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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앞당겨진 얍 판 츠베덴 ‘천국으로의 여정’…“서울시향과 함께 할 5년 6개월, 원더풀 타임이 될 것!”

입력 2023-01-18 19:00

서울시향
서울시향 제3대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향)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음악을 연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화가들의 작품으로 말씀드리자면 때로는 렘브란트처럼 무거운 색채를, 내일은 고흐처럼 화려한 색채를 연주할 수 있어야 하죠. 서울시향과 바흐, 스트라빈스키, 바그너, 모차르트 등의 음악을 연주하며 다양한 색채와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차기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Jaap Van Zweden)은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리허설룸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생한 츠베덴 감독은 19세에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RCO) 최연소 악장으로 무대에 섰으며 18년 간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한 그는 이후 지휘자로 전향해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홍콩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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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제3대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향)

그의 설명처럼 츠베덴 감독은 “올 하반기부터 네 차례 서울시향 정기공연을 지휘하니 실질적으로는 5년 6개월을 함께 하게 됐다.” 

 

그의 공식임기는 2024년부터 5년 간이지만 전임 음악감독인 오스모 벤스케(Osmo Vanska)의 부상으로 지난 12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1년여를 앞당겨 임명장을 받고 서울시향과 12,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 정기연주를 함께 했다.


㎤“천국 보다 그곳으로 가는 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씨앗을 뿌리는 시기입니다. 꽃이 자라도록 하려면 기다림이 필요해요. 실질적으로 충분히 잘 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시간, 그 과정에서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간이 될 5년 6개월은 천국으로 가는 원더풀 타임이 될 겁니다.”

이어 “다양한 색채를 구현하려면 저와 오케스트라가 모두 원해야하는데 현재의 분위기는 좋다. 좀 이르게 서울시향 단원들을 만나 그들에 대해 좀더 알게 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첫 시즌에는 부르크너, 말러, 모차르트를 비롯해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잘 맞는 작곡가를 가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 탄생 200주년을 맞는 브루쿠너를 비롯해 곡 하나에 다른 음악가들이 가지지 않은 다채로운 색채를 지녀 오케스트라에게는 매우 중요한 음악가 바그너 등을 비롯해 동시대 창작음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뉴욕필 음악감독을 지내면서 2주에 한곡씩 세계 초연되는 현대음악을 연주했어요. 일종의 ‘소리 탐험’(Sound Safari)이죠.

 

그리곤 서울시향은 서울의 외교관 역할을 하는 악단이니 한국의 재능 있는 작곡가들을 발굴하고 싶다. ‘오징어게임’의 정재일 음악감독은 환상적인 작곡가로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며 서울시향과는 작곡가 발굴과 작곡 시간이 필요하니 두 번째 시즌부터 가능해질 듯하다. 2025년부터는 프로그램의 30% 가량을 동시대 창작음악에 할애할 계획”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시향 음악감독직을 수락한 데 대해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강효 교수에게 사사했다”며 “16살 때부터 제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선생님이자 많은 영향을 준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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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손은경 대표(왼쪽)와 제3대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향)

 

“바이올린 연주자로,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뉴욕필 음악감독으로서 한국 출신의 연주자를 많이 만났어요. 이 모든 것이 저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였고 서울시향과의 작업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클래식의 미래에서 동아시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10여년 전(2012년)부터 지금까지 홍콩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맡아오기도 했죠. 아주 훌륭한 아시아 출신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한국에 오니 고향에 오는 기분입니다.”

 

그는 무서운 마에스트로이자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강행군시키는 음악감독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평판에 대해 그는 “최고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연습이 필요하다”며 “90%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110%를 준비하고 연습해야 한다. 때로 연습에서 엄격할 수도 있지만 그건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무엇보다 음악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자들입니다. 지휘자가 손을 들어 지휘하더라도 연주자가 없으면 아무런 음악도 연주되지 않거든요. 그 다음 중요한 사람들이 작곡가입니다. 연주할 음악이 있어야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게 지휘자입니다.

 

츠베덴 감독은 저는 지휘를 시작한 38세까지 18년 동안 연주자로 활동했다. 그 경험으로 연주자를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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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제3대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향)

 

모든 연주자와 지휘자가 무대 위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수입니다. 7살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 아버지와 그 동안 만난 선생님께 철저히 준비된 삶과 훈련이 모두 필요하다는 걸 배웠죠.”

츠베덴 감독은 삶에서도, 연주자로서도 철저한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재차 강조하면서도 민주적인 오케스트라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휘자는 단원들 앞에 권력자로 서는 게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이다. 맨 앞줄부터 뒷줄까지 단원들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며 “뉴욕필 단원들을 저에게 ‘모든 걸 보고 있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오케스트라가 하나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가족으로 무대에 올라 연주해야 하죠.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단 한명도 해고한 적이 없어요. 음악감독의 역할은 모든 연주자가 더 나은 연주자가 되게 하는 것이지 교체나 해고가 아닙니다. 엄격할 수는 있지만 결국 더 나은 연주자로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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