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90분에 1800만원이나 하는 매너강의, 일타강사가 넷플릭스에 떴다!

[#OTT] 넷플릭스 ‘마인드 유어 매너: 인생을 바꾸는 에티켓’
홍콩출신의 사라제인 호, 6개의 에피소드에 국제매너의 기본 소개
치실사용법, 명품브랜드 발음법, 하이힐 신고 걷는법등 알짜정보 가득

입력 2022-12-21 18:30
신문게재 2022-12-22 11면

2022122201010011354
사라 제인 호는 홍콩출신이지만 일찌감치 하버드에 진학, 외국 생활에서 보고 느낀 중국인들에 대한 서양인들의 무시를 깨달았다고 전해진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며칠씩 광란의 파티를 여는 클럽광, 수줍어서 상대방의 눈을 못 보는 남자, 노산인 탓에 친구들이 할머니라 놀릴까봐 딸과 사진을 못 찍는 올드맘…. 

 

세상엔 나이와 성별, 인종만 다를 뿐 우리 주변에서 있을 법한 사람들이 각자의 고민을 갖고 살아간다. 이들이 90분에 1800만원이나 하는 ‘특급 매너’를 배우기 위해 뭉쳤다. 중국인 출신으로 하버드를 졸업한 재원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중국인들에게 매너를 가르치겠다”고 천명한 사라 제인 호가 그 주인공이다.

 

스위스의 유명한 피니싱 스쿨에서 국제 예의와 의전에 관한 학위를 취득한 그는 다년간의 유학과 오랜 외국 생활을 겪으며 중국인 특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졸부로서의 행태가 얼마나 국제적으로 망신인지를 절감했다.



이후 2013년 수도 베이징에 중국 최초의 피니싱 스쿨인 사리타 학원(Institute Sarita)을 세워 서양식 예절학원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넷플릭스 ‘마인드 유어 매너: 인생을 바꾸는 에티켓’은 국제 에티켓 강사로 전방위로 활동 중인 세라 제인 호를 내세워 좋은 매너를 가르쳐주는 일종의 ‘훈훈한 메이크오버 시리즈’다. 첫 장면부터 바나나의 껍질을 포크와 나이프로 벗겨보라는 지시가 내려진다.

 

마인드 유어 매너
‘마인드 유어 매너’는 의뢰인들에게 자신만의 선물을 건네는 훈훈한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본연의 모습을 기꺼이 버리고 잘 배운 제자에게 주는 격려와 지지의 표시가 아닐까.(사진제공=넷플릭스)

 

의뢰인은 입는 옷의 90% 이상이 파티복인 25살의 평범한 물리치료사. 부캐로 수다스럽고 극성맞은 파티걸을 내세울 만큼 매순간 에너지가 넘치는 여성이다. 망사와 그물로 이뤄진 옷장과 더불어 가부키 화장에 가까운 메이크업 제품이 가득한 화장대를 발견한 사라는 서슴없이 “모든 옷에 유두가 드러난다. 스트립걸이 아닌 이상 평소에 입지 않는 옷”이라고 일갈한다.

의뢰인의 불분명한 발음과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을 지적하다가도 그 안에 숨겨진 상처를 발견하면서 ‘마인드 유어 매너: 인생을 바꾸는 에티켓’의 마법이 시작된다.

알고보니 두꺼운 화장은 학창시절 얼룩덜룩한 피부를 가진 탓에 왕따를 겪은 트라우마를 가리기 위해서 였던 것. 주눅들고 매사에 당당하지 않았던 성격은 화장 뒤에 가리고 노출심한 옷과 먼저 지르는 타입으로 남에게 다가가는 걸 알게 된 사라는 자신의 화장을 지우기 시작한다. 의뢰인에게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기 위해 주근깨 가득한 본인의 피부를 드러내며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순간 시청자들의 눈물샘도 함께 터져버린다.

 

MIND YOUR MANNERS (2022)
평생 워커만 신고 살았다는 수강생에게 기꺼이 구두를 신겨주며 “걸어보라”고 말하는 사라 제인 호. 하라는 대로만 했는데도 휘청이지 않고 똑바로 걷는 모습을 보면 사라의 내공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각 에피소드 사이에는 실제 자신의 연구소를 찾은 중국의 신부호들도 함께 등장한다. 대부분 20~40대의 부유층인 이들은 프랑스 대사관에서나 볼 법한 테이블 매너는 기본으로 치실 사용법, 각 브랜드들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까지 배운다.

예를 들어 ‘구찌’가 아닌 ‘구치’로 읽어야 한다거나 ‘에르메스’의 H를 묵음으로 우아하게 혀로 내뱉는 세세함 등이다. 상류층 문화를 영위하는 데 필요한 교양에는 젓가락질과 악수법 등도 포함된다. 힘 있게 손을 쥐고 두번 흔드는 것보다 중요한 건 가방 안에 항상 핸드크림을 휴대해야 한다는 걸 깨달으면 이미 반은 성공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홍콩 출신으로 부유하게 자란 사라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별다른 교육없이 교양에 대한 호감을 단번에 느끼게 된다. 동양인 특유의 하얀 피부에 늘 꼿꼿한 등, 높은 힐을 신을 때도 흔들리지 않는 비결은 앞 코와 뒷 굽을 동시에 땅에 닿게 걷기 때문이다.

에피소드마다 아메리칸 클래식의 대명사인 재클린 케네디나 프랑스 여자의 시크함을 벤치마킹한 사라의 의상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굳이 매너를 배우지 않더라도 여성들의 워너비 ‘에밀리 파리에 가다’와 ‘섹스 앤 더 시티’에서나 볼 법한 패션이 아닌 ‘나도 입어볼 만한 옷’을 세련되게 입고 나오기 때문이다. 새해맞이 다이어트 욕구는 물론 입에서 단내가 날지언정 PT를 결제하고픈 현실자각타임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2022122001010010948_p1
넷플릭스 ‘마인드 유어 매너: 인생을 바꾸는 에티켓’.(사진제공=넷플릭스)

시리즈 후반부로 갈수록 중국 특유의 풍수사상과 침술에 의존하는 등 의뢰인들의 드라마틱한 변화보다 동양사상의 우월함에 무게를 둔 연출력은 아쉬운 부분이다. 사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매너와 에티켓은 인간의 내면에 숨은 최고의 장점을 끌어내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배려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의뢰인들의 인생은 180도는 아니지만 이전과는 다른, 좋은 방향으로 이어진다. 전보다 밝은 표정과 새로 배운 에티켓으로 변화한 일상들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영화 ‘킹스맨’의 명대사가 다시금 생각난다.

극 중 콜린 퍼스가 말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야 말로 인생의 ‘격’을 말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