.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기에 그는 선수들의 훈련에도 애정이 없다. 

 

심지어 도시 사람들이 즐겨 찾는 온갖 약초와 개구리 등을 잡아오라고 시킨다. 체력 단련을 핑계 삼아 공기 좋고 물 맑은 들과 산으로 아이들을 내몰 뿐이다. 학생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도 신어서 닳고 닳은 축구화 밑창을 본드로 붙여가며 축구에 대한 애정을 불태우는 축구부원들은 기대했던 감독이 달리기와 채집만 시키자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한다. 학부모와 교장의 질책 그리고 투자자들이 모두 떨어져 나간 때서야 김 감독은 아이들의 눈에서 축구에 대한 자신의 초심을 발견한다.

 

극 중 선수들의 가정환경은 가지각색이다. 지역유지, 주정뱅이, 조손가정에서 자랐거나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친구들까지 ‘여성’이란 공통점 말고는 겹치는 지점이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은 “너희들은 축구만큼은 다른 누구보다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며 팀워크를 다져간다. 잔디가 깔리지 않은 맨땅에서 훈련한 탓에 삼례여중 선수들의 무릎과 손엔 늘 반창고가 붙어 있었지만 ‘기적’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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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인은 이 영화를 통해 악인 캐릭터로 굳어지는 연기 인생에 브레이크를 걸며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다.(사진제공=오원)

 

적어도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슈팅걸스’는 공고히 보여준다. 실제로 전국 최약체로 평가받던 삼례여중 축구부는 고(故) 김수철 감독의 헌신적 지도로 전국 강호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선수가 부족했던 탓에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해도 선수 교체를 할 수 없는 상황. 결국 축구를 시작한 지 3개월도 안된 후보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서는 우여곡절 끝에 얻은 기적의 승리다. 

 

김수철 감독은 당시 인터뷰에서 “다른 팀은 20명도 넘는 선수를 번갈아 가며 기용하는데 우리 팀은 겨우 베스트 11 선발하기도 어려웠다.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하게 되면 대치할 선수가 없어 조마조마했다”고 털어놓기도. 

 

‘슈팅걸스’ 속 정웅인은 경기의 성패를 중시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직 중학생인 애들을 축구 기계로 만들면 뭐 할 건데.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은 애들 기본기가 중요한 때야. 지금 애들은 기본기를 익히고 축구하고 놀 때”라고 일갈한다. 우승으로 이어져야 운동을 시킨 보람을 느끼는 학부모들의 시각과 기계적 훈련에 급급한 일부 코치들이 들으면 뜨끔할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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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린 양파망은 감독의 특명(?)을 가져가야 하는 일종의 할당량이다. (사진제공=오원)

 

연출을 맡은 배효민 감독은 “체력적인 한계를 넘어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면 무언가 남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 길로 김 감독님을 인터뷰하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우들의 캐스팅을 마치고 실제 선수처럼 훈련에 돌입한 지 한달만에 김수철 감독이 심장질환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뜨자 배 감독은 김 감독의 납골당에서 “이 실화를 꼭 영화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5년 간 스무 번이 넘는 수정을 거쳤다. 중간에는 촬영이 엎어지는 시련도 겪었다. 그렇게 삼례여중 축구부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슈팅걸스’는 극장에서 개봉해 지금은 티빙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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